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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에 익숙해지는 북한주민들


미국 일리노이 주에 있는 아시아태평양 여행사 대표 월터 키츠(Walter Keats) 씨는, 북한 전문가로 통합니다. 북한 관광상품을 다루는 유일한 미국 여행사의 대표인 키츠 씨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일반 미국인들을 상대로 북한에 대한 강연을 합니다. 지난 95년 이래 16차례 북한을 방문한 키츠 씨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북한의 겉모습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며, 하지만 미국인들을 대하는 북한인들의 태도는 한결 부드러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진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제 강연의 주제는 북한입니다. 미국인들은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북한의 식량 상황은 어떤지,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은 왜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지 궁금해 합니다. 내가 가져온 북한 사진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많은데 그런 것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보입니다. 남성들은 군대 복무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줍니다."

미국 일리노이 주에 소재한 아시아태평양 여행사의 월터 키츠 씨는 자신이 북한에 대해 강연을 할 때면 많은 미국인들이 다양한 질문을 한다고 말합니다.

키츠 씨는 지난 14일에도 일리노이 주 스코키에 있는 오크톤 커뮤니티대학 학생들을 상대로 북한에 관한 강연을 했습니다. 이 대학은 '세계로 가는 여권'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대해 다양한 국제 현상에 관한 강연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관한 강연자로 나선 키츠 씨는 그동안 뉴욕 등 미국 주요 도시를 비롯해 서울에서도 북한에 관한 강연을 할 정도로 북한 전문가로 통합니다. 키츠 씨의 말입니다.

"1995년부터 16번이나 북한을 다녀왔으니까, 저보다 많이 북한을 가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북한에 관한 문서를 더 많이 접한 학자들은 있겠지만요. 저 같은 경우 북한에 관한 실질적인 경험이 학자들 보다 많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북한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난 10여 년 간 키츠 씨가 본 북한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키츠 씨는 평양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보수를 한 곳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어려운 경제 사정을 반영하는 것 같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미국인이나 미국을 대하는 북한 사람들의 태도는 과거에 비해 매우 부드러워졌다고 키츠 씨는 말합니다.

북한주민들이 미국 관광객들에게 좀 더 익숙해졌다고 할까요? 1995년 처음 북한을 갔을 때만 해도 상당히 엄격하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북한 사람들도 미국인들이 모두 뿔 달린 악마나 스파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북한 안내원도 더 친절해졌구요."

키츠 씨가 운영하는 아시아태평양 여행사는 1978년부터 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아시아 관광상품을 판매하던 중, 1995년 처음으로 북한 관광상품을 선보였습니다. 지금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미국인들의 북한 관광을 위임 받은 유일한 미국 여행사로 확고리 자리를 잡았습니다.

키츠 씨는 그러나 북한 관광상품을 취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관광이 제대로 이뤄질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1995년 미국 관광객을 처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이후 그동안 홍수, 식량난 등의 이유로 한동안 미국 관광객들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02년 한-일 월드컵 기간 중 미국인 관광객을 받은 뒤 이후 몇 년 간 또다시 북한 여행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미국인들의 북한 관광은 2006년 재개됐지만 그 해 북한에 닥친 홍수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취소됐습니다.

북한 현지에서, 미국 관광객이 무심코 저지른 일 때문에 곤경에 빠진 일도 있었습니다. 키츠 씨의 말입니다.

"북한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받은 영자신문지 평양타임스 1 면에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사진이 실린 일이 있습니다. 북한 측에서는 사진이 있는 신문을 접거나 깔고 앉거나, 쓰레기 통에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경고를 했는데, 한 여성 관광객이 북한을 떠나면서 무심코 김 부자의 사진이 있는 신문을 다른 신문들과 함께 호텔 쓰레기 통에 버렸습니다. 청소부가 이를 발견하고는 당국에 고발을 해서, 결국 그 관광객이 사과문을 작성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언제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북한 여행이지만, 미국인들의 관심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06년에는 여행 취소로 2백 여명의 관광객들에게 전액을 환불해 주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2007년 50명에 이어 올해는 80명이 아시아태평양 여행사를 통해 북한을 다녀왔습니다.

키츠 씨는 내년에는 더 많은 미국인이 북한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키츠 씨에 따르면 북한은 단순한 흥미보다는, 뭔가 배울 거리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적당한 여행지입니다. 미국인 관광객들은 대체로 금수산 기념궁전, 김일성 광장, 조선중앙역사박물관, 김일성 동상, 만경대, 주체탑, 평양 어린이 궁전, 푸에블로 호 전시 현장 등 북한의 정치, 사회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곳을 주로 방문합니다. 키츠 씨의 말입니다.

"즐기기 위해, 또는 휴가를 보내러 북한에 가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는 교육적인 여행을 하러 간다고 봅니다. 북한에 가면 여러 가지 문화적, 역사적인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 관심이 많다면 북한 방문은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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