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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과서 학습지도요령에 독도 언급 않기로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중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한-일 관계가 급랭했었는데요, 다음 주 초에는 일본의 고등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이 발표될 예정이어서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이번 고등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엔 독도와 관련된 기술을 아예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도쿄 현지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가 고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에 독도 기술을 하지 않기로 결정을 한 것인가요.

일본 문부과학성이 오는 23일 고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을 공개할 예정인데요, 여기에선 독도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을 것으로 이곳 외교가에선 전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최종적인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지만, 한국대사관과 문부과학성 관계자들은 "고교 교과서에선 '독도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고교 교과서의 학습지도요령을 10년 만에 개정하는 것인데요, 일단 다음 주 초에 공개한 뒤 한 달 간의 여론수렴을 거쳐서 확정할 예정입니다.

고교 학습지도요령은 일본의 국무회의도 거치게 되는 데요, 때문에 학습지도요령에 독도 관련 기술이 들어갈 경우 한-일 간에 외교적 파문이 클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일본 문부성은 지난 7월 발표한 중학교 사회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아서 한국과 일본 간에 외교 마찰이 컸고, 양국 국민 간의 감정대립도 격화됐었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가 고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에 독도를 기술하지 않기로 한 배경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우선 지난 주 한-중-일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모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포석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던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 재임 중인 지난 7월14일 일본 정부가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의 영토라는 내용을 포함시켜서 해빙기를 맞았던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됐던 적이 있던 점도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7월 중학교 해설서에 독도의 일본 영유권을 주장한 이후 한국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일본 측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시했고요, 권철현 주일대사는 사태 이튿날 외무성을 항의 방문한 뒤 귀국했었습니다.당시 한국대사관 측은 업무 협의차 귀국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외교적 항의 조치인 대사 소환 조치에 해당하는 것이었는데요, 권 대사는 21일 간 한국에 머물렀는데, 1964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에 역사 문제 등으로 주일대사가 소환된 것은 네번째 였고요, 한국 체류 기간은 가장 긴 것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고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에 독도가 기술되지 않더라도 해설서엔 포함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지난 7월에 문제가 됐던 중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파문 당시에도 학습지도요령에는 독도 관련 기술이 없었지만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시했었습니다. 때문에 일본 정부가 고교 학습지도요령에 독도와 관련된 기술을 하지 않은 것은 기존 학습지도요령을 그냥 유지한 것이지 영토 문제에 대해서 한국 측에 양보한 것이 아니란 지적입니다. 따라서 내년 중 발표될 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는 중학교 해설서와 마찬가지로 독도 영유권을 기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그걸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특히 현재 일본 아소 다로 총리의 지지율 20% 초반으로 거의 바닥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 정치적인 지지율 만회를 위해서 영토 문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 자민당의 주요 지지 세력인 극우파들은 여전히 역사나 영토 문제에 대해서 강경 대응을 정부와 당 지도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조금 다른 얘기인데요, 미국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상대국과의 관계에 대한 평가가 다소 엇갈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고요.

그렇습니다. 일본의 최대신문인 요미우리신문이 미국 갤럽과 공동으로 지난 달 중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미-일 관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미국인들은 절반을 넘는 53%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일본인들은 '관계가 좋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34%에 그쳐서 미국인들에 비해 20%포인트나 낮았습니다. 특히 미국인들 가운데 양국 관계가 좋다고 답한 비율은 1년 전 조사 당시보다 7%포인트 늘어났지만 일본인들에서는 5%포인트나 낮아졌습니다.

일본인들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낮아진 것은 지난 10월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외면한 채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한 것과 미국발 금융위기의 타격으로 일본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한 점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또 바락 오바마 차기 미국 정권 출범 이후의 미-일 관계에 대해선 일본 국민 사이에서는 "변화 없을 것"이란 응답이 51%를 차지했고, "좋아질 것"이라는 의견과 "나빠질 것"이라는 의견도 각각 28%와 11%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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