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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특집] 최고 지도자 정치도구로 전락


북한의 조선노동당이 지난 10일로 창건 63주년을 맞았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노동당 특집보도 첫 번째 순서로 어제 노동당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에 대해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노동당이 북한의 권력구조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최원기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문) 최 기자, 우선 조선노동당이 언제 어디서 창건됐는지 설명해 주시죠.

답) 조선노동당의 기원은 지난 1945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서북 5당 책임자 및 열성자 대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평양에서는 북한의 대표적인 공산주의자 70 여명이 모여 '조선노동당 북조선 분국'을 만들었는데요. 분국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이유는 당시 서울에 이미 박헌영을 중심으로 하는 '조선노동당'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처럼 해방 이후 서울과 평양에 떨어져 있던 두 개의 노동당은 우여곡절을 겪다가 1949년 6월 '조선공산당'으로 통합해 다시 출범합니다. 당시 당 지도부에는 김일성과 박헌영, 김책, 박일우, 허가이, 이승엽, 김삼룡, 김두봉, 허헌 등이 있었습니다.

문) 북한의 노동당은 흔히 '김일성당'또는 '김정일당' 으로 불리는데, 노동당이 언제부터 이렇게 김일성 부자의 당이 됐습니까?

답) 조금 전에 1949년 출범한 조선노동당의 지도부 명단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당초 노동당은 북로당과 남로당은 물론, 소련파와 연안파 등 4개 정치세력의 연합체였습니다. 실제로 당 창건 당시 9명의 수뇌부 가운데 김일성의 직계는 김책 한 사람 뿐이었습니다. 김일성이 노동당 안에서도 소수파였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김일성은 1953년 남로당의 박헌영을 '미제 스파이'로 몰아 숙청한 데 이어 중국에서 항일운동을 하던 연안파와 소련파를 차례로 제거했습니다. 그 결과 노동당은 60년대부터 김일성-김정일 일파가 주도하는 당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 전문가들은 흔히 북한은 '당이 국가기관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하는데, 북한의 권력 판도에서 노동당의 위치는 어느 정도입니까?

답) 노동당의 정치적 위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북한 헌법입니다. 지난 1992년 개정된 북한의 헌법 11조는 "북한은 노동당의 영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고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또 노동당 규약에도 "당은 북한의 모든 조직체 중 최고의 혁명조직"이라고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당이 정치와 행정은 물론이고 사회, 경제 등 북한의 모든 분야를 감독하고 통제한다는 뜻입니다.

문) 미국과 한국 같은 민주국가에서는 독재와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권력을 행정, 입법, 사법 이렇게 3개로 쪼개서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는데요. 북한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답)북한에서는 노동당이 정치와 입법, 사법, 경제, 사회, 군사, 언론 등 전 분야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 헌법에 따르면 입법부인 최고인민회의는 최고의 주권기관이라고 명문화 돼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최고인민회의는 1백% 노동당의 지시와 통제를 받습니다. 노동당원이 아닌 사람이 대의원에 출마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구요.또 노동당은 내각은 물론이고 공장, 기업소, 학교, 지방에 거미줄 같은 당 위원회와 세포조직을 깔아놨습니다. 그 결과 북한에서 당의 촉수와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문) 한마디로 노동당이 '국가 속의 국가'라는 뜻이군요.

그런데 노동신문은 노동당이 인민을 위하는 '어머니 당'이라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 현실은 어떻습니까?

답) 탈북자들은 노동당과 인민 간의 신뢰 관계는 90년대 '고난의 행군'겪으면서 완전히 깨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동당원들의 부정부패와 '세도주의'가 상당히 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단적인 예로, 북한에서는 '당 간부는 당당하게 해먹고, 보위부는 보이지 않게 해먹고, 안전부는 안전하게 해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당 간부들의 부정부패가 심하다고 합니다.

문) 그런데 당 간부들의 `세도주의'는 무엇입니까?

답) 세도주의는 당 간부들이 자신의 힘을 믿고 인민들을 무시하고 못살게 구는 것입니다. 북한의 공식문서인 김정일 선집에 따르면 김정일 총비서가 지난 2003년 10월 28일 당 중앙위원회 간부와의 담화에서 "당 간부 사이에서 아직도 세도를 쓰거나 관료주의를 부리는 현상이 있다"고 지적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김정일 위원장 자신도 공식 석상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당 간부들의 세도주의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 같다고 관측통들은 말합니다.

문) 중국도 공산당 1당 체제인데,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을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답)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은 같이 사회주의를 표명하고 있지만 당 내부의 권력구조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은 한마디로 김정일 당 총비서의 개인 사유물입니다. 김정일 총비서가 당의 모든 정책과 인사권을 틀어쥔 것은 물론 자신을 신격화해서 자신과 견해가 다를 경우 이를 가차없이 처벌합니다. 또 김정일 총비서는 임기가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총비서를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중국 공산당은 당내 민주주의가 있습니다. 또 중국 공산당은 지난 1982년부터 우상숭배와 개인독재를 금지시켰습니다. 특히 임기제를 도입해 정치국원을 두 번 이상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중국 공산당은 중국을 활기차게 끌어가고 있는 반면, 북한 노동당은 주민들을 감시하고 억압, 통제하는 기구가 되고 말았습니다.

문) 노동당이 이렇게 김정일 총비서의 개인 정당으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전문가들은 그 답을 북한의 `유일지도체계'에서 찾고 있습니다. 노동당은 지난 1970년 열린 5차 당 대회에서 '당은 오직 수령의 사상에 의해서만 지도된다'고 당 규약에 명문화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유일지도체계인데요. 이는 김정일만이 당을 지도할 뿐 그 나머지 사람들은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사람이 무슨 의견을 내놓을 경우 김정일은 이를 `반당 행위'로 몰아서 언제라도 처벌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는 가령 고난의 행군기간 중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어도 아무도 이 것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한국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자신의 책 '조선노동당 연구'에서 "유일지도체계가 당의 발전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이 때문에 당이 수령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됐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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