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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연임 제한 규정에 도전하는 지방 정부들


연임 제한 규정에 도전하는 지방 정부들

(문) 김정우 기자, 미국에는 대통령을 비롯해서 각 주의 주지사나 주의회 의원들이 여러번 자리에 오르는 것을 제한하는 연임금지 규정이 있죠? 그런데 요즘 이런 연임제한 규정을 없애자는 주장이 나와서 화제라면서요?

(답) 네, 아시다시피 미국의 대통령은 선거에 당선되면 4년 임기를 두번 지낼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같은 경우, 4선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이렇게 한 사람이 3번 이상 대통령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1951년, 공식적으로 대통령의 3선 금지법이 미국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주지사의 경우는 몇몇 주에서 건국 초부터 3연속 재임을 제한하는 전통이 확립된 바 있습니다.

(문) 미국에서는 대통령과 주지사뿐만 아니라 시장 같은 지방 정부 책임자나, 주의회 의원들의 임기에도 제한을 두는 주들이 있지요?

(답) 네, 미국에서는 지난 90년대 초에 이런 선출직 공무원과 주의회 의원들의 임기를 제한하는 규정이 본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이런 임기제한은 94년 미국 의회 중간선거에서 뉴트 깅그리치 당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만들어 공화당이 90년대 중반부터 2005년까지 미국 상.하원을 장악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미국과의 계약'이라는 선거구호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었는데요, 이렇게 당시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에 의해 지방정부의 선출직 공무원과 주의회 의원의 임기를 제한하는 규정이 본격 도입됐습니다. 현재 미국 50개주 중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주 등 37개주의 주지사, 15개주의 의회 의원 그리고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10개 도시 중에서 9개 도시의 시장이 이 임기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이렇게 지방 정부의 장이나 지방 의회 의원들의 임기를 제한하는 이유는 뭔가요?

(답) 아무래도 같은 사람이 한 자리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이들이 지역의 이익집단들과 결탁해 지방정부가 부패할 가능성이 많고, 재임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독단적인 행정을 필 우려가 있다는 이유겠죠? 이렇게 임기가 제한돼 있다면, 선거를 통해서 돈과 정치에 덜 오염된 새로운 인물들이 뽑힐 수 있고, 이들이 기존의 사람들과는 다른 정책을 필 수 있다는 이유도 있겠죠?

(문) 그렇다면 이런 임기제한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어떤 주장을 하고 있나요?

(답) 한마디로 정부 업무를 수행하는데 지장이 많다는 겁니다. 임기제한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임기가 제한돼 있는 선출직 공무원이나 주의회 의원들은 업무를 파악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들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장기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짧은 시간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들만 벌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연임한 후에는 그 다음 임기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음 일자리를 알아보거나 기금모금이나 정치행사에 집중할 우려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이런 임기제한 반대론자들의 주장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있는데요, 그것은 만일 선출직 공무원들의 임기가 제한돼 있어, 정부의 책임자가 주기적으로 바뀐다면, 정부의 대부분의 권력이 임기에 제한이 없는 임명직 공무원들에게 과도하게 쏠릴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문) 이런 임기제한을 없애려는 노력,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답) 이런 규정을 바꾸려면 대략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주민투표를 통하거나 아님 시 같은 경우 시위원회에서 관련 규정을 바꾸는 방법입니다. 아무래도 저항이 심한 주민투표보다는 시위원회 같은 기구를 통한 방법이 더 쉽겠죠? 가령 캘리포니아주 같은 경우 임기제한을 없애자는 주민 발의안이 이번 2월 투표에서 부결된 걸 보면, 아직까지 사람들은 이 임기제한을 대체로 지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권발급 거절된 미국 시민들

(문) 김정우 기자, 다음 소식으로 넘어가 볼까요?

(답) 네 몇 달 전, 이 시간에 미국 텍사스 남부 지방에서 멕시코 출신의 산파들이 도움을 주어 출생한 사람들에게 미국 여권 발급이 거부됐다는 소식을 전해드린바 있죠? 미국 정부의 이런 방침에 대응해 미국시민자유연맹에서 드디어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문) 미국 시민에게 여권발급이 거부됐다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인데,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다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답) 네, 지난 2002년 10월에 이민국에 의해 65명의 산파가 사기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죄목은 이들이 멕시코에서 태어난 아기들을 미국에서 태어난 것처럼 꾸며, 이 아기들에게 미국 시민권을 받게 해줬다는 거죠. 이민국은 지난 1960년대 이후 약 15,000명이 이런 방식으로 미국 시민권을 받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 지역에서 실제로 나고 자란 미국 시민권자들이 멕시코 산파의 도움으로 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여권발급이 거부된 황당한 사건입니다.

(문) 미국시민자유연맹은 어떤 명목으로 이 소송을 제기했나요?

(답) 소장에서 미국시민자유연맹은 이번 소송은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에서 멕시코 출신의 산파들에 의해 출생한 수만 명의 멕시코계 미국인을 대표하는 소송이라면서, 미국 정부가 인종과 국적을 근거로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을 조직적으로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들은 여권 발급을 거절한 미국 정부의 조처는 태어날 때 의사의 도움을 받기가 힘들었던 가난한 농촌 사람들을 불공평하게 다루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헌법에 보장된 모든 사람에 대한 적법절차와 평등한 보호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 자, 이번 소송에 대해 이민국이나 여권을 발급해 주는 국무부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답) 네, 두 기관은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이 사안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올 여름, 국무성이 텍사스주에 있는 브라운스빌 헤랄드지에, 보통 출생 증명서는 시민권자임을 증명하는데 충분한 서류지만, 남서부 국경지역에서 벌어진 멕시칸 산파들의 사기사건 때문에, 이제는 이 지역의 서류들을 믿을 수가 없게 돼 버렸다고 밝혔습니다.

(문)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계기인데, 국경지역에 사는 멕시코계 미국인들이 갑자기 여권을 신청한 이유가 뭐죠?

(답) 미국에서는 지난 6월부터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통과하는 모든 미국 시민들이 여권을 지참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렇게 되니까, 평소 여권없이 멕시코를 드나 들었던 미국인들, 갑자기 여권을 신청하게 됐고, 이 와중에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겁니다.

(문) 그렇다면 자신이 시민권자임을 증명하려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들이 많겠군요?

(답) 이번 소송에 참여한 9명 중 하나인 데이비드 에르난데즈 씨의 사연을 소개해 드릴까요? 올해 43살이고 텍사스주의 한 호텔에서 일하는 에르난데즈 씨는 리오 그란데 지역에서 자란 미국 시민입니다. 미국 시민인 그는 4년 간 미 육군에서 복무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여권발급이 거부됐죠. 국무부는 에르난데즈 씨의 출생 증명서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다른 증명서류들을 요구했는데요, 이에 에르난데즈 씨 유아세례 증명서, 예방접종 카드, 학교 기록 그리고 그의 출생을 지켜본 사람들의 증언과 육군 제대증 등을 제출했지만은, 최종적으로 여권 발급이 거부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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