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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 후계구도 미정립, 독재정권의 취약성"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면서 서방 언론들은 곧바로 북한 정권 내부의 권력투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북한의 경우 일인독재체제로, 최고 권력자의 유고나 비상사태시 민주국가들과는 달리 합법적인 권력이양 절차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유미정 기자가 자세한 내용 전해드립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학의 북한 문제 전문가인 김홍낙교수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후계구도 미정립으로 인한 북한 대내외 정책의 혼란과 불확실성은 바로 독재정권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정치 체제 하에서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과 수상 등을 선출함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확실히 돼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북한이나 과거 소련, 중국 등 독재국가들의 권력승계 과정을 본다면 제도적 장치가 완전히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돌변 사태가 생길 때 충분한 제도적 장치가 안 돼 있으므로 사태가 발생할 당시 가장 큰 권력을 잡고 있는 층에서 권력을 잡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들은 대통령 등 최고 통치자 유고시 승계 순위를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이같은 법적 장치가 없는 북한의 경우 김정일 위원장의 유고 등 비상사태 발생은 곧바로 권력 공백이나 권력투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자신이 62살 때인 1974년에 이미 아들인 김정일로의 권력세습을 공식화 해, 그가 1994년 갑자기 사망했을 때도 권력 내부에 정치적 동요 등 혼란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66세인 김정일 위원장은 아직까지 자신의 세 아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후계자로 지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의 북한 전문가인 데이비드 강 교수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의 후계구도 정립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북한 내 권력 분파의 힘이 생각보다 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강 교수는 김정일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일에 너무 집중해 있어 후계자 구축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지 않고 있을 수 있고, 또 정권 내부 분파의 힘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 보다 더 강력하고 날카로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이들의 반대를 우려해 김정일 자신이 선호하는 후계자를 아직 정식으로 지명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후계구도와 관련해 부자 3대 세습과 군부통치, 그리고 집단지도체제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어떤 형태의 후계구도가 들어서든 북한은 군부 중심의 통치체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후계구도 설정에서 군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국방위원장'이라는 군 직책을 갖고 북한을 통치해 온 데서 알 수 있듯이 북한 군부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며, 앞으로 북한의 후계구도 역시 군부를 중심으로 정립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대학의 김홍낙 교수도 김정일의 유고 등 갑작스런 사고 발생시 아직 권력을 승계할 훈련과 준비가 안 돼 있는 아들들에게 권력을 세습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군부가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것을 계기로 북한 정권은 후계구도 정립을 가속화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다트머스대학의 데이비드 강 교수는 어떤 후계자가 권력을 계승하든 북한에 있어 최선의 시나리오는 개혁주의자가 집권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교수는 중국의 덩샤오핑 처럼 집권 후 계속 개방을 시도하고 핵 문제를 해결하는 일종의 개혁가가 집권하는 것이 북한을 위해 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교수는 북한이 미국 등 서방에 너무 양보한다는 주장을 펴는 분파가 집권하는 것은 비관적인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며, 하지만 최악의 사태는 정책 결정의 마비나 내부 투쟁을 야기하는 권력의 공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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