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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키신저 초청, 오바마 정부와 관계 위한 포석'

  • 최원기

북한이 미국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평양으로 초청했습니다. 북한 측의 이번 초청은 다음 달 출범하는 바락 오바마 행정부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북한이 키신저 전 장관을 초청한 배경과 전망을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지난 달 7일 미국 뉴욕을 방문한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을 통해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초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자신의 방북은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될 경우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합니다. 우선 자신이 대통령에 의해 미국 정부의 공식 특사로 지정돼야 하고, 또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키신저 전 장관을 초청한 의도와 관련, 뉴욕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 박사는 "미국과 고위급 접촉을 원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고위급 접촉을 통해 모종의 거래를 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원로 한반도 전문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폴 챔벌린 연구원도 북한이 키신저 전 장관을 초청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곧 출범할 오바마 행정부와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한 전략적 포석 같다고 말했습니다.

"챔벌린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 외교의 거물급 인사인 키신저 전 장관의 영향력을 활용하기 위해 그를 평양으로 초청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키신저라는 인물이 갖는 역사적, 외교적 '상징성'에 착안해 그를 평양으로 초청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 1970년대 리처드 닉슨 행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키신저는 미국과 중국 간의 국교 정상화를 일궈낸 장본인입니다. 키신저의 막후외교를 통해 당시 닉슨 대통령과 중국 마오쩌둥 주석이 나눈 역사적 악수는 적대적이었던 미-중 관계를 하루 아침에 바꿔놨습니다.

또 키신저는 국무장관에서 물러난 뒤에도 미국 대통령들에게 자문을 하는 등 외교 문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해왔습니다. 특히 그동안 북한 핵 문제를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할 것을 주장해왔습니다. 그가 참여하고 있는 미국의 민간단체인 전미외교정책협의회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키신저 전 장관과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이끄는 초당적 대표단을 북한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초청했다고 해도 키신저가 당장 북한을 방문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1순위 과제는 미국의 경제를 살리는 것입니다. 또 오바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했을 뿐 아직 외교안보팀이 제대로 갖춰진 상태도 아닙니다. 따라서 키신저의 방북 문제는 시간을 갖고 기다려 봐야 할 것이라고 아시아 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지적합니다.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 앞에는 경제 등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북한은 그의 1순위 과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자문관을 지낸 폴 챔벌린 연구원은 김정일 위원장이 키신저 전 장관의 방북 등 미-북 간 고위급 교류를 성사시키고 싶으면 먼저 정치적 여건부터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합니다.

현재 미국과 북한은 핵 시설 시료 채취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또 남북관계는 개성공단 문제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진정으로 키신저의 방북을 성사시키고자 한다면 핵 문제와 남북관계에서 유연한 제스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핵 문제와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냉각된 상황에서 북한이 키신저 방북을 추진한다면, 이는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챔벌린 연구원은 북한이 만일 핵 시설 시료 채취나 개성공단 문제에 전향적으로 나온다면 오바마 행정부가 특사 교환 등을 추진하기가 한결 쉬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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