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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사분계선 통행 엄격 제한’ 통보


북한 정부가 판문점을 경유한 남북한 간 직통전화를 단절하고, 다음 달부터는 남북한 간 모든 육로 통행을 차단하겠다고 남측에 통보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즉각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위협이 점차 현실로 나타나면서 금강산에 이어 개성공단과 개성관광 중단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가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남북 관계 중단 가능성을 경고해온 북한 당국이 이를 서서히 행동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북한 군부는 12일 다음 달 1일부터 군사분계선(MDL)을 통한 모든 육로 통행을 엄격히 제한하고 차단할 것이라고 남측에 통보했습니다.

"남조선 당국은 현 북남 관계가 전면 차단이라는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북 장성급회담 북측 대표단의 김영철 단장이 전화통지문을 통해 육로 통해 제한 방침을 남측에 통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군부는 남측이 '6.15 와 10.4 선언을 파기하고 반 공화국 대결 소동에 열을 올리고 있어' 군대의 실질적인 조치를 단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북한의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도 12일 판문점 적십자연락대표부를 폐쇄하고 이를 경유한 모든 남북 직통전화를 단절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한국이 유엔총회 제 3위원회에 제출된 북한 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것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이는 북한의 존엄과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도발이며 6.15와 10.4 선언에 대한 전면 부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1971년 첫 남북 적십자회담이 이뤄진 이래 직통전화를 단절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직통전화가 끊김에 따라 남북 간 상설 통로는 군사 직통전화만 남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측의 잇따른 강경 조치와 관련해 12일 밤 외교통상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이 참석하는 고위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앞서 북한 측의 육로 통행 제한 방침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삼간 채 "기다리는 것도 때로는 전략" 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측의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북한이 이러한 조치들을 실행하게 된다면 그 동안 쌓아온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통일부의 김호년 대변인은 12일 논평에서 한국은 6.15와 10.4 선언 등 기존의 남북간 합의 정신을 존중하고 있다며, 현실적인 기초 위에서 북측과 구체적으로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측의 통보내용 자체만을 보면 전면 차단이라고 보기 보다는 제한이라는 용어가 있고 또 12월 1일이라는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전면적인 차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이런 반응은 북한 정부의 압박에 말리지 않고 남북한 상생 공영이란 원칙을 갖고 대화로 모든 사안을 풀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한국 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전면 차단' 이 아닌 '엄격히 제한하고 차단' 한다고 표현을 쓴 만큼 개성공단의 전면 중단 보다는 통행인원을 우선 차단하고 나아가 개성관광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성배 박사] "개성공단 직원들 출입하는 것 까지는 막지 못할 텐데 왜냐하면 그 자체가 개성공단 중단을 의미하기 때문에 민간단체의 개성공단 방문, 또는 시찰 등 이벤트성 행사적 성격의 남북통행은 막을 것 같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백승주 박사는 북한이 시한으로 설정한 12월 1일까지 20일이 남아있다며 쌍방 간 물밑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 20일 정도 있으니까 금강산 문제 등도 함께 폭넓게 물밑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우리 정부가 북측 요구를 수용하면 또 하나의 끌려가는 모습이기 때문에 저는 그것은 의연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북한 경색국면의 골이 더욱 깊어지자 개성공단 입주업체들도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 이임동 팀장은 아직 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 관계자들의 불안감이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개성공단 기업들의 조업 활동은 정상적입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다만 우리 주재원들이나 남측 근로자들이 그 뉴스를 접하고 난 뒤 굉장히 심각하게 불안해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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