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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남자 배우만 출연한 ‘로미오와 줄리엣’ 워싱턴 무대에 올라


이번에는 미국내 문화계 소식을 전해 드리는 '문화의 향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남자 배우들만 출연한 이색적인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에 관해 전해 드리구요. 인기 배우 러셀 크로우와 리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첩보 영화 'Body of Lies (거짓의 본체)' 내용도 살펴 봅니다.

최근 워싱턴 문화계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연극 편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남자 배우들만 출연한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인데요. '로미오와 줄리엣' 16세기말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 윌리암 셰익스피어가 발표한 희곡이죠. 이탈리아 베로나를 배경으로 서로 원수 관계에 있는 몬태규 집안의 아들 로미오와 캐풀렛 가의 줄리엣이 사랑에 빠지고,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비극적인 얘기인데요. 이런 남녀 간의 안타까운 사랑 얘기를 남자 배우들끼리 과연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하죠? 부지영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이죠? 발코니 장면인데요. 로미오가 아래서 엿듣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줄리엣이 로미오에게 원수의 이름을 버리라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열네살의 줄리엣이 한숨 쉬며 독백하는 이 대사는 남자 배우 제임스 데이비스 씨가 연기했습니다.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연회 장면


사실 옛날에는 여자인 줄리엣을 남자 배우가 연기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셰익스피어가 처음 '로미오와 줄리엣' 희곡을 발표했던 16세기 당시 영국에서는 여자가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게 법으로 금지돼 있었으니까 말이죠. 그러니 당연히 줄리엣은 남자 배우의 몫이었습니다. 그후 17세기 중반 찰스 2세가 프랑스에서 돌아와 왕위를 되찾고 난 뒤에야 여자 배우들이 관객들 앞에 서는 게 허용됐는데요.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을 연출한 데이비드 뮤즈 씨는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면서 동시에 새로운 느낌을 주는 연극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네요.

"로미오와 줄리엣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새로운 분위기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요. 내내 궁리하다가 출연자들을 전원 남자 배우들로 채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원래 모두 남자 배우들이 연기했으니까 원작에 더 가까이 다가선다는 의미도 있었구요. 동시에 기존의 인식과는 전혀 다른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요 무대에서 남자 배우들 만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상연된 건 4백년 만의 일이니까요."

이번 연극을 준비하면서 무엇보다도 어려웠던 일은 줄리엣을 연기할 남자 배우를 찾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여자 역할을 할 남자 배우를 찾으면서 전 네가지를 따졌습니다. 하나는 큰 무대에서 이 연극의 대사를 제대로 소화해낼 만한 능력이 있느냐 하는 거였구요. 두번째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느냐 하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세번째가 외모였는데, 셰익스피어가 살던 시대에 줄리엣을 연기한 남자 배우는 아마 이렇게 생겼을 것이다 하고 상상했을 때, 거기에 어느 정도 들어맞는 사람을 원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는 여성성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았죠. 정말 몇 달 동안 수백명의 배우들을 봤는데, 제임스를 만나고 나서 무척 기뻤습니다. 바로 이 사람이다 싶었죠."

주인공 줄리엣 역할을 한 제임스 데이비스 씨는 앞서 셰익스피어 연극 '베로나의 두 신사'에서도 여자 역할인 줄리아 역을 맡은 적이 있다며, 줄리엣 역할을 하는데 망설임이나 두려움은 없었다고 합니다.

"제가 여자 역할에 접근을 잘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여자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여성성과 남성성을 동시에 찾으려고 하거든요. 대사를 할 때도 여성성을 표현한다기 보다 대사에 담겨있는 의미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줄리엣을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가슴 아래부터 허리 부분까지 졸라매는 여성 속옷, 즉 코르셋을 입고 거추장스러운 가발을 써야하는 것이었다는데요?

"난생 처음 긴 치마와 코르셋을 입어야 했으니까요. 가발을 쓰고 분장을 하는 일이 제일 힘들었어요. 또 무대에서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하는데 어찌나 더운 지 내내 땀 흘리느라 혼났습니다. 화장도 막 지워지구요. 익숙해질 때까지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이번에 공연된 새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힘차고 역동적이었는데요. 연출자 데이비드 뮤즈 씨는 원래 의도했던 건 아니었다고 합니다.

"특별히 가볍거나 재미있는 연극을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닙니다. 셰익스피어가 쓴 대로, 희곡에 나와있는 대로 하려고 했죠. 그러다 보니 상당히 경쾌하고 재미있는 연극이 됐는데요. 아무래도 남자 배우들이 모여서 연기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게 원래 셰익스피어가 의도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도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 주인공들의 사랑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둬서 상연 날짜가 연장되기도 했습니다.

(엠씨) , 부지영기자, 들었습니다. 그런데부지영기자는연극을직접보고왔죠? 실제로보니까남자가연기한줄리엣, 어떻든가요?

