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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남 관계, 남북경협 관련 일꾼들 숙청 잦아’

  • 최원기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남북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개방과 남북관계 개선을 담당하던 경제일꾼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됩니다. 지난 1991년 나진선봉 경제특구부터 최근의 개성공단에 이르기까지 종적을 감춘 북한 경제 관료들의 면면을 최원기 기자와 함께 살펴봅니다.

문) 최 기자, 북한에서 개성공단이나 경제특구처럼 개방을 통해 경제를 살려보려고 한 경제일꾼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구요?

답) 네, 북한에도 국가계획위원회와 무역성, 재정성 등 경제 관련 부처가 있고, 여기에는 개방을 통해 북한경제를 살려 보려 애쓰는 관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한직으로 좌천되는 등 숙청되는 사례가 잦아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 추진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습니다.

문) 경제 관련 업무에 종사하다 숙청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답) 나진선봉 경제특구를 총괄했던 김정우 대외경제협력추진 위원장을 들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90년대 초 소련 등 사회주의 경제권이 붕괴하자 1991년 12월 함경북도 나진선봉 지구에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남한과 일본, 중국으로부터 자금과 기업을 끌어와 이 곳을 동북아시아의 국제적인 중계무역 기지로 만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김정우 위원장은 당시 특구를 관장하면서 홍콩, 도쿄 등을 돌아다니며 외국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는데요, 지난 1998년 이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문)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장이면 북한의 부부장급 인사인데, 김정우 위원장이 갑자기 어떻게 사라졌다는 것입니까?

답)김정우 위원장이 언제, 어떻게, 무슨 연유로 행방을 감췄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다만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김정우라는 이름은 98년 이후 전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그가 `97년 12월 부정축재 혐의로 총살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서울 기은연구소의 북한 전문가인 조봉현 박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문) 만일 김정우가 일본 언론의 보도대로 97년12월에 숙청됐다면, 당시 농업 담당 비서였던 서관희가 처형 당한 시점과 비슷하군요. 그런데 북한의 대표적인 경제 관료였던 김달현은 어떻게 됐습니까?

답) 김일성대학 출신인 김달현은 지난 88년에 무역부장을 거쳐 92년에 당 정치국 후보위원 겸 국가계획위원장에 임명되는 등 승승장구했습니다. 또 92년에는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함흥의 2.8 비날론 연합기업소로 쫓겨난 뒤 2000년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 부총리급 인사였던 김달현이 하루아침에 공장 지배인으로 좌천된 이유는 뭡니까?

답) 탈북자들에 따르면 김달현은 전력 문제 때문에 좌천됐다고 합니다. 당시 북한에서는 전력이 제대로 공급 안 돼 흥남비료를 비롯한 대부분의 공장, 기업소가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전력의 대부분을 대포와 탱크를 만드는 군수 분야, 이른바 제2경제가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알게 된 김달현은 군수 분야의 전력 30%를 민간 분야로 돌렸는데, 이를 나중에 알게 된 권력핵심이 김달현을 공장 지배인으로 내쫓았다고 합니다.

문) 최근 남북 간에는 개성공단이 큰 문제인데요. 공단에 간여했던 간부들 중에도 숙청된 사람이 있습니까?

답) 북한은 그동안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주동찬 총국장을 통해 개성공단을 관리해왔습니다. 주동찬 총국장은 "국제정세와 관계 없이 개성공업지구를 계속 밀고 나가자"고 말해 온 인물인데요, 지난 3월 갑자기 경질됐습니다.

문) 남북관계를 담당했던 관리들 중에서도 자취를 감춘 사람이 있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통일전선부의 최승철 부부장은 지난 해 남북정상회담 당시 판문점에서 노무현 한국 대통령을 마중한 사람인데요, 올해 초부터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 남북 장관급 회담의 북측 대표였던 권호웅 내각 참사를 비롯해 실무자였던 강관숭, 김정철 등 아태평화위원회와 통일전선부 인사들도 종적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문)북한 통전부의 최승철 부부장 같은 사람이 사라진 것은 개방보다는 남북관계나 다른 문제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요?

답)최승철 부부장은 경제일꾼이라기보다는 대남 관계를 담당해온 인물입니다. 따라서 통전부 일꾼들이 사라진 것은 개방정책과는 관계 없고 남북관계 악화나 부정부패 혐의로 숙청을 당한 것 같다고 서울 북한연구소의 유동관 연구위원은 말했습니다.

문) 경제도 사람이 하는 것인데, 이렇게 경제정책이나 남북경협을 담당하는 일꾼들이 자꾸 숙청되면 북한이 경제를 되살리기가 더욱 힘들지 않을까요?

답)한국과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이 북한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이 바로 개방에 대한 의지와 일관성 부족입니다. 북한이 진정 경제를 되살리려면 최고 지도자가 개방에 대한 굳은 의지를 갖고 정책을 꾸준히 펼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경제일꾼들을 이렇게 숙청해 지방으로 쫓아 보내니 경제가 좀처럼 되살아 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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