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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특집] 비핵화 2단계 마무리 불발


2008년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2주 후면 어느덧 새 해를 맞게 되는데요.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2008년 한 해 주요 북한 관련 뉴스를 정리하는 연말특집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여덟 차례로 나눠 보내드리는 연말특집,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북 핵 6자회담과 미-북 관계 진전에 관해 살펴봅니다. 김근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2008년 6월 26일 오전. 조지 부시 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의사를 의회에 통보했습니다. 또 한국전쟁 이후 58년 만에 북한에 대한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종료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 신고서를 제출하고 영변 핵 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기로 약속하는 등 6자회담에서의 비핵화 의무를 이행하고 있어 미국도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이런 조치를 취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발표에 대해 북한 정부는 곧바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우리는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하고 환영한다. 앞으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게 전면적으로 철회하는 데로 이어져야 한다."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은 미국의 `CNN방송' 등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됐고 한반도 비핵화와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한 결정적 전기가 마련되는 순간으로 묘사됐습니다.

이어 7월1일에는 열 달 만에 6자회담이 재개되고, 참가국들은 영변 핵 시설 불능화와 이에 대한 보상인 대북 에너지 지원을 10월 말까지 완료한다는 목표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미-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는 곧바로 핵 검증이라는 걸림돌에 부딪히게 됩니다. 미국은 검증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 신고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비핵화 2단계 조치 완료에 앞서 구체적인 검증의정서 채택을 요구했습니다.

검증과 관련한 미-북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부시 행정부는 의회 통보기간인 45일이 지난 시점에도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이에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우리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조치의 효력 발생을 무기한 연기한 데 대응해 핵 시설 무력화 작업을 중단했으며, 얼마 전부터 영변 핵 시설들을 원상복구하고 있다."

북한은 핵 신고서를 제출하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로 한 약속을 미국이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하면서, 8월26일 핵 시설 불능화 중단을 발표한 데 이어, 9월19일에는 불능화 원상복구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서 미국과 북한은 양자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어렵게 이뤄진 핵 불능화의 성과가 원점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10월 1일 북한을 전격 방문해 합의안을 갖고 돌아왔습니다.

이 합의안이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뒤인 10월11일, 미 국무부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션 맥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보여준 협력에 따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조치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서명과 동시에 발효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대한항공 KAL 858기 폭파 사건을 저지른 이듬 해인 198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테러지원국 지정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상징으로 비난하면서, 이의 해제를 대미관계에서 당면 목표로 추구했습니다.

따라서 20년 만에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것은, 양국관계의 진전을 의미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평가됐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대외 관계나 경제에 대한 실질적인 효과는 여전히 미미한 실정입니다.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도 테러지원국 해제에 앞서 이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은 인권 유린과 핵실험, 무기 확산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으며, 따라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경제와 외교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비슷합니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테러지원국 해제로 북한이 얻게 될 실제적인 효과는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한에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현실적으로는 지난 2006년 핵실험으로 인한 무수히 많은 다른 대북 제재들이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스티브 해거드 교수도,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곧바로 경제 개선 효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북한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의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면서 "테러지원국 지정이 해제됐다고 북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돈이 몰려들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경제개혁을 이루지 못한데다 수익성도 낮은 지역이어서 지금 같은 금융위기에서는 이런 지역에 투자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는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달 초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북한이 검증의정서에 대한 합의를 거부한 데 따른 것입니다. 이 같은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북한이 핵 검증에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시 행정부가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한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검증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계획은 없다며, 대신에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을 잠정중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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