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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시아 야당, “정권교체에 필요한 의석 확보”


말레시아의 야당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이 정권 교체에 필요한 의석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말레시아에서는 지난 3월 치러진 총선거에서 50년 만에 처음으로 집권여당이 의석의 3분의 2를 확보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이런 총선 결과에 힘입어 야당 연합이 연립정권을 붕괴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먼저 야당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의 주장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말레시아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서 과반수 의원의 지지를 얻은 세력이 집권하는데요, 안와르는 어제 (16일) 연립정권 소속의 의원 상당수가 자신을 지지하기로 약속했다면서, 지금까지 확보한 의원들만으로도 정권교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만큼, 안와르는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 총리가 스스로 정권을 내놓고 순조로운 정권이양을 위해 야당과 협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안와르의 말입니다.

정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양될지는 압둘라 총리와 논의를 해봐야 알겠지만, 총리가 회담 제의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바란다는 말입니다.

MC: 압둘라 총리는 안와르의 제안에 어떤 입장을 내놓았습니까?

기자: 압둘라 총리는 정권교체에 충분한 의석을 확보했다는 안와르의 주장을 일축하고, 정권교체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그러면서 안와르가 환상 속에서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는데요, 안와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총리 집무실로 벌써 들이닥쳐서 승리를 외쳤지, 한가롭게 정권이양을 위한 회담을 제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C: 안와르가 지지세력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정확히 알려진 게 있습니까?

기자: 아직은 없습니다. 안와르도 연립정부 소속 의원들 가운데 누가 야당 연합에 합류하기로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의 신원이 알려지면 정부여당이 이들을 협박하거나 이런 저런 이유를 대서 체포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현재 안와르의 '국민정의당'과 다른 2개 정당이 합친 야당 연합은 전체 2백22석 가운데 과반에 30석이 부족한 82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립 정부 소속 의원 가운데 30명이 합류하면 새 정부 수립이 가능합니다.

MC: 30명이면 꽤 많은 수인데, 안와르가 정권교체를 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의석을 확보했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가 있습니까?

기자: 말레시아의 연립정권 '국민전선'이 내부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국민전선은 지난 3월 총선거에서1백40석을 차지했는데요, 과반이 넘는 의석이기는 하지만 말레시아 역사상 집권 여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확보하지 못한 건 50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안와르가 이끈 야당의 바람몰이가 큰 역할을 했는데요, 야당 연합은 의석수를 종전의 20석에서 82석으로 크게 늘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때문에 연립정권 안에서는 압둘라 총리가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서둘러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게 일었습니다. 여기에다 이달 중순까지 연립정부를 붕괴시키겠다는 안와르의 공개 선언이 있은 뒤에 연립정권 안에서 일부 의원들이 동요했는데요, 지난 주 49명이나 되는 의원들이 타이완의 농업 현장 시찰을 명목으로 갑자기 외유를 떠난 것도 일부 의원들의 연립정권 이탈을 막기 위한 게 아니었냐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MC: 말레시아 연립정권이 흔들리게 된 데는 지난 3월 총선 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안와르가 총선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뭡니까?

기자: 안와르는 정부의 인종차별 정책과 부정부패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국민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특히 그동안 정부의 말레이족 우대정책으로 숨을 죽이고 살아야 했던 중국계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는데요, 중국계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말레시아 상권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MC: 안와르는 지금은 야당 지도자가 됐지만, 전에는 집권 여당의 부총리까지 지내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안와르는 지난 2002년까지 집권했던 마하티르 총리 아래에서 한 때 2인자로 군림했던 인물입니다. 안와르는 지난 1993년부터 98년까지 부총리를 지내면서, 차기 총리로 물망에 오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마하티르 총리와 사이가 벌어진 뒤,

1998년에 동성애와 부정부패 혐의로 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4년에 풀려났습니다. 안와르는 정치적 복권이 이뤄진 뒤 지난 8월 야당 후보로 보궐선거에 당선돼 정계에 복귀했습니다.

MC: 지금까지 정권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말레시아 정국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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