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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국 지원 중단으로 에너지난 가중될 듯


일본에 이어 미국 정부도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을 잠정중단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고질적인 에너지난에 시달려 온 북한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입니다. 미국은 지난 주 끝난 북 핵 6자회담에서 북한이 당초 약속을 어기고 핵 검증 합의를 거부한 데 대해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대북 에너지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미국 정부의 대북 에너지 지원 중단 결정과 북한의 에너지난에 대해 김근삼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 중단 결정이 어떻게 내려진 겁니까?

답: 북한이 핵 검증에 대한 합의를 거부한 데 따른 것입니다. 북 핵 6자회담 참가국들은 지난 8일부터 나흘 간 베이징에서 수석대표 회담을 가졌지 않습니까? 회담의 주요 의제는 북한이 이미 제출한 핵 신고의 검증 방안에 합의하는 것이었는데요, 의장국 중국은 나머지 참가국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검증의정서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나머지 5개국은 초안에 대체로 동의한 반면, 북한은 '시료 채취'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초안에 대한 논의조차 거부했습니다. 결국 회담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고, 미국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대북 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문: 미국 외에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들도 앞으로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습니까?

답: 미국 국무부는 이번 6자회담에서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등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참가국들이 대북 에너지 지원을 중단한다는 데 양해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 같은 합의는 없었다고 부인했고, 한국 정부는 상황을 지켜보자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본에 이어 미국 정부가 중유 지원을 중단한 상황에서 나머지 나라들의 대북 지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됩니다.

문: 지금까지 6자회담 합의에 따라 북한에 지원된 에너지는 어느 정도 규모입니까?

답: 6자회담에서는 1단계 조치인 북한의 핵 시설 가동 중단에 대한 대가로 우선 중유 5만t에 상당하는 에너지 지원이 이뤄졌고요. 현재 진행 중인 2단계에서는 핵 신고와 핵 시설 불능화의 대가로 중유 95만t에 상당하는 에너지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12월 현재까지 50만t 정도의 에너지가 지원됐고, 미국은 이 중 20만t 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6자회담 결과로 북한이 검증의정서에 합의할 때까지 에너지 지원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문: 북한은 이미 고질적인 에너지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앞으로 6자회담 참가국들의 에너지 지원이 중단되면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답: 북한은 옛 소련 붕괴 이후 에너지 수요의 대부분을 자급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외부의 지원 중단으로 에너지난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에너지 부족이 심각한 북한의 상황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의 대규모 에너지 지원은 절실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문: 북한의 에너지난이 얼마나 심각합니까?

답: 한국 통일부 추산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서 필요한 전력량은 3백60억 킬로와트지만, 2005년 기준 생산량은 2백15억 킬로 와트로 1백50억 킬로와트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특히 2005년 생산량을 기준으로 북한의 전력 생산은 한국의 1/17 정도입니다.

평양에서 마저 정전이 자주 발생할 정도로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고, 공장 가동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이렇게 근본적인 전력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만큼, 에너지 지원도 시급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식량난은 당장 굶어 죽는 사람이 발생하면서 외부의 지원이 이뤄졌지만, 에너지 지원은 상대적으로 심각성이 덜 부각돼왔기 때문입니다.

문: 북한이 고질적인 에너지 부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뭡니까?

답: 북한 '로동신문'은 지난 11일자에 '부강 조국 건설의 생명선'이라는 장문의 정론을 실었는데요. "석탄은 조국 건설의 생명선이고, 석탄 전선을 외면하는 사람은 진정한 애국자라고 할 수 없다"면서 석탄 증산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난이 심각하고, 정치적 상황 등으로 인해 외부 지원도 어려운 상황에서 석탄에 더욱 매달리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북한은 기본적으로 발전 시설이 부족한데도 에너지 생산의 상당 부분을 석탄과 구형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현상은 에너지 위기와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 등으로 석유 공급이 줄면서 더욱 심화됐는데요. 하지만 석탄 채광시설 등 에너지 관련 기간설비가 계속 노후화 되고, 수해로 인한 탄광 유실 피해도 발생하면서 오히려 생산량이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에너지 생산이 부족하다 보니 경제 활동에 지장이 생기고, 이렇게 생긴 경제난은 에너지 생산에 대한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따라서 북한이 에너지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개발이 우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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