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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 장마당 둘러싼 당국-주민 간 갈등 고조


북한에서는 최근 장마당을 둘러싸고 당국과 주민들 간 갈등이 높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국은 장마당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려는 반면 주민들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장마당까지 없애면 어떻게 하느냐'며 항의하는 등 마찰을 빚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장마당 단속이 강화될 것이라는 소식이 잇따라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남한의 대북 지원단체인 '좋은벗들'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달 상업성 지시를 통해 '내년 1월부터 전국 시장을 모두 농민 시장으로 축소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의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 NK'도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내각이 내년 1월부터 장마당을 열흘에 한번씩 여는 '열흘장'으로 전환하려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으로 올해 남한에 온 탈북자 문지영 씨는 중국의 친척을 통해 북한 당국이 장마당 단속을 강화하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장마당에 대한 북한의 단속은 남한의 공영방송인 `한국방송' KBS의 카메라를 통해서도 확인됐습니다. KBS는 최근 북한 내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전하면서 "북한 당국이 지난 해 10월부터 시장경제에 대한 통제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에 장마당이 등장한 것은 지난 1990년대 중반 북한의 배급 체계가 붕괴된 것과 관계가 있다고 서울의 북한 전문가인 '데일리 NK'의 손광주 국장은 말합니다. 당시 경제난으로 당국이 주민들에게 배급을 주지 못하게 되자 주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 하나둘씩 장사를 시작한 것이 장마당의 시초라는 것입니다.

장마당은 90년대 후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우후죽순처럼 전국에 확산돼, 평양은 물론 시, 군과 지방 곳곳에도 들어섰습니다.

북한 당국은 장마당을 탐탁찮게 생각했지만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3년에 장마당을 양성화시켰습니다. 그 결과 평양에는 구역별로 시장이 생기고 지방에도 시, 군 별로 1~2개 씩 종합시장이 생겼습니다. 또 시골에는 농민 시장을 허용했습니다.

장마당은 북한사회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 왔습니다. 당국의 배급이 끊기면서 주민들은 당 보다는 장마당에 의존하게 됐습니다. 특히 장마당이 생기면서 돈을 버는 사람과 못 버는 사람 간 빈부격차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 여성 탈북자는 여성들이 앞다퉈 장사에 나서는 바람에 돈을 못 버는 남성들의 지위가 약화됐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그동안 장마당을 묵인해 온 북한 당국이 최근 장마당 단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8월 이른바 '비사회주의 그룹빠'를 동원해 함경북도 온성, 무산, 회령 등에서 대대적인 검열을 실시한 이래 장마당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올해 초 40살 미만 여성들이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것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근 장마당 단속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전에는 지방 당국 차원에서 이따금씩 단속을 벌였지만 최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직접 나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는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 내부의 정치적 변동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쉬 박사는 북한이 최근 장마당 단속과 남한과의 육로 통행 차단 등 강경 조치를 취하는 것은 사회 전반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은 장마당을 축소하려는 북한 당국의 시도가 장기적으로는 실패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당국이 배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또 국영상점에서 물건을 원활히 공급하지 못하는 한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장마당을 없앨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6월 북한을 탈출해 서울에 온 탈북자 박병룡 씨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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