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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포럼, 북한인권 위령제 열어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서울에서 일주일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2008 북한인권 국민캠페인'이 오늘로 사흘째를 맞았습니다. 오늘(24일)은 탈북 과정에서 죽거나 기아로 굶어 죽은 북한 주민들을 위로하는 북한 인권 위령제가 열렸습니다. 서울의 김은지 기자가 위령제가 열린 임진각을 다녀왔습니다.

탈북 과정에서 또는 굶주려 숨진 북한주민들의 넋을 위로하는 북한 인권 위령제가 북한인권 국민캠페인 조직위원회 주관으로 24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열렸습니다.

북한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탈북자 등 1백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위령제는 식전 타종행사에 이어 국민의례와 묵념, 살풀이 공연과 헌화, 추도사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북한인권 국민캠페인 공동대회장을 맡은 유세희 한양대 명예교수는 "오늘 위령제가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슬픔과 아픔으로 전달돼 북한의 인권 문제가 바로 서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유 교수는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 모두가 열심히 살아 언젠가 올 통일시대에 북한의 인권 함양에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탈북자 김유경 씨는 추모사에서 꿈도 펴보지 못하고 죽어간 북한의 어린이들과 중국과 몽골 등지에서 살아오지 못한 탈북자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위로했습니다.

EJK Act 1-0924 "사랑하는 자식을 두고 눈도 감지 못하고 간 우리의 부모 형제들이여, 북한 산천에 절통한 영혼을 뿌리고 간 영혼들이여2008년 북한인권 캠페인 북한 인권 위령제 참가자 일동"

이어 북한에 남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낭송이 이어졌습니다.

2006년 북한을 떠나 한국에 온 탈북자 정필 씨는 편지에서 쇠약한 어머니만 남겨두고 혼자만 자유를 찾아온 불효를 용서해 달라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정필 씨는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부디 건강하게 지내 달라"며 큰 절을 올렸습니다.

EJK Act 2-0924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은 어머니, 이 불효자식이 여기 임진각에 왔어요. 온다 간다 말도 없이 국경을 넘어간 자식 걱정에 홀로 늙어가실 어머니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아무리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산다고 해도 행복하지 않아요. 어머니 품에 앉길 그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아 요즘은 꿈속에서 고향으로 가고 있어요 조금만 참으세요. 어머니를 너무 오래 고생시키지는 않을게요 "

이날 행사에는 북한을 떠나 힘겹게 살고 있는 탈북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겨레 하나예술단의 특별공연도 마련됐습니다.

탈북자들은 '아 내 고향'과 '임진강' '토장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고 북한의 전통무용인 물동이 춤과 장고 춤을 선보이자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기도 했습니다.

2002년 탈북한 김윤정 씨는 "북한에 두고 온 아이를 생각하며 내내 마음 아프게 살았는데 여기 와서 고향사람들도 만나고 이렇게 공연까지 보니 다시 기운이 난다"며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EJK Act 3-0924 "통일전망대에 오니까 이제까지 고향을 잊고 살았는데 북한 생각이 나더라구요. 마침 어제 꿈에도 북에 두고 온 동생들이랑 저희 딸을 봐서인지 감정이 복받쳤습니다. 아마 이 공연을 보려고 꿈을 꿨나 봅니다. 앞으론 일만하지 말고 이런 곳도 자주 나와보고 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며 위령제를 마무리한 뒤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풍선을 날려 보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기자와 작가로 일하다 1996년 탈북한 장해성 씨는 "친척과 동료들이 있는 고향 땅을 지척에 두고도 갈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며 "통일이 되는 그 날까지 건강하게 살아서 동료들을 만나자고 적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위령제를 보러 온 남한 사람들도 숙연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온 양순례 씨는 추도사 때부터 눈시울을 붉히다 편지가 낭송되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양 씨는 "이렇게 와서 보니 모두가 한 핏줄 한민족인데 떨어져 살고 있다는 것은 비극"이라며 "남북 모두가 똑같이 잘 살수 있도록 싸우지 말고 하나로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EJK Act 4-0924 "따뜻한 마음으로 같은 형제들이 잘 살아야 하는데 왜 서로를 아프게 하는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낭독하는데 슬프고 마음이 울적했어요. '남북이 싸우지 않고 서로의 힘을 모아 모두 다 함께 살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어요. 여기 온 지30분만에 이제 처음 웃어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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