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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핵 문제 선결 후 동북아 평화체제 가능”


어제 워싱턴에서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평화안보체제를 구축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동북아 평화안보체제는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 핵 6자회담에서 핵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관련국들이 동북아시아 평화안보체제를 구축하기는 어렵다고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가 말했습니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교수는 2일 사사카와 평화재단이 '아시아의 안보 협력'을 주제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차 교수는 "동북아 평화안보체제는 아시아 지역에서 정식 안보기구를 구축하려는 첫 시도"라고 평가하고, "북한 핵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돼야 6자회담 참가국들이 안보기구 구축의 근간이 되는 심도 있는 협력과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차 교수는 자신이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였을 당시 "6자회담 참가국들은 동북아 평화안보체제와 관련해 형식적인 기구를 설립하기 보다는 역내 안보의 개념과 이를 위한 원칙과 규칙에 대해 우선 모든 참가국들이 동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생각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믿는다" 고 말했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의 데렉 미첼 선임 연구원은 "6자회담의 근본 목적인 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서둘러 새로운 안보기구를 구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첼 연구원은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이며, 현재 아시아 지역의 여러 현안들은 굳이 안보기구를 통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다양한 통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첼 연구원은 아시아 지역에는 이미 동남아시아국가연합 ASEAN을 비롯해 여러 국가별 협의체들이 있으며, 여러 나라가 이 협의체들에 중복 가입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빅터 차 교수도 현재 이미 아시아 지역에 다양한 협의체들이 있는 점에 주목하며, "앞으로 역내에 정식 안보기구가 설립되기 보다는 각국의 이해에 따라 현안 별로 소집되는 기능적인 소규모 국가별 협의체들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차 교수는 이러한 국가별 모임에서 미국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차 교수는 "쓰나미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아시아 각국은 미국의 도움을 기대했다"며 "미국은 아직도 아시아에서 지도자이자 주된 원조국으로 간주되며, 미국을 제외한 아시아 안보체계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차 교수는 아시아 각국의 미국과의 관계를 비롯해, 탄탄한 양자 관계 위에서만 다자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데렉 미첼 연구원도 "환경과 에너지와 같은 비전통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다자협의체가 중요하지만, 국가 간 갈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아직도 양자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미첼 연구원은 다만, 한국과 같이 강대국들에 둘러쌓여 있는 국가의 경우 미국과만 긴밀한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최영종 가톨릭대학 교수는 냉전시대와 달리 미국과 한국의 동맹관계가 제대로 작동하더라도 한국의 안보 우려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북한 등 주변국들과 양자관계를 강화하더라도 이들에 대한 영향력이 없기 때문에 안보 우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최 교수는 "지역안보체계를 구축할 때야 비로소 한국의 안보 우려가 해소될 것이며, 한국은 특정국가와의 관계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조은정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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