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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군 부대 시찰 사진, 건강 이상설 오히려 증폭"

  • 최원기

북한은 지난 주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 부대를 시찰하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북한은 이번에 공개된 사진들을 통해 건강 이상설이 나도는 김 위원장의 건재를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진이 최근 것이 아니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오히려 건강 이상설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한 여러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북한은 지난 11일 김 위원장의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군 821 군 부대 산하 여성 포중대를 현지지도하는 사진을 10여 장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사진촬영 일시와 장소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의 사진이 공개된 것은 58일만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점퍼 차림에 색안경을 쓰고 군 부대를 시찰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사진 속의 김 위원장은 건강한 모습이었으며,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거나, 병을 앓은 흔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관측통들은 이번에 공개된 사진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기 전에 촬영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진 속에 배경으로 나오는 나무와 산림이 너무 푸르러 10월에 촬영된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서울의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 NK'의 손광주 국장 입니다.

북한이 10여 장의 사진을 공개한 것도 의혹을 일게 하는 대목입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김정일 위원장이 현지지도를 한 며칠 뒤 2~3 장, 많아야 5장 정도의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한꺼번에 10여 장의 사진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한국 `중앙일보'에서 북한을 담당하는 채병건 기자는 말했습니다.

사진 공개 시점도 석연찮습니다. 북한이 만일 노동당 창건일인 10월10일에 사진을 공개했더라면 보다 효과적이었을 것입니다. 당시 한국과 미국, 일본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이 노동당 창건일에 등장할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문제의 사진을 11일 새벽에 공개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 언론도 이번에 공개된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AP 통신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번에 공개된 사진이 가을이 아니라 한 여름에 촬영된 것같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일본의 북한 전문가인 와세다대학의 시게무라 도시미쓰 교수도 지난 12일 영국의 `텔레그래프 신문' 기고를 통해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최근 촬영된 것이 아니다" 라며 "이는 거꾸로 김정일이 중병을 앓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공개된 김정일 사진을 보면서 드는 한 가지 의문은 `왜 북한이 이렇게 논란을 빚을 사진을 공개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만일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이 군 부대 내무반을 시찰하는 사진만 공개했더라면 논란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초록색이 선명한 나무와 산림이 있는 사진을 공개해 이같은 의혹을 자초했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손광주 국장은 이와 관련해 두 가지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하나는 이번 사진 공개가 북한주민들을 염두에 뒀다는 것입니다. 손 국장에 따르면 북한주민들도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달 9.9절에 이어 10일 당 창건 기념일에 등장하지 않자 건강 이상설 등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북한 당국은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을 크게 실어 이같은 의혹을 불식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북한은 그동안 김 위원장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촬영 일시와 장소를 밝히지 않왔기 때문에 이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북한 당국이 '의도하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을 가능성입니다. 즉 김 위원장이 자신의 건강 이상설을 불식하기 위해 사진 공개를 지시했는데 실무자가 몇 장의 사진을 공개할지 몰라 모두 공개하는 실수를 저질렀을 수 있다고 손광주 국장은 말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불식하기 위해 사진을 공개했지만 상황은 평양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동영상이나 촬영 시점이 분명한 사진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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