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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경색으로 일본 내 민단-조총련 갈등 고조


북한이 최근 개성관광 중단과 개성공단 출입 제한 조치를 취하는 등 남북관계가 크게 경색되면서 그 여파가 일본 내 한인사회에도 미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측인 민단과 북한 측인 조총련 간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도쿄 현지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최근 일본 내 민단과 조총련 간에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예, 민단 측이 조선 국적에서 한국 국적으로 국적을 변경한 이후에도 조총련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현황조사에 나선 데 대해 조총련 측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민단 중앙본부는 최근 각 지방본부와 산하단체에 지시를 내려서 조총련 소속 한인 가운데 한국으로 국적을 바꾸고도 조총련 산하단체나 관계기관의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과 조총련에 재정 지원을 하는 사람들의 현황을 다음 달 12일까지 조사해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총련은 기관지인 조선신보를 통해 "이번 조사는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기획한 것"이라며 "한국의 청와대와 국정원이 민단을 앞잡이로 내세워서 감행하고 있는 민족분열 책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민단 측이 초보적인 양심이라도 있다면 동포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동포사회에 공포를 주는 한국 정부 측의 지시를 당장 걷어찼어야 했다"면서 "일제시대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싸운 인사들과 청년 학생들을 감시,미행하고 탄압했던 일본 특별고등경찰들과 마찬가지로 동포들에 대한 신변조사를 감행하고 있는 처사는 용납할 수 없는 죄"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조총련의 그 같은 반발에 대해 민단 측은 어떻게 설명하고 있나요.

민단 측은 국적 변경자와 관련한 현황 파악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조총련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대응을 피하고 있습니다. 조총련 측 주장에 정면 반박할 경우에 불필요한 갈등만 확대될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민단 관계자는 "국적을 변경하고도 조총련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재외국민들에게 투표권이 생기면 재일동포들도 한국의 대통령 선거 등에 참여할 수 있는데, 조총련 활동을 계속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선거권을 줄 수 있느냐는 논의가 내부적으로 이뤄졌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조총련과 민단은 한때 지도부 간에 화해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던 것으로 압니다. 이렇게 다시 갈등이 재현된 배경이 뭡니까.

말씀하셨듯이 민단과 조총련은 지난 2006년5월 양측 지도부가 회동을 갖고, 역사적인 화해에 합의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양측의 지도부 회동은 민단 내부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단행된 것이어서 이후에 민단 내부에서 강력한 반발에 부딪쳤었습니다. 이로 인해 당시 민단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등의 진통 끝에 양측 간 화해도 원점으로 돌아갔었는데요, 하지만 양측은 그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접촉이나 큰 마찰 없이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민단의 국적 변경 조총련 활동자에 대한 현황 조사로 인해 갈등이 다시 표출된 상태입니다. 물론 표면적으로 민단의 조사가 조총련을 자극한 측면이 있지만, 조총련이 한국 정부의 기획설을 제기하면서까지 반발하고 있는 것은 최근 북한이 한국 정부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진행자: 다른 소식입니다만, 일본 언론들이 최근 잇따라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보도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소식도 전해주시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8월 뇌졸중으로 처음 쓰러진 이후에 10월 하순에도 다시 뇌졸중으로 발작을 일으켜 긴급 수술을 검토했을 정도로 증세가 악화됐었다고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이 중국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서 오늘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의 보도 내용은 김 위원장이 지난 달 하순에 두 번째로 뇌졸중을 일으켰다는 정보를 한국에 있는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로부터 입수했다고 보도한 일본의 민영방송인 TBS의 보도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확인해 줄만한 객관적인 팩트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전부터 당뇨병과 신장병을 앓아왔으며, 체내에 축적된 독소가 다른 장기 기능을 저하시켜 지난 해부터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보도했습니다. 한 외교소식통은 마이니치신문에 "김 위원장 결재 사항인 핵 문제 관련 담화가 지난 12일 나온 것을 보면, 그는 일정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지만 건강 상태는 분명히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마이니치는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로 인해 그의 매제인 장성택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이 주요한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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