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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북한의 실질적 혜택은 제한적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함에 따라 북한이 실질적으로 얻을 혜택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는 부시 행정부의 임기 종료 전 북 핵 합의 2단계를 마무리 짓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나, 북한은 약속을 위반하면 언제고 다시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조치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닐 뿐 실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미미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 7월 17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이 플루토늄을 만들지 못하게 하고 핵 장치를 만들 지 못하도록 하는 대가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로 했지만, 북미 양자간 뿐만 아니라 다자간 다른 제재가 많이 있어서 이는 상징적인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됨에 따라 누리게 된 가시적인 혜택으로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접근이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자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른 나라들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반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국제금융제도법 (International Financial Institutions Act) 상의 규제가 풀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현재 북한에 대해 계속 유지하고 있는 제재들 중2000년에 제정된 '북한,이란, 시리아 확산금지법(INKSNA)'과 2006년에 제정된 '북한 확산금지법'등은 국제금융기구 내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들 기구에서 실질적으로 금융 지원을 받는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 6월 26일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대북 적성국교역법 폐지 방침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핵장치 폭발 실험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인권 침해 등과 관련된 제재들은 다른 법과 규정에 근거해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미 상무부는 따라서 이러한 여타 제재들에 근거해,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발효되더라도 식량과 의약품을 제외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 등 물품의 북한 수출에 대한 승인제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자체 웹싸이트에 밝혔습니다. 이는 앞으로도 개성공단으로의 첨단 물자와 장비 반입에 여러 애로사항이 있을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가 이번 조치를 통해 임기 종료 전 북 핵 문제를 일정 수준 매듭 지으려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1990년대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퍼드 대학 교수는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단지 임시 방편(stop gap)일 뿐이며, 미국에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기까지는 북핵 협상에 더 이상의 큰 진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을 뿐더러, 지금까지 북한 당국과 부시 행정부의 주파수가(wavelength) 맞지 않았다"고 스트로브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소 '아시아 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 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6자회담 2.13 합의 상의 2단계 조치의 완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북 핵 문제와 관련해서 부시 행정부가 일정 부분 매듭을 짓고 차기 정부에는 숙제를 남기지 않는 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부시 행정부의 나머지 임기 동안 검증팀이 북 핵 시설을 방문하는 정도의 진전을 예상할 수 있으며, 앞으로 차기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 비핵화 3단계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는 언제라도 되돌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퍼드 대학 교수는 "부시 행정부는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여부가 미국 대통령의 자유 재량이라는 점, 또 명단 삭제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도구라는 점을 말과 행동을 통해 명백히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스 장관도 앞서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이행하지 않거나 미국을 기만하면, 풀었던 제재를 다시 가하고, 새로운 제재도 더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이번 조치로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크지 않으며 잠정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양국 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를 지낸 에반스 리비어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는 미-북 양국이 반 세기에 걸친 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회장은 "테러지원국 해제가 조만간 연락사무소 설치 등 양국 관계 정상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앞으로 미국과 북한 간에 한층 더 활발한 인적, 문화적 교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소리,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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