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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정권수립 60년] 개혁개방보다 체제유지 중시한 60년


북한은 내일, 9일로 정권 수립 60년을 맞습니다. 북한은 6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평양 시내를 새로 단장하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 등으로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정권 수립 60년을 맞은 지금, 북한의 현실은 대외적으로는 철저한 고립,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먹는 것 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심각한 식량난으로 특징지을 수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오늘과 내일 두 차례 북한 정권 수립 60주년 특집보도를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개혁개방보다 체제유지를 중시한 60년'을 보내드립니다. 이연철 기자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식 국호로 하는 북한은 지난 1948년9월9일, 정권을 출범시키면서 자급자족 경제를 통한 '사회주의 지상낙원 건설'을 약속했습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일본의 식민지 시절 북쪽에 집중됐던 산업시설, 그리고 소련과 중국 등 공산권 국가들의 지원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미 의회 산하 초당파 연구기구인 의회조사국의 딕 낸토 박사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이나 중국 보다 생활수준이 높았던 북한이 지금은 두 나라에 훨씬 뒤지는 것은 대단히 역설적이라고 말합니다.

북한경제는 1970년대 들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1980년대 들어서는 어려움이 가중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1989년부터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이 몰락하고, 1991년에는 소련의 공산정권마저 막을 내리면서 북한경제는 심대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워싱턴 소재 미국평화연구소 (USIP)의 존 박 연구원은 북한은 냉전기간 중 소련과 동유럽 공산국가들의 경제원조와 무역상 특혜에 크게 의존했었지만, 소련과 동구권 공산정권 붕괴에 따른 탈냉전 시대를 맞아 그같은 혜택들을 모두 잃었다고 설명합니다.

10여 년 간 지속된 마이너스 성장으로 국가경제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1990년대 중반에는 가뭄과 홍수 등 유례없는 자연재해가 겹쳤습니다. 대규모 기아사태가 촉발되면서 북한 정권 수립 이후 최악의 시련이 닥쳤습니다. 식량 배급체계는 무너졌고, 불법과 부정부패가 극에 달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내몰렸고,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거나 먹을 것을 찾아 북한을 탈출했습니다.

북한경제는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조금씩 활력을 찾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2006년과 2007년에는 핵 문제로 대북 제재가 강화된데다, 지난 해에는 큰물 피해까지 겹쳐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가운데, 만성적인 경제난과 식량난을 해결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 WFP는 최근, 내년 11월까지 5억3천만 달러 규모의 식량을 북한에 긴급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주민 5-6백 만 명이 끼니를 제대로 때우지 못하고 야생과일이나 초근목피로 목숨을 연명하는 등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상황에 빠진 데 따른 것입니다.

북한이 국제 구호기구의 인도적 지원에 의존하는 나라로 전락한 이유는 1990년대의 자연재해와 대량 기아 사태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한 채, 전국적 배급체계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이 이유라고 미국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은 지적합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정권수립 60년을 맞는 지금, 주민들에게 기본식량과 생필품 마저 제공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가 피폐해진 것은 지난 60년 동안 개혁개방보다는 체제를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미국 해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개혁개방을 거부한 채 구조적 모순을 지닌 사회주의경제를 계속 추구한 것이 결정적인 실패 요인이라고 지적합니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1978년부터 경제개혁에 나서 지금은 주요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습니다. 중국은 북한에 개혁 개방을 거듭 촉구했지만, 북한은 체제가 흔들릴 것을 우려해 따르지 않았다고,의회조사국의 낸토 박사는 설명합니다.

낸토 박사는 북한이 계획경제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시장개혁과 농업개혁의 흐름에 역행했다 말합니다. 낸토 박사 역시 개혁개방보다는 체제 유지를 중시한 북한의 통치이념을 문제로 꼽고 있습니다.

낸토 박사는 북한이 1960년대부터 통치이념으로 내세웠던 주체사상은 경제적으로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인 이념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7.1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취했습니다.

고난의 행군 당시 극심한 경제난으로 배급제도가 붕괴된 뒤 식량과 생필품을 거래하기 위해 농민과 노동자들이 음성적으로 만든 '장마당'을 양성화하면서 시장경제 요소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체제 안전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해리티지재단의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은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일부 시장경제 개혁을 허용했다가 외부의 원조 등으로 상황이 좋아지자 체제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다시 통제와 단속으로 돌아가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비판합니다.

이런 가운데, 1980년대 중반 이후 점차 가중된 경제난으로 북한주민들의 인식도 변하기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동유럽과 소련의 붕괴 이후에는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고난의 행군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것을 경험한 이후, 체제와 이념보다는 개인의 생존과 돈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는 '7.1조치'를 계기로 더욱 확산됐습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북한경제를 되살리는 것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미국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은 북한이 경제 상황을 개선하려면 지속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러나 현재 북한의 여건을 볼 때 북한 내부에서 직접 촉발된 경제 개혁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합니다.

해리티지재단의 클링너 연구원 역시 북한이 광범위한 경제개혁에 착수하지 않으면 열악한 경제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의회조사국의 낸토 박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경제 개혁에 대해 어느 정도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김 위원장은 정권이 유지되는 범위 안에서만 개혁개방을 하려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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