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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정국, 탁신 전 총리 비리 사건 둘러싸고 혼란

  • 김연호

태국의 정치 상황이 탁신 치나와트 전 총리의 비리 사건을 둘러싸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대가 탁신 전 총리와 가까운 사막 순다라벳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면서 정부청사를 점거한 가운데, 태국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태국 정부가 선포한 비상사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사막 순다라벳 총리가 지난 2일 오전을 기해 태국의 수도 방콕에 사흘 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는데요, 비상사태 아래서는 군이 주도적으로 질서와 치안 유지를 맡게 됩니다. 또 비상사태 기간 동안 5명 이상이 모여서는 안되고, 뉴스기관들도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보도를 해서는 안됩니다. 한 마디로 초법적인 조치로 국민의 자유를 제한해야 할 만큼 긴박한 상황이라는 얘깁니다.

MC: 태국 정부가 이렇게 비상사태까지 선포하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지난 1일 밤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시위대가 충돌해서 한 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치는 사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사막 순다라벳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면서 1주일 넘게 방콕의 정부청사를 점거하고 있는데요, 사막 총리를 지지하는 시위대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다 결국 사망자까지 발생한 겁니다. 태국 법원은 반정부 시위대에 해산을 명령하는 판결을 지난 주에 이미 내렸지만, 시위대는 정부청사 점거를 풀지 않고 있습니다.

MC: 반정부 시위대가 사막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시위대는 사막 총리가 부정부패에 물든 탁신 전 총리를 비호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탁신 전 총리 부부는 각종 비리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계속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망명의 길을 택했습니다. 지난 6월 말 탁신의 부인이 조세포탈과 위증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뒤, 줄줄이 이어질 다른 재판에서도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 달 영국으로 도피한 겁니다. 반정부 시위대는 탁신 전 총리 부부의 외교여권을 박탈하고 태국으로 데려오라고 요구했지만, 사막 총리는 시위대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MC: 탁신 전 총리는 이미 지난 2006년에 군사 쿠테타로 총리 자리에서 쫓겨났는데, 아직도 태국 정국을 흔들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군요.

기자: 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주의국민연대 (PAD)'는 사막 총리가 탁신 전 총리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사막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 '국민의 힘 (PPP)'도 탁신 전 총리가 실질적으로 조종하고 있다는 겁니다. PPP는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세력이 주축이 된 당으로 지난 해 12월 총선에서 승리해 권력을 잡았습니다. 탁신 전 총리가 PPP에 정치자금을 대고 있다는 얘기는 태국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막 총리는 탁신과는 상관 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자신은 국민이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뽑아준 지도자인 만큼 사임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입니다.

MC: 그런데 지금 반정부 시위를 이끌고 있는 '민주주의 국민연대 (PAD)'는 탁신 전 총리를 권좌에서 물러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민주주의 국민연대'는 지난 2005년 말 탁신 당시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주도했습니다. 기업가 출신의 탁신은80년대 컴퓨터 회사를 세워서 정보통신 분야의 선두주자로 키웠는데, 총리 시절 이 회사 주식을 팔아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도 세금을 안 낸 사실이 들통났습니다. 이 문제로 국민의 신임을 잃은 탁신은

2006년 9월 군사 쿠테타로 권좌에서 물러난 뒤 영국으로 망명했습니다. 탁신은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힘' 당이 집권하자, 지난 2월 영국 망명생활을 접고 정치적 재기를 노리며 귀국했지만, 계속되는 비리 문제에 발목이 잡혀 결국 또다시 영국으로 망명길에 오르는 신세가 됐습니다.

MC: '민주주의 국민연대'의 반정부 시위에 대해 태국 국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탁신 전 총리를 권좌에서 몰아낼 때 만큼의 지지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태국에는 아직도 지방의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세력이 강한데요, 탁신 총리가 재임 시절 이들로부터 인기를 끌만한 정책을 많이 추진했기 때문입니다. 사막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이 지난해 말 총선에서 승리한 것도 이런 탁신 지지세력의 힘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반면 '민주주의 국민연대'를 지지하는 도시 중산층은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염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5월부터 고유가와 식량난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던 터라,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태국경제가 더 이상 흔들리기를 원치 않는다는 겁니다. 비상사태 아래서 실권을 잡은 군부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서,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집권 여당과 반정부 시위대 간의 줄다리기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는 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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