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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원, ‘위장 망명 탈북자 아직 큰 문제 아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실을 숨긴 채 다른 제3국에 망명을 신청하는 이른바 '위장 망명' 탈북자 문제가 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 위장 망명 탈북자들은 특히 영국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영국의 한 국회의원은 영국과 한국 정부가 정보 공유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며, 영국에서는 아직까지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영국 정부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탈북자 2백 5명의 망명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영국 정부 공식자료에 따르면, 이 중 70%인 1백45명은 망명을 승인 받은 반면 29%는 거부 당했으며, 1%는 인도주의적 보호 조치를 받은 것으로 잠정집계됐습니다.

망명자에 대한 처우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영국에서는 지난 2005년에 불과 25건이었던 탈북자 망명 허용 여부 결정사례가 올들어 6개월 만에 2백 건을 넘어섰습니다.

영국의 존 그로건 (John Grogan) 노동당 하원의원은 27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특히 지난 해 말부터 영국에 망명을 신청하는 탈북자 수가 부쩍 늘었다며, 이 중 이른바 위장 망명 탈북자도 적발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로건 의원은 "영국 내 망명 신청 건 가운데 탈북자를 가장한 한국인들과 한국에 이미 정착한 탈북자들의 사례가 여러 건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로건 의원은 위장 망명 탈북자들은 한국에서 적응을 못하는 사람들일 뿐이지 망명 신청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기간 중 위장 망명을 시도하다 적발된 탈북자는 28명 이상이며 이 중 절대 다수는 영국으로 가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여당인 한나라당의 홍정욱 의원은 지난 23일 외교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위장 망명을 시도하는 탈북자는 한국에서 정착 지원 혜택을 누린 뒤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실을 숨긴 채 망명자에게 더 나은 혜택을 주는 선진국에 망명 신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로건 의원은 영국 내 탈북자 망명신청 건의 과반수는 "진짜 (genuine)"라며, 위장 망명 탈북자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탈북자들의 전체 망명 신청 건수가 적어서 이 문제는 영국에서 아직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로건 의원은 90년대 말 코소보 사태 때도 많은 알바니아인들이 코소보 주민으로 위장해 영국에 위장 망명을 시도했었다며 이 문제는 탈북자들에만 국한된 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로건 의원은 영국 정부는 한국 정부와의 합의 아래 지문조회를 통한 신원 확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로건 의원은 "영국에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가 한국 국적 취득자라는 의심이 생길 경우 영국 당국은 한국에 의뢰해 지문정보를 공유"해서 지문 일치 여부를 확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위장 망명 시도 사례가 적발되면 정착지원금을 감액 조치하고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유럽국가 정상들은 오는 2010년까지 '공동의 망명 정책 (Common Asylum Policy)'을 마련하기로 4년 전 약속했습니다.

그로건 의원은 "유럽국가들이 받아들이는 망명 신청자 수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현재 유럽 전체를 위한 공통된 망명 정책을 향해 점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영국은 영어를 사용한다는 장점과 런던이 세계적인 도시라는 이유 등으로 망명 신청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유럽 차원에서 일관된 망명정책이 마련되면 망명 신청자들이 어디에 가도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른바 '망명 쇼핑' 현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그로건 의원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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