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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논쟁 뜨거워지는 총기 사용 정당방위


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미국에는 음료수나 술 그리고 간단한 식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이런 가게들은 미국에서는 보통 마켓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한국 말로는 편의점 정도로 부를 수 있겠죠? 그런데 최근 미주리주 잭슨시에서 있는 편의점에 들어와 맥주 한 상자를 훔쳐서 달아나던 사람을 총으로 쏴 죽인 편의점 종업원이 살인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논란이 일고 있더군요?

(답) 네, 지난 8월 17일에 잭슨시의 한 편의점에 제임스 호손 씨가 들어와 맥주 한 상자를 훔쳐 달아 나다가 가게 밖으로 뒤 쫓아온 편의점 점원 사브린더 파누 씨의 총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사망한 사건입니다. 파누 씨는 주법에 근거해서 정당방위, 즉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해서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폭력을 사용했다는 주장을 폈지만, 경찰은 사망한 호손 씨가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누 씨를 살인혐의로 체포한거죠.

(문) 미국은 이렇게 총기를 이용한 자기방어 행위가 법으로 인정되는 나라죠?

(답) 그렇습니다. 그 유명한 미국 수정헌법 2조는 개인이 총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총 가질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은, 총을 쓰지 말고 그냥 멋으로 가지고 있으라는 의미는 물론 아니겠죠?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위협이 발생할 때 개인이 총기를 사용해 자신을 방어할 권리를 일찍부터 보장하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뉴스를 보면 어떤 위협상황이 발생해서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경우, 어떤 때는 정당방위가 인정이 되고, 반면 어떤 경우는 살인 죄로 기소되는 걸 볼 수가 있는데, 이런 차이는 어디에 근거를 두는 건가요??

(답) 쉽게 말해서 과잉대응이다 싶으면 정당방위가 아닌 살인이고, 반대로 위협에 대한 적절한 반응이었다라고 판단이 되면 정당방위가 되는 건데요, 이 정당방위를 판단하는 세부 규정이 주 별로 천차만별입니다. 또 이 규정을 적용하는 사법당국의 해석도 제 각각이어서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그런 문제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정당방위를 폭넓게 인정하기도 하지만 또 과잉대응을 막기 위해서 다양한 단서 조항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문) 정당방위와 관련해서 현재 미국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두 법이 있다고 하던데요, 어떤 내용입니까?

(답) 네 바로 'CASTLE DOCTRINE'과 'STAND YOUR GROUND' 또는 'SHOOT FIRST'란 이름의 법입니다. 먼저 이 'CASTLE DOCTRINE'이란 법을 설명해 볼까요? 보통 상식적인 정당방위는, 위협상황이 발생했을 때, 먼저 이 상황이 벌어진 장소를 벗어나고자 노력하거나, 만약 현장에서 피하지 못하고 피치 못하게 공격을 가할 때는 상대편에게 자신이 공격한다는 의사를 알릴 것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이 'CASTLE DOCTRINE'은 자신의 거주지나 차량 그리고 일하는 장소에서 위협이 발생했을 경우, 사전경고나 도망가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이 그냥 공격해도 된다는 거죠. 예를 들어 만일 밤에 누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려고 창문을 열고 있다면 침입자를 바로 총으로 쏴 죽여도, 정당방위로 인정된다는 겁니다. 물론 각 주 별로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 다양한 예외 조항이 있기는 합니다.

(문) 그런데, 또 다른 정당방위 관련법인 'STAND YOUR GROUND' 법은 한술 더 뜨는 내용을 담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CASTLE DOCTRINE' 같은 경우는 지정된 장소, 즉 집이나 차량 그리고 작업장에서만 적용이 되는데, 이 'STAND YOUR GROUND' 법은 장소에 제한이 없습니다. 공공장소에서도 위협을 느낀다 싶으면 바로 총을 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가령 길을 가다가 누가 나를 위협하고, 내가 이 상황에서 위협을 느껴 상대편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해도 살인이 아니란 말입니다. 참고로 'CASTLE DOCTRINE'이나 'STAND YOUR GROUND' 법 모두, 정당방위로 사망하거나 피해를 본 측이 손해배상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완벽하게 가해자의 책임을 면제해 주는 그런 법이죠?

(문) 특히 이 'STAND YOUR GROUND'법, 언뜻 보면 좀 무시무시한 법인데, 그래서 그런지 이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많죠?

(답) 물론입니다. 이 법안을 반대하는 단체들, 오죽하면 이 법을 'SHOOT FIRST', 한국말로 풀어서 '먼저 쏘고 보라 법'란 이름으로 부르고 있겠습니까? 유명한 총기규제옹호 단체죠? '브레이디 캠페인'의 사라 브레이디 회장은 이 법은 살인면허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많은 반대자들은 이런 법은 잘 운용해 봐야 본전이고, 잘못하면 아주 치명적으로 위험한 결과를 불러 올 법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전국지방검사협회의 폴 로글리 회장도 이 법은 총을 쓸 수 있는 권리를 경찰보다 민간인들에게 더 많이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문) 물론 이런 법을 찬성하는 단체도 있겠죠?

(답) 네, 총기 사용과 관련해서 역시 빠질 수 없는 조직이죠? 바로 전미총기협회, NRA 같은 경우는 이 법은 미국 국민들이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훌륭한 법이라고 칭송하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정당방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점은 어떤 조항일까요?

(답) 네, 모든 정당방위가 시작되는 원인이죠? 바로 '생명이나 신체에 심각한 위협'을 느꼈기 때문에 정당방위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바로 그 부분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정당방위의 근거로 내세우는 '심각한 위협'의 정도가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 다르다는 점이죠? 가령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시에 사는 제이슨 로젠블룸 씨는 쓰레기 치우는 문제로 이웃과 언쟁을 벌이다가 총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가해자는 로젠바움 씨가 자신의 집 현관에 발을 살짝 들여 놓고, 집 안으로 들어 오려고 시도했기 때문에 총격을 가했다고 증언했다는 군요. 집으로 들어오려는 시도에 위협을 느껴서 총을 쐈다는 얘기죠? 물론 총격을 받은 로젠블룸 씨는 당시 위협할 의도도 없었고 또 무기도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어쨌든 총을 쏜 로젠블룸 씨의 이웃은 기소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런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위협의 정도를 가지고 정당방위냐 아님 살인이냐를 판단해야 할 사법당국의 판단이 어려운 때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참고로 현재 미국 안에서는 12개 주가 이렇게 강력한 'STAND YOUR GROUND' 법을 채택하고 있고요, 앞서 기사에 나온 미주리주는 'CASTLE DOCTRINE'을 채택한 주라고 하네요.

(문) 앞서 언급했던 맥주 한 상자를 훔쳐 달아난 사람을 총으로 쏴 죽였던 편의점 종업은 이제 어떻게 되나요?

(답) 일단 파누 씨는 보석금 5만 달러를 내고 풀려나 편의점 점원으로 복귀했지만, 곧 재판에 출두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주리주가 작업장에서 벌어지는 위협에 대처하는 것을 인정하는 'CASTLE DOCTRINE'을 인정하는 주지만, 사법당국은 무장하지 않은 도둑을 가게 밖으로까지 쫓아가서 총격을 가한 것이 과잉 대응이 아니냐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파누 씨의 운명 앞으로 어떻게 풀릴 지 궁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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