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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인권운동 앞장서 온 탈북 여성의 사연


한국 내 한 탈북 여성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탈북자 인권 운동에 헌신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탈북 여성들의 어머니'로 불려온 자유북한여성구원연대의 최명희 사무국장이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인데요.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자유북한여성구원연대 최명희 사무국장은 지난 10월 21일 경기도 파주에 살던 한 탈북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조선족 남편이 휘두른 칼에 찔려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시신이 있는 병원으로 급히 달려갔습니다.

상주도 없는 장례식장을 밤새 지키며 발인까지 치른 최 씨는 이틀 뒤인 23일 두통을 호소하다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서울 중앙대학병원으로 옮겨진 최 씨는 두 차례 뇌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최 씨와 함께 탈북자를 돕고 있는 남편 한창권 탈북인단체총연합 대표는 "그동안 쌓인 과로가 원인인 것 같다"며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부인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처음엔 의사가 99%가 죽는다 기대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3일후에 죽는다, 한달 후에 죽는다라고 예상하다가 한달 4일 만에 의식이 약간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24시간 중 한 두 시간은 의식이 돌아오는 상태입니다. 나머지는 아직도 멍한 상태입니다. 앞날을 생각하면 너무 답답합니다."

2005년 6월 자녀 2명과 함께 한국에 온 최 씨는 이후 탈북자들을 돕는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2006년부터 사단법인 겨레선교회에서 일하다 올해 2월에는 탈북여성 지원단체인자유북한여성구원연대를 발족한 뒤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 운동을 벌여 왔습니다.

최 씨의 도움으로 중국이나 제3국을 거쳐 남한 땅을 밟은 탈북자들은 1백 명이 넘습니다.

매달 정부로부터 받는 60만원의 생활보조금도 대부분 탈북자를 돕는데 썼습니다.

최 씨의 도움으로 지난 10월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 김영 씨는 "최 국장은 중국이나 제3국을 찾아 다니며 탈북자들의 아픔을 들어주고, 자비를 털어 탈북자들이 안전하게 한국으로 오도록 돕는 등 헌신적이었다"며 "그런 그를 우리 탈북자들은 누이나 어머니로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들이 한국을 오려면 브로커들에게 4백만원을 주거나 먼저 온 친척이나 가족이 브로커에게 2백 만원을 줘야 가능하거든요. 최국장님은 그런 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모두 자비로 그 위험한 일을 해왔던 거죠. 제가 알기에도 10명 넘게 최국장님의 도움으로 온 사람들이 있으니깐요."

최 씨의 남편인 한창권 대표는 "특히 지난 8월 베이징 올림픽으로 중국 당국이 탈북자 단속을 강화하면서 아내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중국에서 숨어 지내는 탈북자들의 어려움을 들어주느라 한밤 중에도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최 씨는 두 달 가까운 병원 생활로 3천 만원 정도의 치료비를 물어야 하지만 탈북자로 남한에서 어렵게 살아온 최 씨로선 막막하기만 합니다.

기초생활 수급자에 해당하는 최 씨는 그나마 정부로부터 치료를 위한 지원금 2천 만원을 받았지만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탓에 나머지 1천만 원을 더 물어야 합니다.

사연을 전해들은 일부 단체에서 병원비 모금에 나섰지만 앞으로 들어갈 비용까지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는 "탈북자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던 최 국장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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