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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량난으로 여성·유아 만성적 영양 부족 시달려’


서울에서는 23일 세계식량기구 WFP, 세계보건기구 WHO, 유엔아동기금 UNICEF 등 유엔 산하기구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국제 학술회의가 열렸습니다. 서울의 김은지 기자를 연결해 이 날 열린 회의와 관련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오늘 회의에서 나온 북한 식량난에 대한 평가가 매우 절박하던데요, 그런데 세계식량계획과 유엔아동기금 관계자의 식량난에 대한 평가가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네 오늘 토론회에선 대북 지원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두 국제기구인 세계식량계획과 유엔아동기금간의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앞서 전해드렸듯 유엔아동기금의 발라고팔 대표는 90년대 말의 최악의 식량난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한 반면, 마저리 대표는 식량 사정이 심각하기는 하지만 90년대처럼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실태를 파악하는 데 조금씩 차이가 나는 이유는 아무래도 북한에서 정확한 통계자료를 확보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오늘 참석한 국제기구 관계자들의 얘기입니다.

실제 발라고팔 대표는 올해 곡물 수확량이 4백80만 톤 정도가 될 것이라는 북한 농업성의 발표가 정확한 자료인지 믿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북한 내 인도적 식량 지원을 총괄하는WFP의 장 피에르 드 마저리 평양사무소장이 밝힌 식량 사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전해주시죠.

세계식량계획의 장 피에르 드 마저리 평양 사무소장은 북한주민의 75%가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끼니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저리 소장은 또 식사량이 적아지면서 식단 역시 단조로워져 두 가지 또는 세 가지 식품군을 섭취하는 비율이 81%를 차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비료 등의 부족으로 올해와 내년 수확량이 불확실하고 대규모 식량 수입도 기대할 수 없다"며 식량난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마저리 소장은 "식량 공급 상황이 좋지 않으면 노인이나 아이들, 여성과 같은 가장 취약한 계층이 고통을 겪기 시작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마저리 소장은 북한에서 "지난 6개월간 유로화 기준으로 쌀은 4배 이상, 옥수수는 3배 이상 값이 올랐다"며 "북한 당국과 논의한 결과 심각한 상황이라고 결론 내리고 6월부터 인도적 식량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식량과 연료 가격을 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저리 소장은 "북한 당국의 모니터링 상황이 많이 개선돼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게 됐다"며 이는 전례 없는 조치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질문> 오늘 회의에서는 또 세계보건기구 관계자가 북한주민 가운데 특히 취약계층인 여성과 아이들의 건강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는데요. 이들의 건강 상태가 어떻답니까?

세계보건기구(WHO) 평양사무소의 보건의료 전문가인 아빈드 마서 박사는 식량난이 장기화되면서 여성들과 유아들이 만성적인 영양 부족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산모들은 빈혈이나 영양부족, 야맹증, 저체중 출산 등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마서 박사에 따르면 북한에서 출생아 10만 명당 산모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산모 사망률은 97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북한에서 신생아 1천명 중 생후 1년 미만에 사망하는 수를 나타내는 영아 사망률은 20.23명이고, 5세 미만 유아 사망률은 40.87명입니다.

이는 남한 유아 사망률에 비해 8배에서 10배 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이는 WHO 기준으로 '영양불량위험 국가'에 속하는 수치라고 마셜 박사는 설명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싸베시와 푸리 북한사무소 대표는 "북한에는 병원 5백 여개의 병원과 4천여명의 의사 등이 있어 통계상으로는 보건 환경이 좋아 보이지만 시설은 낙후됐고, 의료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의료진의 역량을 강화하고 의료시설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질문> 특히 북한 아이들이 건강 상태가 더 나빠진 이유가 영양 부족 외에도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고팔란 발라고팔 유엔아동기금(UNICEF) 북한사무소 대표는 상수시설이 작동되지 않아 오염된 물을 먹고 있어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발라고팔 대표는 "상수시설이 낡은데다 전력이 부족해 양수시설도 갖춰지지 않아 안전한 물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발라고팔 대표는 북한의 상수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UN과 민간단체들이 중력을 이용해 물을 공급하는 공급방식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7월 함경북도 양강도 지역에서 12일간 체류하면서 탁아소, 고아원, 병원 등 10곳을 방문해보니 "35~40%의 어린이가 영양실조 상태였고, 이는 물을 잘못 먹어 걸린 설사 등 각종 질병과 관련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질문> 유엔개발계획(UNDP)의 대북 사업 재개와 관련된 얘기들도 나왔다구요?

발라고팔 유엔아동기금 북한사무소 대표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관계자들이 최근 북한사무소를 다시 여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들었다"며 "이 문제가 내년 1월 UNDP 이사회에 상정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유엔개발계획이 주관해 온 대북 개발지원 사업은 지난해 3월 미국이 제기한 북한의 자금전용 의혹으로 인해 파견직원이 철수한 뒤 중단된 상태입니다.

발라고팔 대표는 "유엔의 대북 원조전략은 경제적 관리,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 환경 관리, 식량원조, 기본적인 사회 서비스 강화 등 크게 5가지인데 이 가운데 식량과 사회 서비스는 유니세프의 분야지만 나머지는 유엔 개발계획의 활동과 관계가 있다"며 "유엔 개발계획의 대북 활동 재개를 희망했습니다.

<질문> 오늘 회의에서는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됐다지요? 어떤 내용들이었나요?

이화여대 통일연구소 최대석 소장은 "민간단체와 국제 기구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최 소장은 "앞으로의 대북 지원사업은 구호적 지원에서 벗어나 북한을 전반적으로 개선시키는 개발과 복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주변국과의 공조를 통해 북한 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개발금융지원 그룹이라는 KEDO같은 방식으로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 EU 일본 중국 등 주변국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동북아 개발은행이라는 방식으로 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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