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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워싱턴 화가, 이산가족 아픔 전하는 전시회 열어


이번에는 미국내 문화계 소식을 전해 드리는 '문화의 향기' 시간입니다. 미국 서부 워싱턴 주에 거주하는 화가가 남북 이산가족의 아픔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에 관한 소식 자세히 전해 드리구요. 미국의 유명 배우 에드 해리스 씨가 극본을 쓰고 감독한 서부 영화 '애팔루사 (Appaloosa)' 내용도 소개해 드립니다.

로레인 톨러의 작품 '먹어'

로레인 톨러의 작품 '미배달'



한국에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아직 차례도 열리지 못했습니다. 현재 한국 통일부에 등록된 이산 가족은 92천명에 달하는데요. 그동안 10 차례에 걸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로 1만여명의 한국인들이 북한 측의 가족을 만났지만, 아직까지 가족을 만난 이들보다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죠. 이런 가운데 평생 헤어진 가족을 그리다 숨진 한인 어머니의 회한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는 화가가 있는데요. 미국 서부 워싱턴주 타코마시에 거주하는 로레인 톨러 씨입니다. 이산가족의 아픔과 한인의 분산을 주제로 톨러 씨의 전시회 소식, 부지영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화폭을 가득 메우고 있는 나이 든 여성의 얼굴… 지긋이 감은 두 눈에선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 하고, 꽉 다문 입은 울음을 참고 있는 듯 합니다. 우편물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미배달이란 뜻의 'Not Received' 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화가 로레인 톨러 씨가 그린 것입니다.

"제가 유치원 다닐 때 한국의 의정부에서 살았는데요. 당시 한국에 살게되자 어머니가 헤어진 가족을 찾기 위해 사설 탐정을 고용하셨어요. 그래서 헤어진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여러번 쓰셨는데, 답장을 받긴 커녕 편지들이 되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 때 돌아온 편지들을 보면서 슬퍼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렸습니다."

톨러 씨의 어머니 김옥춘 씨는 북한 출신인데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 아직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을 당시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가족과 헤어졌다고 합니다.

"12살 때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셨다고 해요. 어머니네가 대가족이었어요. 어머니 사촌만 11명이었다고 하니까요. 모두 남으로 내려오기로 했지만 다 같이 움직이는 것 보다 2명씩 따로 내려가서 만나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했나봐요. 어머니는 당시 10살이던 남동생과 짝이 돼서 내려오셨는데요. 오다가 동생 마저 잃어버리고 혼자가 되셨죠."

톨러 씨의 어머니 김옥춘 씨가 동생의 손을 이끌고 내려오던 장면은 '누나에게 매달려 (Hang on Sister)'란 작품에 잘 묘사돼 있습니다. 나무 한 그루 없이 메마른 언덕을 배경으로 손을 잡고 걸어가는 두 남매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요. 한 쪽 구석에 헬기 한 대가 맴돌고 있습니다.

"저희가 의정부에 살 때는 한국에 벌거숭이 산 투성이였어요. 산에 나무라곤 없었죠. 어머니가 동생과 함께 북에서 내려올 때도 그랬다고 해요. 하늘에 유엔군 헬기가 날고 있는데, 하늘에서 보면 민간인인지 군인인지 구별을 못하니까 그냥 총격을 가하곤 했다는 거에요. 그런데 나무 한 그루 없으니까 숨을 곳 하나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톨러 씨의 어머니 김옥춘 씨는 미군 부대에서 일하다가 주한 미군이던 톨러 씨의 아버지를 만나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도 평생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버리지 못했는데요. 결국 부모 형제의 생사 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지난 1997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톨러 씨는 숨진 어머니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어머니의 얘기를 화폭에 담았다고 말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내내 마음이 무거웠고, 어떻게 어머니를 기릴 수 있을까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요. 지난 해 어머니 10주기를 맞으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니가 해주신 얘기를 기억하면서 어머니를 추억하고, 어머니의 생을 기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톨러 씨는 현재 워싱턴주 타코마 시에 있는 미술센터 '타코마 아트 플레이스'에서 '북한의 가족 얘기 (Families from North Korea)'란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남북 이산가족의 아픔을 알리고 싶어합니다.

"제가 알기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가족들의 이미지를 그리기 위해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나름대로 조사를 하고, 다른 이산가족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한 두 사람의 얘기가 아니더라구요. 저희 어머니 세대 많은 사람들이 겪은 일이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톨러 씨의 작품들 가운데는 '이모와 애기'처럼 어머니에게서 들은 얘기를 상상하며 그린 그림은 물론, '돌'이나 '어부바'처럼 한국 풍습을 묘사한 그림도 있구요. '먹어'란 제목의 작품도 있습니다. 먹을 걸 권하며 숟가락을 내밀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요. 자식에게 음식을 먹이는 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어머니 상을 풍자한 것입니다.

톨러 씨는 그저 보기에 아름다운 그림은 그리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톨러 씨는 또한 한국의 전통 민요인 '아리랑'에도 깊은 관심을 표했습니다.