(부) 사실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줄리엣 역할을 맡은 배우가 키가 1백80 센티미터가 넘는, 그야말로 어깨가 떡 벌어진 청년이었거든요. 로미오보다 키가 더 크더라구요.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에 입맞춤 장면이 여러 번 나오잖아요. 처음 연회 장면에서 두 남자가 입 맞추는 모습을 보니까 좀 그렇더라구요. 다른 관객들 중에도 좀 역겹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많았구요. 하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몰두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줄리엣을 연기하는 배우가 남자다, 뭐 그런 생각을 잊어버리게 되더군요.

(엠씨) 실제로보진않아서모르겠지만이상한느낌이같기도하군요. 그런데남자배우들만출연한이번'로미오와줄리엣'맞서, 전원여자배우만출연한'로미오와줄리엣' 공연도있었죠?

(부) 그렇습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태피티 펑크 극단'이 '가장 위대하고 슬픈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이란 제목으로 3주 동안 공연을 했죠. 사실 셰익스피어 연극에는 워낙 여자 배우가 할 만한 역할이 많지 않은데요.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만 해도 고작 4명뿐이니까요? 하지만 그 얼마 되지않는 여자 역할을 남자 배우들이 독차지한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고 하네요.

*****

문화의향기, 이번에는영화한편소개해드리죠. 인기배우러셀크로우와리오나르도디카프리오가주연한영화'Body of Lies (거짓의본체)개봉됐습니다. 워싱턴과중동을배경으로첩보영화인데요. 신문기고가인데이비드이그나셔스씨의소설을영화로만든것이라고하는군요? 김현진기자가자세히소개해드립니다.

에드 호프만은 미 중앙정보국, CIA의 중동 문제 책임자인데요. 워싱턴 교외 버지니아주에 있는 CIA 본부에 앉아서 중동 작전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로저 페리스는 호프만의 지시를 받아 중동 현지에서 활동하는 CIA 요원입니다.

페리스는 악명 높은 테러주의자인 알-살림의 뒤를 쫓고 있는데요. 알-살림은 일련의 테러 공격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에서 위험에 처했다 벗어난 페리스는 요르단의 수도 암만으로 향하는데요. 상사인 호프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요르단의 정보 총 책임자인 하니 살라암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페리스는 살라암에게 테러범 알-살림의 안가를 발견했다고 말하구요. 살라암은 서로 협력해서 일하려면 절대로 자신에게 거짓말을 해선 안된다고 당부합니다. 한편 페리스의 상사인 호프만은 워싱턴 교외 CIA 본부에서 위험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데요. 이 계획은 요르단 정보부와의 동맹은 물론, 부하 직원인 페리스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하는 것입니다.

호프만 역을 맡은 호주 배우 러셀 크로우 씨는 영화에서 대부분 전화를 거는 모습으로 나오는데요. 늘 전화기를 손에 들고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사람들을 부추키고 조종합니다.

호프만이 지시하는 일과 실제로 그 일이 벌어지는 현장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고 크로우 씨는 지적하는데요. 그처럼 현실감이 없기 때문에 호프만이 일하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호프만에게 있어서 중동 작전은 비디오 게임이나 마찬가지란 거죠. 하지만 페리스는 그 비디오 게임 속에서 실제로 뛰고 있는 사람이라고 크로우 씨는 설명했습니다.

호프만의 부하 페리스 역으로는 리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씨가 출연했는데요. 페리스는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양심과 자신이 부여 받은 임무 사이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섭니다.

페리스는 계속 원하지않는 일을 지시 받는다고 디카프리오 씨는 말했는데요. 국가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옳지않다고 생각하는 일을 자꾸 맡게 되면서 큰 갈등이 생긴다는 거죠. 페리스는 가능한한 일을 잘 해내려고 하지만 양 측에 조종 당한다고 디카프리오 씨는 설명했습니다.

영화 'Body of Lies (거짓의 본체)'를 연출한 리들리 스캇 감독은 페리스와 요르단 정보 책임자 하니와의 관계, 그리고 페리스와 독단적인 상사 호프만과의 관계는 매우 대조적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유혹과 배신에 관한 것이라고 스캇 감독은 설명했습니다. 호프만은 그보다 더한 보상이 따를 경우, 직원들 중에서 그 분야에 가장 뛰어난 사람을 배신하는 행위도 서슴치않는다는 거죠.

영화 'Body of Lies (거짓의 본체)'에는 이란의 인기 여배우 골쉬프타 파라하니 씨가 페리스와 사랑에 빠지는 간호사 역으로 출연했구요. 이스라엘 태생의 알론 아붓 불 씨가 테러주의자 알-살림 역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영화 촬영은 대부분 이 곳 워싱턴과 모로코에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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