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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벤 타이완 전 총통 구속


타이완의 천수이벤 전 총통이 구속 수감됐습니다. 타이완에서 전직 최고 권력자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수갑을 찬 천 전 총통의 모습이 텔레비전을 통해 타이완 전역에 방송되면서 타이완은 큰 충격과 혼란에 빠졌습니다. 천 전 총통은 자신의 구속에 대해 마잉주 현 타이완 정권의 정치탄압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요, 유미정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유미정 기자, 먼저 천수이벤 전 총통이 무슨 혐의로 구속, 수감됐는지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천 전 총통은 타이완 정부의 비밀외교 자금인 이른바 '국무기요비' 유용과 해외 돈세탁 등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시작된 검찰의 수사 결과 천 전 총통은 전세계 4대 주 13개 국에, 현재 알려진 것만 10억 타이완 달러, 미화로 약 3천만 달러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사건은 천 전 총통 자신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과 친인척들이 연루된 전형적인 특권층의 비리 양상을 띄고 있어서 타이완 국민들의 큰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천 전 총통의 부인 우수전 여사는 업자들로부터 거액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은 것이 문제 돼 이른바 '옷 로비 사건'으로 조사를 받았구요, 천 전 총통의 사위는 주식 내부자 거래로 거액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가 구속됐습니다. 또 천 전 총통 부부는 며느리의 통장을 통해서 3억 타이완 달러, 미화로 약 1천만 달러를 해외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고, 그의 처남인 우징마오 역시 부패에 연루됐습니다. 이 같은 사실들이 처음 언론을 통해 공개됐던 지난 해 9월 타이완 국민들은 붉은 옷을 입고 부패정치 청산을 외치는 대대적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천수이벤 전 총통은 8년 전 야당인 민진당 후보로 출마해 당시 집권당인 국민당의 부패와 독재를 타도하겠다고 나서 정권교체에 성공한 인물 아닙니까. 그랬던 인물이 부정부패 혐의로 구속됐다니 참 기구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천수이벤 전 총통은 말씀하신대로 지난 2000년 국민당의 부패와 오랜 독재를 타도하겠다고 나서서 타이완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총통으로 선출됐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천 전 총통이 재임 중 국민당의 오랜 금권정치의 악습을 타파하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또 소수의 지지로 집권한 민진당이 집권 초기 재계와의 제도적 통로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계 기부자들과 개인관계를 구축하는 등 국민당의 이른바 정경유착을 노골적으로 답습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천 전 총통은 자신의 부정부패 혐의를 순수히 인정하고 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천 전 총통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부정부패가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타이완의 독립을 원하는 민진당과 그 지지자들을 억압하려는, 국민당과 마잉주 현 정권의 '정치탄압'이라고 강력히 맞서고 있습니다. 천 전 총통의 말을 들어보시죠.

천 총통은 구속에 앞서 지지자들에게22년 전 정치범으로 수감됐던 자신이 이제 또다시 정치범으로 감옥에 간다고 말했습니다.

천 전 총통은11일 검찰에서 혐의와 관련해 5시간이 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는데요, 검찰 출두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타이완 국민당과 중국의 걸림돌이자 국민당 정부의 1호 죄인이 돼서 영광"이라며, "현 정부가 나를 가둬도 내 영혼은 가둘 수 없다"고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검찰 청사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타이완 민주주의 만세", "타이완 독립 만세"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진행자: 중국과 타이완의 관계는 현 마잉주 총통이 취임하면서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천 전 총통은 자신은 결백한데, 친 중국 정책을 펴고 있는 마잉주 총통의 국민당이 타이완 독립을 추구하는 자신과 민진당을 탄압하기 위해서 이번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하는 것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잉주 총통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등 양안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이는 타이완의 유엔 가입과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시도했던 천수이벤 전 총통 때와는 확연히 다른 노선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천 전 총통의 구속이 앞으로 타이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까?

기자: 기본적으로 천 전 총통과 뜻을 같이 하고 있는 민진당이 장외투쟁을 전개할 가능성 등이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타이완 정국은 '친 마잉주, 친 중국' 세력과 '친 천수이벤, 친 타이완 분리' 세력 간 대결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민진당은 지난 달에도 양안 협상창구인 중국의 천윈린 해협양안관계협회 대표단이 타이완을 방문하기에 앞서 60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반 마잉주' '반 중국' 시위를 주도한 바 있습니다. 현 정권은 이번 사건이 정치적 의도가 배제된 순수한 부정부패 사건이라는 점을 최대 강조하면서 정치쟁점화 하는 것을 막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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