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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주라기 공원’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 암으로 타계


미국내 문화계 소식을 전해 드리는 '문화의 향기' 시간입니다. 주라기 공원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 (Michael Crichton)이 지난 주 암으로 타계했습니다. 문화의 향기, 오늘 이 시간에는 크라이튼씨 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구요. 유명한 미국 영화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체인지링 (Changeling)이라는 제목의 새 영화 내용도 살펴보겠습니다.

'주라기 공원 (Jurassic Park)', '콩고 (Congo)', '공포 상태 (State of Fear)', 그리고 응급실이란 뜻의 텔레비전 연속극 'ER'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는 마이클 크라이튼 만큼 화제와 논란을 몰고 다닌 작가도 드물 텐데요. '문화의 향기', 오늘은 먼저 지난 주 타계한 마이클 크라이튼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주라기 공원'으로 유명한 인기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이 지난 4일 암으로 숨졌습니다. 올해 나이 66살이었는데요. 아직 한창 활동할 나이에 숨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마이클 크라이튼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키가 2미터가 넘는 장신이었는데요. 그 큰 키 만큼이나 인상적인 소설을 많이 발표했습니다. 특히 공상과학 소설이 많은데요. 원래 의사 출신이란 배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문학으로 성공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의대에 진학했다고 하는데요. 마이클 크라이튼은 하바드 의대 재학 시절에 존 랭, 또는 제프리 헛슨이란 필명으로 여러 편의 소설을 발표했습니다. 그 후 1969년 실명으로 발표한 '안드로메다 변종 (Andromeda Strain)'이란 소설이 성공을 거두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40여년 동안 소설과 비소설 부문에서 30편에 달하는 작품을 발표했는데요. 전 세계 30개 언어로 번역돼 1억 5천만 부 이상이 팔렸습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이란 이름을 처음 세상에 알린 작품은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안드로메다 변종'인데요. 추락하는 군사위성에 묻어온 정체불명의 외계물질이 지구에 무서운 전염병을 퍼뜨린다는 내용이었죠. 이 작품은 1971년에 영화로 만들어졌고요. 올해 2008년에는 2부작 텔레비전 영화로 제작돼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도 열차 강도 사건을 다룬 1975년 작품 '대 열차 강도', 콩고 밀림을 배경으로 황금사원을 발견한 탐험대와 이를 지키려는 고릴라들 간의 투쟁을 그린 1980년 작품 '콩고', 일본인들의 음모를 파헤치는 1992년 작품 '떠오르는 태양',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1994년 작품 '폭로', 생전에 발표한 마지막 작품이 된 2006년의 '다음'에 이르기까지 마이클 크라이튼의 작품은 출판 즉시 '베스트셀러', 그러니까 가장 잘 팔리는 책 목록에 이름을 올렸죠. 하지만 마이클 크라이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1990년 작품인 '주라기 공원'을 떠올리게 됩니다.

'주라기 공원'은 호박 속에 갇힌 모기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해 멸종된 공룡을 부활시킨다는 내용인데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마이클 크라이튼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주라기 공원'뿐만이 아니라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은 대부분이 영화로 만들어졌는데요. '대 열차 강도' 같은 경우 작가 자신이 직접 감독을 맡기도 했습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또 응급실이란 뜻의 텔레비전 연속극 'ER'의 제작자이기도 합니다. 1994년에 처음 전파를 탄 ER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텔레비전 연속극인데요. 마이클 크라이튼은 이 연속극으로 1996년 텔레비전 방송계 최고 권위의 상인 에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풍부한 상상력, 과학적 이론과 탐구를 기반으로 한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은 독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공포로 몰아넣는데요. 단 한 작품, 작가가 독자들의 공포를 덜어주기 위해 썼다는 소설이 있습니다. 2004년에 나온 '공포상태 '란 소설인데요. 테러분자들이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자금을 모으기 위해 대규모 홍수와 지진 해일을 일으킨다는 내용으로 크라이튼 씨는 지구 온난화 현상이 과장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가 어느 정도나 심각한지 궁금했습니다. 기온이 실제로 올라가고 있는 건지 어떤 건지 알고 싶어서 직접 자료를 찾아봤는데요. 지구 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에 회의가 드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의대에 다닐 때는 암과의 전쟁이 한창이었는데요. 당시에는 의사가 연구비를 지원 받으려면 암 연구를 해야만 했습니다. 지금 환경 문제도 비슷한 상황이 아닌 가 싶어요. 과학자들이 환경문제를 과장하고 있는 거죠."

소설 '공포상태'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보수적인 환경정책을 뒷받침하는 소설로 관심을 모았는데요. 마이클 크라이튼은 부시 대통령의 초대로 백악관 특별회의에 참석하기도 했지만 앨 고어 전 부통령을 비롯한 환경보호 운동가들로부터는 신랄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사실 문학적으로 크게 인정 받는 작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탄탄한 구성과 흥미진진한 소설 내용은 책 읽기를 싫어하는 남학생들까지 독서 삼매경에 빠지게 했고요. 영화로 만들어져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했기 때문에 마이클 크라이튼이 현대 대중 문화에 끼친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평입니다.

