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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구제금융 받는 월가에 요구해야 할 것들


구제금융 받는 월가에 요구해야 할 것들

(문) 김정우 기자, 지난 시간에도 전해 드렸지만, 최근 파산위기에 몰린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에게 돈을 지원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이런 주장들을 정리해 보면 먼저 민간기업이 저지른 잘못에 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가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요, 다른 하나는 꼭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면 이에 보상이 주어지고, 이런 금융위기를 초래한 경영자와 주주 그리고 채권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클린턴 대통령 때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저명한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가 최근 발표한 글이 화제더군요?

(답) 네, 라이시 전장관은 최근 자신의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에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납세자로부터 돈을 지원받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이라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에서 라이시 전장관은 미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월가의 은행들에 대한 지원을 하겠다면 그 대가로 이들 금융기관들에게 마땅히 요구해야 할 것을 제시했습니다.

(문) 이글에서 라이시 전장관은 미국 국민들은 미국 정부가 월가를 위해서 소위 금액이 적혀 있지 않은 '백지수표'를 달라는 요구를 바라만 보고 있으면 않된다고 주장했던데요?

(답) 네, 라이시 전장관, 월가의 기업들이나 투자가들이 지난 몇 년 간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나서는, 그들의 직무유기나 배임, 탐욕, 그리고 이해하기 힘든 어리석음으로 발생한 사태에 대해서 미국의 각 가정에게 2,000 달러에서 5,000 달러까지 뜯어내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라이시 전장관은 또 정부가 국민에게 돈을 달라고 말하는 시기도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많은 미국인들이 높은 실업률과 임금 하락, 기름값, 식료품 값, 의료보험, 아이들 학비 그리고 자동차와 주택 할부금 때문에 쩔쩔매고 있다고 지적하고, 왜 이렇게 힘든 시기에 미국 국민들이 월가에 소위 '적선'을 해야 하느냐라고 주장했습니다.

(문) 그렇다면 라이시 전장관이 요구한 5개항은 어떤 내용인가요?

(답) 라이시 전장관은 첫번째로 미국 정부가 납세자들이 정부가 사들이는 부실채권에 비례해 해당 기업의 주식을 인수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시장이 안정돼서 주가가 오르면, 투입된 세금이 회수되고, 이 와중에 위험을 감수한 납세자들이 보상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두번째 항목으로는 이번에 공적 자금을 받는 회사의 경영진들은 보수로 과다하게 지급되는 회사의 주식 등 모든 형태의 보상을 포기하고, 향후 5년 동안 자신들의 보수를 회사 수익에 따라 지급받을 것을 주장했습니다.

(문) 이 두번째 항목을 월가의 사람들이 가장 싫어할 것 같군요. 다음 항목은 어떤 것들이죠?

(답) 다음 세번째로는 월가의 모든 경영진은 이번 대선과 향후 선거출마자들에게 선거자금을 후원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기업이나 단체가 정치인에게 돈을 주기 위해서는 정치행동위원회란 조직을 구성해야 하는데요, 라이시 전장관은 월가의 정치행동위원회는 모두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월가의 로비스트들은 의회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면 모든 로비활동을 그만두라는 얘기죠. 또 라이시 전장관은 왜 납세자들이 자신들로부터 돈을 뜯어가려고 의회에 로비를 하는 조직들에게 돈을 대줘야 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문) 라이시 전장관, 이렇게 로비스트들의 활동을 규제하라고 촉구하는 걸 보면, 로비스트들과 기업 그리고 정부 간 유착관계가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라는 말 처럼 들리는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라이시 전장관 이외에 다른 전문가들도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에 고용된 로비스트들이 정부와 의회에 로비를 벌여서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완화를 이끌어 냈고, 이것이 이번 금융위기를 불러온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마지막 항목들은 어떤 것들인가요?

(답) 네, 네번째 항목은 부적절한 규제와 정부당국의 태만으로 이번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 말하고, 의회에 초당파적 심의기구를 구성해서, 금융기관과 상품에 대한 규제정책을 도입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론 집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집소유주들을 돕기 위해서, 퇴출되는 기업의 파산작업을 담당할 판사들로 하여금 이들 파산하는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 모기지 관련 채권을 우선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라이시 전장관은 월가의 은행들이 납세자의 돈을 가져다 쓰는 마당에, 이들 납세자들이 집을 잃어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자신의 글에서 주장했습니다.

ROTC 지원 않는 미 아이비리그 대학생들

(문) 김정우 기자, 다음 소식으로 넘어가 볼까요?

(답) 네 미국에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을 선발해 군사훈련을 시켜서, 대학 졸업 후에 군장교로 뽑아가는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학군사관후보생, 영어로는 ROTC라고도 하는데요, 한국에는 제가 알기론 거의 모든 대학에 이 제도가 있지요. 그런데 미국의 대학엔 특히 '아이비리그'라고 불리는 미국 동부의 명문대 8개 대학 가운데, 5개 학교에 이 ROTC 제도가 없다는군요. 이런 와중에 최근 대선후보인 오바마 후보와 매케인 후보가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이 ROTC제도에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 명문 중에 명문이라는 이 아이비리그의 대학생들, ROTC를 비롯한 군복무에는 관심이 없는건가요?

(답) 네,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브라운대는 1996년부터 이 ROTC제도를 도입했답니다. 그런데 이제까지 ROTC학생으로 이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단 한 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미국 명문대 재학생들이 얼마나 군복무를 기피하는가를 알 수 있는 통계가 있는데요, '미국 상류층의 군대면제가 국가에 끼치는 폐해'라는 제목의 책을 쓴 프랭크 쉐퍼 씨에 따르면 1956년에 아이비리그 대학 중에 하나인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학생들 중 약 400명이 군복무를 했지만, 2004년에는 이 학교의 졸업생 중 단지 9명이 군에 지원했다고 합니다.

(문) 명문대학들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지만 미국의 ROTC제도는 역사가 깊죠?

(답) 그렇습니다. 이 제도는 약 14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 ROTC 프로그램으로 이제까지 수천 명의 학생들을 장교로 길러냈지요.

(문) 그런데 이런 ROTC제도가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요?

(답) 이 ROTC제도는 지난 베트남 전쟁을 거치면서 일종의 정치적인 문제가 됐습니다. 베트남 전이 장기화되면서 반전 여론이 강해지고, 군에 대한 인식이 악화됐지요. 이로 인해 대학가에선 대학 구내에 상주하는 ROTC 모병관과 훈련관의 철수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강해졌습니다. 또 최근에는 동성애자의 군복무를 금지하는 미군의 정책때문에 다소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는 미국의 명문 대학들에선 이런 장교모집제도가 배척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일부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ROTC 과목에 학점을 주는 것도 인정치 않고 있습니다.

(문) 이런 아비비리그 명문 대학들의 ROTC 기피현상, 군당국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답) 미군 측은 지금은 베트남 전쟁 시기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이들 아이비 리그 출신들이 군에 진출하게 되면, 군의 질이 향상되고 군대 내 인재 구성도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ROTC 제도를 받아 들이더라도 이 ROTC에 지원할 학생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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