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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레바논, 외교관계 수립과 전망


지난 수십년 동안 앙숙관계에 있던 중동의 시리아와 레바논이 외교관계를 수립했습니다. 중동의 군사강국 시리아는 30년 동안이나 레바논에 군대를 주둔시켜서 레바논 국민들의 원성을 샀는데요, 이번 외교관계 수립으로 두 나라가 과거의 앙금을 씻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먼저 시리아와 레바논이 이번에 합의한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시리아와 레바논의 외무장관이 15일 공동성명에 서명했는데요, 두 나라는 이 공동성명에서 양국 외교관계가 서명 당일인 15일부터 효력을 발생한다고 선포했습니다.

두 나라는 상대국의 주권과 독립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관계를 강화하고, 두 나라 국민들의 염원에 부응해서 형제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시리아와 레바논 모두 지난 1940년대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나라들인데요, 두 나라가 외교관계를 공식적으로 맺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공동성명이 발표되기 하루 앞서,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레바논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대통령 포고령을 발표했습니다.

MC: 시리아가 이번 외교관계 수립에 더 적극적인 듯한 인상을 갖게 하는 대목인 것 같은데, 사실 시리아는 지난 수십년 동안 레바논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시리아는 지난 60여년 동안 레바논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은 채 내정간섭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지난 1970년대부터는 아예 레바논에 군대를 주둔시켰습니다. 1976년 내전에 휩싸인 레바논 측이 시리아에 평화유지군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10년이 지난 뒤 이젠 그만 나가달라고 했지만 시리아는 이런 요구를 계속 묵살했습니다. 1990년에 내전이 끝난 뒤에도 시리아는 평화유지라는 명목으로 레바논에 1만4천 명의 병력을 계속 주둔시켰고 정보요원들을 사회 곳곳에 심어 놓았습니다. 이렇게 사실상 레바논을 점령한 시리아는 레바논의 정치를 마음대로 주무르면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지중해 연안의 작은 나라 레바논으로서는 중동의 군사대국인 인접국 시리아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없었습니다.

MC: 그러던 시리아가 지난 2005년에 레바논에서 군대를 철수했는데, 어떤 이유에서 그런 겁니까?

기자: 같은 해 2월 레바논의 라피크 하리리 총리가 차량폭탄 테러로 숨졌는데요, 이 사건의 배후로 시리아가 지목됐기 때문입니다. 하리리 총리가 레바논에 주둔한 시리아 군의 철수를 강력히 주장하던 터였기 때문에, 그의 암살 사건에 시리아가 개입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시리아는 이 사건과 아무 상관없다고 주장했지만 그동안 참았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레바논 국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항의시위를 벌였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압력도 이어졌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리아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시리아는 하리리 총리가 암살된 지 두 달만에 레바논에서 군대를 모두 철수했는데요, 레바논에 군대를 주둔시킨 지 30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MC: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시리아와 레바논 두 나라가 이번에 외교관계를 수립하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사실 레바논의 반 시리아 세력과 서방국가들은 시리아가 레바논의 주권을 인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외교관계 수립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레바논 국내정치적으로 시리아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이 격렬하게 대립하면서 이 문제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올해 들어 양측이 무력충돌 사태를 끝내고 권력을 나눠 갖기로 합의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습니다. 새로 수립된 공동정부는 시리아와 외교관계 수립에 나섰고, 과거 두 나라를 식민통치했던 프랑스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습니다. 그러다 시리아의 뱌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과 레바논의 미셸 술레이만 대통령이 지난 7월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만나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겁니다.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 이후 서방국가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아왔던 시리아는 레바논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무대에 다시 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습니다.

MC: 시리아와 레바논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만큼, 레바논이 시리아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봐도 좋은 겁니까?

기자: 아직 속단하기는 일러 보입니다. 지난 달에도 시리아는 1만 명의 군대를 레바논 북부와 맞닿은 국경지대에 배치해서 긴장을 고조시켰습니다.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17명을 숨지게 한 테러공격이 있었는데, 그 대응 조치로 국경지대의 군대를 배치했다는 게 시리아의 설명이었습니다. 테러 용의자들과 불법무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는 건데요, 하지만 레바논의 시리아 반대세력은 시리아가 테러 사건을 빌미로 또다시 레바논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레바논 공동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무장세력 헤즈볼라도 관심 대상인데요, 시리아의 지원을 받고 있는 헤즈볼라가 레바논 정치의 한 축을 이루는 한, 시리아의 영향력은 계속 살아있다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MC: 지금까지 중동의 시리아와 레바논이 외교관계를 수립했다는 소식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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