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 전문가, "남북관계 전면 차단은 남북 모두에 손해"

  • 유미정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관계를 전면 차단하겠다는 북한 측의 경고를 실제적인 위협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실제로 전면 차단될 경우 남북한 모두 손해를 입게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유미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이 남북관계 전면 차단 등 중대결단을 경고한 가운데,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이에 과민하게 반응하지 말 것을 조언했습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의 데이비드 강 교수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의 경고는 실제적인 위협이라기 보다는 큰 소리를 처보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강 교수는 북한은 지난 달에도 핵 검증체계를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이 있자 영변 재처리 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 (IAEA) 검증단의 접근을 금지했었다며, 북한이 실제로 남북관계 전면 차단과 같은 경고를 이행할지는 더 두고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교수는 이어 한국 등 주변국들은 매일 일어나는 북한 내 작은 변화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해 거시적인 관점을 갖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경우도 바로 그런 전형적인 예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학 정치학과의 김홍낙 교수 역시 이번 발표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일관적으로 주장해 온 것이6.15공동선언과 10.4 합의 사항을 한국 측에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그 것을 이행하기 전에는 남북대화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었거든요. 이번 성명을 보니까 현재까지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성명인 것 같습니다. 결국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처럼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북한에 대해 계속해서 대폭적인 경제 지원을 해 줄 것을 원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한국 정부가 크게 놀랄 수준의 성명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북한은 16일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북한과의 대결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남북관계 전면 차단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경고가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미국과만 대화하고 한국은 배제한다는 이른바 '통미봉남'전략을 본격화하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홍낙 교수는 지금처럼 미국과 한국 간의 관계가 긴밀한 상황에서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경제적으로 '경제후퇴(Recession)' 등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고, 만일 북한과 비핵화 과정에 대한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고 약속한 사항들을 이행하게 될 때는 결국 경제원조가 어젠다(agenda)에 오르게 되는데, 그 때는 미국 측에서는 가급적 한국이나 일본에 요청을 해서 북한에 경제원조를 제공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한국도 일본도 필요 없고, 이들 국가들이 미국이 원하는 대로 따라 갈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갖고 미국만 상대하는 통미봉남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면 그것은 성과가 없는 오산이라고 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실제로 남북관계의 전면 차단을 실행으로 옮길 경우 득실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남북관계가 전면 차단되면 북한 근로자 3만 여명이 일하고 있는 개성공단 사업 등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인 마커스 놀랜드 박사는 남북관계의 전면 차단으로 더 큰 손실을 보게 되는 쪽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습니다.

놀랜드 박사는 북한의 입장에서 남북관계 전면 차단은 온갖 종류의 경제적 역효과를 불러오겠지만, 문제는 북한 정부가 그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될 주민들의 복지에는 전혀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놀랜드 박사는 북한 정부는 당 간부들이나 군부에 충성하는 층 등 소수의 정치적 이해에 근거해 정책결정을 내린다며, 이들 결정권자들은 남북관계 차단으로 인해 불리함을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다트머스대학의 데이비드 강 교수는 남북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한국의 이해에 부합한다며, 남북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어느 정도의 포용정책을 보여주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강 교수는 남북관계 전면 차단은 남북한 모두가 패자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남한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게 되고, 경제 지원은 중국이, 안보 문제는 미국이 주도하게 될 텐데, 한국은 그런 상황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강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일본의 예를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북 핵 협상에서 납북 일본인 문제를 집요하게 추궁하며 대북 지원 등을 거부했지만 결국 일본은 더욱 고립됐으며, 미국은 일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다는 것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