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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탈북자들, 소득수준 낮아도 만족도 높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평균 수입은 한국민의 3분의 2 수준이지만 삶의 만족도는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이 지난 7년 간 탈북자 10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인데요.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평균 수입은 한국 국민의 3분의 2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삶의 만족도는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한반도평화연구원은 2000년 입국한 탈북자 가운데 1백6명을 대상으로 지난 7년 간 조사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고 밝히고 7일 서울대 의대 함춘회관에서 결과 보고회를 가졌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7년 이상 한국에 거주한 탈북자의 월평균 소득은 2001년 50만2천원에서 2004년 94만9천원으로, 이어 지난 해에는 140만원으로 꾸준히 늘어났지만, 여전히 한국 국민 월 평균 소득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전체에서 중간 이하의 소득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빈곤률도 27%로, 한국 국민의 18%보다 높았습니다.

탈북자의 직업으로는 정규직이 35%, 계약직이 18%, 자영업 15% 순이었으며 직업이 없는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3분의 1이었습니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김연희 교수는 "한국 국민과 탈북자 간 소득을 비교한 결과 정규직에서 가장 차이가 크고 자영업에선 가장 적게 나타났다"며 "탈북자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창업 부문에서의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연세대 의대 전우택 교수는 "탈북자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소규모의 탈북자 자립 단체를 만들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먼저 들어온 탈북자들이 나중에 들어온 탈북자들을 스스로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사기를 예방하고 직업을 선택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도와주는 일종의 자조 그룹이 등장해야 한다는 거죠."

반면 탈북자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오히려 한국 국민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탈북자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총점 5점 만점에 3.43이었지만 한국 국민은 3.27에 그쳤습니다.

연세대 의대 민성길 교수는 "한국에 정착한 뒤 탈북 과정에서 느꼈던 불안 등이 줄고 신체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게 나온 것 같다"며 "이 같은 현상은 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삶의 질 가운데 건강과 자녀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비교적 높았지만 정부의 지원과 교육의 기회가 적고 여가생활이 부족하다는 점에선 만족도가 낮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탈북자들이 느끼는 우울함의 정도는 한국에 정착한 지 3년 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가 이후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서울 사이버대학교 조영아 교수는 "정착 후 1년에서 3년 동안이 심리적으로 가장 취약한 때로 이 시기에 탈북자에 대한 의료 지원이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착 후 3년 정도가 정신 건강이 가장 취약한 시기로 보입니다. 그 이후에는 약간 떨어지다가 유지되는 수준을 보입니다. 그러므로 정부 차원에서의 정착 후 3년에 정신 건강 서비스의 제도적인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가족 없이 혼자 살거나, 한국에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 또 북한에서 결혼한 경험이 있거나 여성인 경우 우울증이나 불안 수준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조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통일부 정착지원과 전승호 과장은 "탈북자에 대한 의료서비스는 정부가 전적으로 떠안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민관 협력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전 과장은 또 "한국 현 정부 들어 탈북자의 제3국 체류기간을 줄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탈북자의 해외 체류기간을 줄이기 위해 한국 정부가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는 1천7백44 명으로 잠정집계돼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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