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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 남북통일 협상 재개


지난34년 동안 남북으로 갈라졌던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에 통일의 기운이 싹트고 있습니다. 남북 양측 정상들은 느슨한 형태의 연방국가를 세우기 위한 협상을 재개했는데요,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남북으로 갈라진 키프로스, 한반도에 있는 '미국의 소리' 방송 청취자들에게는 남의 얘기 같지 않을텐데요. 먼저 키프로스가 어떡하다 둘로 갈라지게 됐는지 알아볼까요?

기자: 키프로스는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전략적 요충지여서 옛날부터 주변 강대국들의 영향권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1878년에 영국에 합병된 뒤 지난 1960년에 겨우 독립했지만, 이웃국가인 그리스와 터키의 영향을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키프로스의 주민 구성도 그리스계와 터키계가 섞여 있어서 양측의 다툼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결국 지난 1974년 군부가 그리스와 나라를 병합하자며 쿠테타를 일으켰고, 여기에 맞서 터키가 터키계 주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군대를 보내 북부 지역을 점령했습니다. 그 뒤 키프로스는 지난 34년 동안 남북으로 갈라져 살아야 했습니다.

MC: 한반도는 일본에서 해방된 뒤에 유엔이 중요한 정치적 역할을 했는데, 키프로스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키프로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키프로스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에, 당시 집권세력인 그리스계가 터키계와 권력을 나눠 갖도록 규정한 헌법을 고쳐서 그리스와 키프로스를 병합하려고 했습니다. 터키계의 반발로 국내분쟁이 격화되자 유엔은 지난 1964년 평화유지군을 파견해서 분쟁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걸 막았습니다. 유엔 평화유지군은 지금도 키프로스에서 활동 중인데요, 13개 나라로 구성된 1천3백 명의 병력이 남북 간의 휴전선과 완충지대를 관리감독하고 있습니다. 2001년에는 현재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인 한국의 황진하 장군이 유엔 키프로스 평화유지군 사령관으로 일한 바 있습니다.

MC: 키프로스의 남과 북이 30년 넘게 갈라져 살았다면, 사실상 두 개의 정부가 있었던 셈인데, 어떻습니까?

기자: 터키 군이 강제점령한 북쪽은 지난 1983년 북사이프러스 터키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정부 수립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승인한 나라는 지금까지 터키 밖에 없습니다.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한 건데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북키프로스의 독립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키프로스 섬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는 남쪽에 있는 겁니다.

MC: 이번에 키프로스의 남북 양측이 느슨한 형태의 연방국가를 세우기 위한 협상에 들어갔는데, 어떤 내용이 주로 다뤄졌습니까?

기자: 남북 정상들이 지난 3일부터 협상에 들어갔는데요,

두 개의 정부가 공동으로 통치권을 행사하는 형태의 통합에는 일단 의견 접근을 보았습니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 단계로 나아가느냐 인데요,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남북의 안보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특히 아직도 북쪽에 주둔해 있는 4만여 명의 터키 군을 언제 어떤 식으로 철수시킬 것인가가 핵심 의제입니다. 이밖에도 터키 군이 북쪽에 진주하면서 20만 명의 그리스계 주민들이 고향에서 쫓겨났는데, 이들이 두고 온 땅과 재산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도 문제구요, 남북이 통일된 후에 영토를 어떻게 다시 나눌지도 큰 관심사입니다.

MC: 그런데 전에도 키프로스의 남과 북이 연방제 통일을 추진했었지만, 결국 무산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남북 양측이 지난 2004년 당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제시한 중재안에 합의한 뒤, 각각 국민투표를 실시했는데요, 북쪽에서는 중재안이 통과됐지만 남쪽에서 부결돼 통일이 무산됐습니다. 중재안은 남북이 동등한 자격으로 연방을 구성하되, 국제법적으로는 한 나라로 움직이는 구상을 담았습니다. 또 남북의 인구비례에 맞춰서 인구가 더 많은 남쪽이 영토를 더 갖도록 영토비율을 다시 조정하고, 의회는 상하 양원 모두 남북이 똑같이 나눠 갖기로 했습니다. 행정은 9명으로 구성된 대통령위원회가 책임지는데, 위원들이 돌아가면서 대통령과 부통령을 맡고 남북 어느 쪽도 대통령과 부통령을 동시에 맡을 수 없게 했습니다.

MC: 키프로스의 남과 북이 과거의 실패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다시 연방제 통일 방안을 협상하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지난 2월 당선된 남키프로스의 디미트리스 크리스토피아스 대통령이 국민의 인기를 등에 업고 북측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크리스토피아스 대통령은 선거 운동 당시 북측과 연방제 협상을 성공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는데, 국민들의 호응이 컸습니다. 남키프로스가 유럽연합에 가입한 지도 4년이 흘렀고 올 초에는 유로화권에 합류한 만큼, 북측과 터키가 함부로 도발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이 생긴 겁니다. 북키프로스를 장악하고 있는 터키 정부도 유럽연합 가입을 강력히 원하고 있기 때문에 남키프로스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입니다. 남과 북은 연방제 협상에서 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다는 유연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하지만 과거의 쓰라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도 협상이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MC: 지금까지 30년 넘게 남북으로 갈라져 살았던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가 통일 협상을 재개했다는 소식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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