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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간 검증 이견으로 6자회담 불투명


미국과 북한이 핵 검증과 관련, 시료 채취 문제를 놓고 또다시 심각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검증의정서를 확정하기 위해 열릴 예정이던 북 핵 6자회담의 개최 시기가 불투명해진 상태입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 시료 채취 문제가 북한 비핵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봅니다.

문) 미국과 북한이 시료 채취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고 했는데요, 먼저 시료 채취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시죠.

답) 네, 시료 채취는 영어로 SAMPLING이라고 하는데요. 말 그대로 북한 핵 시설에 있는 각종 방사성 물질의 표본을 채취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영변의 5 메가와트 원자로의 폐 연료봉과 핵 폐기장의 방사능 물질 일부를 채취하는 것입니다.

문) 시료 채취를 핵 검증의 핵심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왜 그런 겁니까?

답) 핵 검증은 대개 핵 시설에 대한 접근과 시료 채취, 그리고 과학자 면담, 세 가지를 통해서 이뤄지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세 가지 중에서도 시료 채취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왜냐하면 핵 검증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을 얼마나 추출했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인데요. 시료를 채취해 과학적으로 분석을 하면 80~90%는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핵 시설에 대한 접근과 과학자 면담은 시료 채취를 보완하는 보조적인 수단이라는 얘기지요.

문) 그러니까 시료 채취가 없는 핵 검증으로는 검증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그런데 왜 미국과 북한은 시료 채취를 두고 서로 딴 소리를 하고 있는 겁니까?

답) 핵 검증 문제는 지난 10월 초 평양을 방문한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북한 외무성의 김계관 부상 간에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당시 양국은 3쪽 분량의 검증 계획서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미 국무부는 10월11일 인터넷을 통해 양국이 '시료 채취를 포함한 과학적 방식의 검증'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그러나 북한은 그 후 미국과 시료 채취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부인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시료 채취에 대해 한 달 간 침묵을 지키다가 지난 12일 외무성 담화를 내놨는데요. 담화를 통해 '시료 채취는 합의된 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미국은 검증 대상에 영변 핵 시설은 물론이고 우라늄 농축과 핵 확산 활동도 포함된다고 밝힌 반면, 북한은 '검증 대상은 영변 핵 시설 뿐'이라고 다른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문)미국과 북한이 시료 채취와 검증의 범위를 놓고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인데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답)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현 단계에서 분명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가능성은 양측이 시료 채취 문제를 모호하게 합의하고는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있을 공산이 있다고 관측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앞서 한국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미-북 간 '검증 합의에 시료 채취가 빠져있다'고 말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이 부분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답) 유명환 장관의 발언은 지난 4일 한국 국회에서 나온 것인데요. 유명환 장관에 따르면 미국이 핵 검증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알려온 내용에는 '과학적 방식으로 검증한다'는 내용만 있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과 일본은 미국 국무부에 '시료 채취가 빠졌다'고 유감을 표명하는 일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문) 시료 채취 문제를 놓고 미국과 북한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으니 매우 헷갈리는 상황인데요. 미-북 양측이 이렇게 시료 채취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 6자회담을 포함한 비핵화 2단계도 마무리 하기 힘든 것 아닙니까?

답)그럴 공산이 커 보입니다. 당초 미국과 남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6개국은 이달 중 베이징에서 6자회담을 열어 핵 검증 문제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합의한 검증의정서를 6자회담이 추인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미국과 북한이 핵 검증 방법을 놓고 각자 딴소리를 하고 있으니 6자회담 개최도 자연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문)비핵화 2단계 일정은 어떻습니까?

답)당초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올해 안에 핵 신고와 불능화, 그리고 핵 검증 체계를 마련해 비핵화 2단계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부시 행정부는 비핵화 1, 2단계를 마치고 내년 1월에 출범하는 오바마 행정부로 하여금 핵 검증과 폐기라는 3단계를 담당하게 한다는 구상이죠. 그러나 최근 이렇게 미-북 간에 시료 채취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시 행정부의 비핵화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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