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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입법회 선거, 범민주파 비토권 겨우 지켜


7일 실시된 홍콩 입법회 선거에서 민주주의와 홍콩의 독자성을 지지하는 범민주 세력이 친중국 세력에 패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불기 시작한 중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중국과 더 밀착해서 홍콩경제를 살리자는 유권자들의 바램이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홍콩은 중국 영토이기는 하지만 독특한 지위를 누리고 있는 곳이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홍콩은 원래 중국 땅이었지만 19세기 말 영국이 청나라와의 아편전쟁에서 승리한 뒤 홍콩을 99년 간 조차지로 넘겨 받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97년 중국으로 으로 반환된 뒤에, 특별행정구로 지정받았는데요,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이기는 하지만1백여년 동안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발전해온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해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하지만 홍콩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둘러싸고 범민주 세력과 친중국 세력이 계속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MC: 그렇군요. 그런데, 이번 입법회 선거에서 친중국 세력이 크게 승리했다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7일 치러진 홍콩 입법회 선거에서 범민주 세력의 후보들이 전체 의석 60석의 3분의 1을 겨우 넘긴 23석을 차지하는 데 그치고, 나머지는 모두 친중국 세력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홍콩 입법회는 의석수를 둘로 나눠서 30석은 지역구 유권자들이 직접 뽑은 의원들이 차지하고 나머지 30석은 부동산 개발업자, 회계사, 의사 같은 이익단체 대표들이 뽑은 직능대표들이 가져갑니다. 범민주 세력 후보들은 지역구 선거에서는 절반이 넘는 19석을 차지했지만, 직능대표 선거에서는 4석 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MC: 범민주 세력이 친중국 세력에게 이렇게 큰 차이로 패한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선거 쟁점을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범민주 세력은 홍콩의 행정수반인 행정장관과 입법회 의원 전원을 직접 선거로 뽑는 문제를 선거쟁점화하고 싶어했지만,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미 2017년까지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고, 유권자들도 그만하면 중국 정부가 성의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3년만 해도 당시 중국 정부가 국가전복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이른바 '국가안전법'을 추진하려는 것에 항의해서, 홍콩 시민 5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요, 이제는 정치 문제가 시민들의 큰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7월1일이면 행정장관 직선제를 위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곤 했는데, 이마저도 올해는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2천 여명 정도만이 참가했습니다.

MC: 그렇다면 홍콩 시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보였던 쟁점은 무엇입니까?

기자: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큰 관심사였습니다. 홍콩 주식시장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홍콩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특히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어서 서민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경제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경제성장의 그늘에서 서민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면서 노동자들의 파업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는 친기업 성향의 민주당이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요, 제임스 티엔 당수 마저 의석을 지키지 못하는 파란을 낳았습니다. 반면 노동자들과 빈곤층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친중국 성향의 '홍콩민주연맹'당이 저소득층 유권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MC: 친중국 세력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은 또다른 이유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홍콩 시민들이 중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중국과 일체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 달 열린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강대국으로 우뚝 선 모습을 보고 홍콩 시민들이 크게 기뻐했던 겁니다. 홍콩 시민들이 중국과 일체감을 느끼고 있는 것,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체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은 단순히 올림픽 때문만은 아닙니다.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 본토와 유대관계를 강화해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실리적인 계산이 깔려 있는 겁니다.

MC: 그런데 범민주계가 이번 선거에서 얻은 의석 수를 보면 지난 2004년 선거에 비해 2석이 줄지 않았습니까? 선거에서 지기는 했지만, 과거에 비해 의석 수가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홍콩 입법회 선거는 4년마다 치러지는데요, 방금 지적하신대로 범민주계는 지난 2004년 확보한 25석에서

2석을 이번 선거에서 잃었습니다. 선거 전부터 범민주계가 크게 패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겁니다. 범민주계가 확보한 의석이 전체 의석의 3분의 1을 넘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홍콩의 헌법 역할을 하는 기본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입법의원 3분2의 찬성이 필요한데요, 친중국 세력이 홍콩 시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쪽으로 기본법을 개정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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