"한국 사람이라면, 또 저처럼 부모중 한 쪽이라도 한국과 관련이 있다면 누구나 다 아리랑을 알잖아요. 그동안 '아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을 여럿 그렸는데요. 앞으로도 계속 그리려구요. 아리랑 종류가 워낙 많잖아요. 가족에 대한 그리움, 고향, 실연, 이런 여러가지 얘기가 있는데요. 저희 어머니가 아리랑 노래를 불러주시곤 했기 때문에 아리랑에 관심이 많아요."

톨러 씨는 앞으로도 그림을 통해 어머니의 얘기, 남북으로 갈려 이산가족이 된 한인들의 아픈 사연을 알리겠다고 말했는데요. 이제 겨우 표면을 건드린데 불과하다며, 하고 싶은 얘기가 아주 많다고 말했습니다. 톨러 씨는 이번 전시회와 더불어 자신의 작품에 얽힌 사연을 나누기 위한 설명회를 열었는데요. 이 자리에는 퍼시픽 루서란 대학교의 애담 캐스카트 교수가 특별 초빙돼 북한의 역사와 문화에 관해 강연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영화 소개 순서인데요. 미국 배우 에드 해리스 하면 연기파 배우로 유명하죠. '트루만 ', '아폴로 13', '아름다운 마음' 많은 영화에 출연해서 세계 영화 애호가들에게 익숙한 얼굴인데요. 비록 한번도 상을 타진 못했지만 영화계 최고 권위의 상인 아카데미상 후보에 네번이나 올랐구요. 지난 2000년에는 화가 시드니 폴락의 생애를 그린 영화 '폴락' 연출을 맡아 감독으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에드 해리스 씨가 극본과 연출, 주연을 겸한 영화가 최근 세계 극장에서 개봉됐는데요. 19세기말 미국을 배경으로 서부극이라고 합니다. 영화 '애팔루사 (Appaloosa)', 김현진 기자가 소개해 드립니다

버질 콜과 에브릿 힛치는 둘 다 말 수는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싸움이라면 물러서는 법이 없는데요. 두 사람 다 남북전쟁에 나가 싸운 경력이 있는 군인 출신이죠. 버질과 에브릿은 19세기말 무법천지가 된 한 마을의 치안을 담당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서부로 향합니다.

애팔루사 마을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주민은 브래그란 이름의 농장주인인데요. 거만하기 짝이 없는 브래그와 그 일당은 마을을 휩쓸고 다니며 온갖 포악한 행동을 서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브래그 일당에게 제동을 걸 인물이 나타나는데요. 바로 새 보안관 버질 콜과 그의 부하 에브릿 힛치 입니다.

콜은 이제부터 지켜야할 법 조항을 문에 붙여 놓았다며, 이를 따르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체포하겠다는 거죠. 만약 체포에 불응한다면 총격을 당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의 말이 곧 법이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격렬한 총싸움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서부영화라고 할 수가 없겠죠. 콜과 힛치, 그리고 브래그 일당 사이에 한바탕 총격전이 벌어지게 되구요. 또 아름다운 여성이 마을에 나타나면서 삼각 관계가 형성됩니다.

'애팔루사'는 미국 작가 로버트 B. 파커 씨의 소설을 토대로 한 영화인데요. 서부영화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 당시 서부 무법지대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에드 해리스 감독은 말합니다.

해리스 씨는 영화 '애팔루사'의 감독을 맡은 외에도 로버트 나트 씨와 공동으로 극본도 썼습니다. 또 직접 주인공인 콜 역으로 출연했는데요. 고전 서부영화의 양식을 그대로 따르면서, 19세기말 시대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씨에 따르면 주인공 버질 콜은 서부영화에 흔히 나오는 전형적인 인물이지만 오늘날 현실 세계에서도 비슷한 사람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버질 콜은 스스로 법을 수호하는 사람이란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해리스 씨는 말했는데요. 스스로 법을 정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일단 자신이 지키려고 하는 도덕적 기준이 있다는 겁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들'의 애라곤 역으로 유명한 비고 모르텐센 씨가 버질의 부하 힛치 역을 맡았는데요.

모르텐센 씨는 두 사람이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면서 서로를 깊이 신뢰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앨리슨 프렌치란 이름의 젊은 여성이 등장하면서 콜과 힛치의 우정이 시험대에 오르게 됩니다. 콜은 곧 앨리슨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한편으로 앨리슨과 힛치 사이에도 묘한 감정이 흐릅니다. 콜과 힛치, 두 남자에게 모두 매력을 느끼는 앨리슨 역은 아카데미상 수상자인 르네 젤웨거 씨가 맡았습니다.

영화 '애팔루사'에는 또다른 아카데미상 수상 배우인 제레미 아이언스 씨가 오만한 농장주 랜달 브래그 역으로 출연했구요. 영화 촬영은 대부분 미국 서부 뉴멕시코 주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서부 황야를 연상시키는 영화 주제음악은 제프 빌 씨가 담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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