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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통역 돕던 한국인 선교사 태국서 추방


태국 치앙센 지역에서 탈북자 통역을 돕던 한국인 기독교 선교사 오세우 목사가 지난 10월20일 태국에서 강제추방됐습니다. 태국 법원은 앞서 불법체류 탈북자를 도운 혐의로 오 목사에게 유죄를 선고했었습니다. 한국으로 추방된 오세우 목사는 태국 당국의 처벌 근거가 과장됐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태국 치앙센에서 현지인을 상대로 선교 활동을 하던 한국인 오세우 목사 부부는 지난 해 현지 경찰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라오스를 경유해 밀입국 하는 탈북자들을 체포했는데, 조사를 위해 통역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오세우 목사: "치앙센 경찰서에서 제가 한국 선교사라는 것을 알고 통역을 부탁했었죠. 그런데 외부 언론에 이상하게 오보가 났어요. 한국인이 이 곳에 와서 (탈북자들을) 도와준다고."

2002년 태국에 입국해 선교 활동을 해온 오 목사 부부는 2년 전 `골든 트라이 앵글', 황금의 삼각주로 불리는 이 지역에 도착한 이후 탈북자가 아닌 현지 원주민 선교 활동을 하며 지역 주민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를 적극 돕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태국 당국은 오 목사의 행적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지난 3월 문제의 사건이 터졌습니다.

태국으로 갓 넘어온 한 무리의 탈북자들이 십자가를 발견하고 오 목사의 교회에 문을 두드린 것입니다.

"그 사람들을 교회에 들여 넣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다른 숙소로 안내했고, 차편을 제공하기 위해서 차표를 사 주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형사가) 봤어요. 그러다가 단속이 심한 때여서 저를 잘 모르는 형사들이 저희들을 고발한 거죠."

오 목사는 공식 통역 외에 탈북자를 전문적으로 돕지 않았다며, 그러나 간절히 도움을 요청한 탈북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태국 검찰은 탈북자들을 돕는 오 목사 부부를 현장에서 체포해 기소했습니다.

"처음에 태국인과 여러분들이 진정서를 냈어요. 이 사람이 그런(탈북자) 사역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선교사로 순수한 일을 하다가 그랬다고. 그래서 특별히 1년치 벌금 1만 바트를 내고 풀려났어요. 그리고 아내는 10만 바트, 4백만원에 보석금을 내고 나와 있는 상태고요."

치앙센 법원은 지난 5월 오 목사가 가난한 태국인들을 위해 봉사한 점을 인정해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 그리고 미화 4백 달러 정도에 해당하는 1만 바트의 벌금형을 판결했습니다.

오 목사는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최고 90일 간 머물 수 있는 여행비자를 발급 받고 태국으로 돌아갔으나 이 달 초 비자 연장 신청 중 이민당국에 체포돼 한국으로 강제추방 됐습니다.

치앙센 이민당국의 한 관계자는 29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오 목사의 유죄 판결과 추방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오 목사가 밀입국자인 탈북자들을 도운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형사가 탈북자들을 돕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증거도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 역시 오 목사의 판결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태국은 탈북자들을 중국처럼 북한으로 강제 북송하지 않지만 불법 밀입국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들을 돕는 일 역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오 목사의 부인이 탈북자 지원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 현재 치앙센에 머물고 있는 오 목사의 부인 조복녀 씨는 이르면 다음 달 중순 재판을 받을 예정입니다.

한편 오 목사 부부의 어려움을 접한 방콕주재 한국대사관이 오 목사 부부를 돕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30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정해문 대사가 최근 태국 이민국장을 만나 선처를 부탁하는 등 오 목사 부부가 다시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탈북자 지원 혐의에 대해 이민당국과 오세우 목사 측 주장이 많이 달라 애를 먹고 있다며, 그러나 오 목사가 치앙센의 가난한 지역 주민들을 위해 활동한 점을 감안해 태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 목사는 '미국의 소리' 방송에 억울함을 거듭 호소하며 6년 간 정들었던 태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태국과 한국 당국의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상당히 답답합니다. 사실 선교를 하러 갔다가 그렇게 돼서 마음이 매우 그렇습니다. 빨리 이 것이 해결돼서 빨리 들어가야 겠다…하는 생각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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