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한국, 북한 급변사태 대비 남북 법 통합 계획해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북한법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남북한 법률 통합 계획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북한법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에 대비해 남북한 법률을 통합하기 위한 계획이 미리 준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홍준형 서울대 교수는 25일 한국 정부수립 60주년을 기념해 법제처 등이 국가인권위원회 토론실에서 '한국통일과 법적 과제'를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한동안 남북한 사이에 평화적인 교류와 통일 논의가 진행되면서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 즉 '서든 데스'의 발생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서든 데스라는 그런 가설은 폐기되기 보다는 수정돼야 했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김정일 와병설 등 북한에서의 변화, 일종의 불안요소들이 이야기되고 있는 것처럼 언제라도 남북관계는 예기치 못한 사태를 맞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홍 교수는 "통일이 남북한 당국자들 간의 평화적 합의에 따라 단계적, 계획적으로 실현될 것이라는 연착륙 시나리오는 무력충돌에 의한 통일 못지 않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홍 교수는 이와 함께 "남북통일 과정에서 법치국가에 기반한 통일헌법 제정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주민의 참여를 통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 합의에 의해 법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홍 교수는 이와 관련해 "입법 사법 행정 기구와 법제의 통합을 위해 북한 지역에서 민주적 선거 등을 통해 새로운 인민대표 기구가 구성되도록 해야 한다"며 "이 기구는 독일 통일 과정에서의 '원탁회의' 처럼 체제전환을 이끄는 중추기관으로서 남북통합의 합의가 성립될 때 까지 과도기적으로 존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 주제발표자로 나선 신영호 고려대 교수는 사법적 측면에선 월남한 한국 국민들의 재산권을 규정하는 재산법과 이산가족 재결합을 다루는 가족법 등 두 가지 법률이 가장 시급한 숙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신 교수는 통일 전이라도 남북한 주민들 사이에 통일 후 빚어질 수 있는 민사상 분쟁을 줄이기 위한 특례법 제정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신 교수는 이와 관련해 탈북자가 북한에 남아있는 배우자와 이혼을 하고 남한에서 새 가정을 꾸릴 수 있게 허용한 '북한 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 2항이 좋은 선례라고 소개했습니다. 신 교수는 "북한에서도 북한에 남은 탈북자의 배우자가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이와 비슷한 법적 장치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 교수는 또 "남북한 사이에 경제교류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서로 다른 민사법의 적용을 받는 남북한 사람들 사이에 분쟁이 점점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면서 "개성공단에서 벌어질 분쟁들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남북한 법 통합을 위한 좋은 실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렇지만 남북한 경제통합의 시금석이 되고 있는 개성공업지구와 관련한 남북한 민사분쟁의 발생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와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는 북한법의 관할 하에 있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남북한 법이 공존하고 있는 개성공업지구 내에서의 실험은 통일 후의 사법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서를 제공해 주기에 충분하다고 봅니다"

'한국 통일과 국제법적 과제'를 주제로 발표자로 나선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해 "형식과 내용, 대표자격 등 모든 면에서 격식을 갖춘 민족의 장전"이라며 "국제법적 자격을 갖췄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교수는 "다만 국제법적 효과를 얻으려면 합의서가 남북관계를 정의한 '잠정적 특수관계'를 어떻게 제도화하고 화해협력과 군사적 신뢰를 어떻게 구축할 지 그리고 합의서의 국회 비준 동의와 유엔 등록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