문화의 향기, 이번에는 새 영화 소개 순서인데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새 영화 '체인지링 (Changeling)'이 개봉됐습니다. 체인지링은 남몰래 바꿔치기한 어린애를 의미하는 말인데요. 요정이 예쁜 인간 아이를 데려가면서 대신에 못생긴 요정 아이를 두고 간다는 유럽의 전설에서 비롯된 말이죠. 주연 배우 앤젤리나 졸리 씨는 직접 낳은 딸과 쌍둥이 외에도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아이들을 입양해 기르고 있는데요. 이 영화를 찍으면서 아이들 생각에 많이 울었다고 하네요. 주연 배우의 눈물을 자아낸 '체인지링', 과연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시죠?

1928년 미국 서부 로스 앤젤레스, 전화 교환원인 크리스틴 콜린스는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옵니다. 하지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야할 아들 월터가 보이지 않는데요. 아홉살난 아들 월터가 실종됐다는 사실을 깨달은 크리스틴은 경찰에 신고를 하구요. 5개월이 지난 뒤 로스 앤젤레스 경찰은 크리스틴의 아들을 찾아냈다고 밝힙니다.

신문기자와 사진사들이 모여든 가운데 경찰은 크리스틴에게 월터를 넘기는데요. 하지만 크리스틴은 경찰이 데려온 아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란 걸 직감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5달 동안 월터의 모습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월터가 힘든 일을 겪으면서 체중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크리스틴이 못 알아본다는 거죠.

크리스틴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지만 자신의 아이가 아니란 확신은 더욱 굳어지는데요. 경찰에 항의했다가 오히려 정신이상자란 취급만 받습니다. 하지만 브리글렙 목사를 만나면서 힘을 얻게 되는데요. 브리글렙 목사는 당시 로스 앤젤레스 경찰의 부정부패를 밝히려는 사명에 불타 있습니다.

경찰은 대항하거나 항의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브리글렙 목사는 말하는데요. 경찰이 찾아낸 아이가 크리스틴의 아들이 아니란 사실이 밝혀지면 경찰의 위신이 떨어지기 때문에 크리스틴을 꺼린다는 겁니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자신은 단지 아들을 찾고싶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영화 '체인지링'의 연출과 제작은 유명 영화배우 출신인 이스트우드 감독이 맡았구요. 극본은 기자 출신인 마이클 스트라친스키 씨가 썼는데요. 기자 출신이니만큼 실제 사실에 충실하게 극본을 썼다고 하네요.

주연 배우 앤젤리나 졸리 씨는 상당히 극적인 장면들을 연기하는데 모두 실제 인물들이 실제로 겪은 일들이라고 이스트우드 감독은 설명합니다. 당시 실제 상황 그대로이거나 아주 비슷하다는 거죠. 어떻게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살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이스트우드 감독은 말했습니다.

주인공 크리스틴 역의 졸리 씨 역시 정말 놀라운 얘기라고 말했는데요. 만약 누가 이런 얘기를 소설로 썼다면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얘기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했을 거란 겁니다.

당시 로스 앤젤레스 타임즈 신문은 월터 실종사건을 1면에 크게 보도했는데요. 졸리 씨는 신문 기사를 찾아 읽었다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하네요. 결국 이 얘기는 한 여성이 정의를 찾기 위해 제도에 맞서는 얘기라고 졸리 씨는 설명했습니다.

졸리 씨는 크리스틴이 그 시대 다른 여성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직장 여성으로 일을 열심히 하고, 또 엄마로서 아들을 사랑하며 바쁘게 살고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1928년에 살았던 여성이니 만큼 현대 여성에 비하면 위축된 면이 없지않은데요. 영화 '체인지링'은 나서는 걸 두려워하던 여성이 자신의 권리와 아들을 되찾기 위해 힘을 내서 싸우는 과정을 신중하게 그렸다고 졸리 씨는 말했습니다. 인간이 변모하는 과정을 그렸다는 겁니다.

남몰래 뒤바뀐 아이란 뜻의 새 영화 '체인지링'에는 주인공 크리스틴을 돕는 브리글렙 목사 역으로 연기파 배우 존 말코비치 씨가 출연했고요. 로스 앤젤레스 경찰 서장 데이비스 역으로 콤 포어 씨, 그리고 담당 형사 역으로 마이클 켈리 씨가 출연했습니다. 영화 '체인지링'은 80년전 발생한 월터 콜린스 실종 사건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요. 로스 앤젤레스 당국은 경찰 부패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시작했구요. 또 캘리포니아주는 경찰의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새로운 법을 제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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