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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지도자들, 대 중국 강경 노선 채택 가능성


전세계 각국에 망명 중인 티베트인들이 어제 (17일) 부터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60년 만에 최대 규모의 특별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앞으로 티베트의 대 중국 노선 결정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이번 회의의 주제와 앞으로의 전망 등을 알아봅니다.

진행자: 먼저, 지난 1959년 이후 최대 규모라는 티베트인들의 이번 특별회의가 왜 열리게 됐는지 설명해 주시죠.

답: 이번 회의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소집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자치권 획득을 위한 중국과의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자 이번 회의를 긴급히 소집했는데요. 티베트가 앞으로 중국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티베트인들이 직접 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중국 정부에 대해 이른바 '중도주의'로 불리는 티베트의 자치를 계속 요구하느냐, 아니면 강경노선인 완전한 독립을 요구하느냐의 문제인데요. 현재 티베트인들은 이번 회의에서 이 두 가지 선택안에 대해 논의 중입니다.

진행자: 그동안 달라이 라마 측과 중국 당국 간의 회담이 여러 차례 열렸는데요, 중국 정부의 티베트 자치에 대한 입장은 여전히 절대 안 된다는 것입니까?

답: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의 자치권을 확대해 달라는 달라이 라마의 요구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습니다. 중국 외교부의 친강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세계 어느 나라도 티베트 망명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티베트를 중국으로부터 분리하려는 어떤 시도도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중국 공산당의 주웨이췬 통일전선부 상무부부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달라이 라마의 요구는 티베트의 독립 추구와 같다며 일축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이달 초 가진 중국 측과의 협상에서 티베트 언어와 문화를 지키고, 티베트인들이 아닌 이들이 티베트 지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제한하고, 또 티베트인들이 자치 정부를 구성해 행정 권한을 지니는 등의 상세한 자치 허용 방안을 중국 측에 제시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회담에 진전이 없었던 이유가 뭡니까?

답: 중국 당국이 티베트인들이 속임수를 쓰고, 또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독립을 포기하는 대신 자치를 인정해 달라는 달라이 라마의 요구마저도 독립을 목표로 한 일종의 계략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지난 2002년부터 8차례 중국 측과의 회담에 참석해 온 달라이 라마의 특사 로디 갸리 씨는 중국 정부는 대화의 문이 언제나 열려 있다고는 하지만, 어떤 조치도 취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대화 결렬의 원인이 티베트인들에게 있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정작 달라이 라마는 이번 회의에 불참했다구요?

답: 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인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란다며 회의 불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1만7천 명의 티베트인들 가운데 8천 명 이상이 달라이 라마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고, 5천 명 이상은 티베트의 독립을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티베트인들에게 달라이 라마의 영향력이 그만큼 막대함을 의미합니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 1970년대부터 중국 측에 티베트의 독립 대신 자치를 요구해왔는데요. 최근 이 같은 중도주의 노선의 실패를 공개적으로 시인한 바 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 3일 일본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티베트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대화 노선은 사태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티베트인들 사이에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게다가 달라이 라마는 중국 정부 측에 대한 자치 요구를 포기했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이런 면에서 볼 때 이번 회의에서는 독립을 요구하는 강경 노선이 더욱 힘을 얻을 가능성도 커 보이는데요.

답: 네, 달라이 라마는 지난 달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은 티베트의 완전한 독립 보다는 자치권을 지지하는 중도적인 접근방식을 취해왔으나, 중국 지도부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제 중국과의 대화를 어떻게 진전시킬 것인가는 티베트인들에 달려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자치 획득 정도가 아니라 독립을 요구해야 한다는 강경 노선이 티베트인들 사이에서 계속 논의돼 왔는데요. 특히 지난 3월 티베트 라싸에서의 유혈사태를 겪으면서 온건 노선이 큰 성과가 없어 급진적인 강경책을 써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급진파인 티베트청년회의 측은 이번 회의를 통해 티베트 독립론이 더욱 강해지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Outro: 티베트인들이 중국에 대해 현재의 중도 노선을 이어갈지, 아니면 보다 강경한 독립정책을 새로 채택할지는 2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회의의 경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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