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확인한 것과는 달리 미국 정부는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도하면서, 북 핵 문제와 후계자 문제 등에 미칠 영향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국무부는 전날에 이어 10일에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습니다.션 맥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한 "언론 보도들과 북한의 반응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맥코맥 대변인은 그러나 자신은 정보 사항에 대해 논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정보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뇌졸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병세가 그리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달 중순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수술을 받았으며, 지금은 말하고 걷는 데 문제가 없다는 김성호 한국 국가정보원장의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 내용을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미국의 정보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죽음이 임박한 것 같지는 않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김 위원장의 와병이 북 핵 문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김 위원장이 사망하거나 실각할 경우,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북한 핵무기 폐기 계획이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내부에서 권력투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되고 예측불가능한 나라 가운데 하나라며, 김 위원장의 와병은 핵무기를 가진 북한에 권력투쟁으로 인한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 내부에서 이미 권력투쟁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핵 폐기에 회의적이었던 군부가 이번 기회를 이용해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북한의 후계자 문제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AP통신은 북한의 후계 구도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북한에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