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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한파에 교류 협력도 흔들


남북한 당국간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남한 지방자치단체와 일부 민간단체들의 대북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협력 사업이 잇따라 취소되는가 하면, 일부 민간단체들의 지원 사업도 중단되고 있는데요.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농촌현대화를 위해 한국의 경기도가 3년째 진행해온 벼농사 협력 사업이 중단됐습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 9월 열기로 했던 남북 공동 벼베기 행사를 취소한 이후 농기계와 종자, 비료 등 물자만 받고 당국자들의 방북은 일체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로 인해 경기도는 평양 당곡리에 2백ha규모로 조성한 벼농사 재배단지의 수확량이나 사용처 등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경기도는 북한의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선 쌀을 지원하는 것 못지않게 벼농사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지난 2005년부터 평양외곽에서 벼농사 협력사업을 벌여왔습니다.

경기도는 벼농사 협력사업을 포함한 북한의 농촌 현대화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만 모두 25억원을 편성했었습니다.

경기도의 또 다른 당국자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아무래도 남북간 정치적인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교류사업은 당분간 답보 상태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측에서 문을 열지 않으니깐 우리가 사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북한 상부에서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방북을 허용하지 않는 등 지금 상황에선 교류협력 사업이 답보 상태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충북 제천시도 지난 9월 금강산 관광특구 안에 있는 고성군에서 사과수확축제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북한 고성군 일대에 5만㎡ 규모로 과수원을 조성한 제천시는 지난 2006년부터 해마다 북측과 사과를 수확하는 행사를 열어 왔습니다.

올해도 당초 엄태영 시장 등 시 관계자와 시민 등 2백 여명이 방북할 예정이었습니다.

제천시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따로 북측과 연락할 방법이 없어 현대아산을 통해 북측에 협의할 것을 요청했지만 냉랭한 남북관계 탓에 성사되지 못했다"며 "언제 성사될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고 전했습니다.

"금강산 피격 사망 사건 이후 계속 북한측과 교류가 없는 상태입니다. 교류가 없다 보니깐 몇 달간 북한을 방문하지 못했고 협의를 한 뒤에 행사가 이뤄지는데 자체적으로 교류가 없다 보니깐 올해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잘되길 바라는 수 밖에 없습니다. "

북한주민을 돕기 위해 마련한 한국 내 민간단체들의 일부 자선행사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취소됐습니다.

한국통일여성협의회는 당초 다음달 2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북한 산모돕기 자선행사'를 최근 나빠진 남북관계를 이유로 취소하게 됐다고 20일 밝혔습니다.

행사는 북한의 산부인과인 평양산원 내에 건물을 새로 짓고 만성 영양실조로 고통을 겪는 북한 산모들을 돕자는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한국통일여성협의회 관계자는 "북한이 최근 육로통행을 차단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하는 등 최근의 남북관계가 행사를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행사를 잠정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남북 관계의 경색 국면이 길어질 경우 민간교류까지 차단되는 사태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인도적 지원사업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이현희 부장은 "북한 당국이 현재로선 민간교류를 전면 차단하고 있진 않지만 예전보다 사업에 임하는 태도가 소극적"이라며 "민간단체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당국이 대화에 나서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에서 적극적인 상황은 아니죠. 가능하면 일을 크게 하려고 하는 것은 주춤하고 있습니다. 일단 민간단체가 할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는만큼 정부 당국이 빨리 만나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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