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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들, 북 핵 2단계 전망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의 불능화 작업을 전격 중단하면서 북한의 의도와 앞으로 북 핵 6자회담의 전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검증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정부의 불능화 중단 조치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검증 조건을 완화시키기 위한 '협상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의 아시아 전문가인 래리 닉쉬 박사는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제한적인 검증 조건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닉쉬 박사는 "미국이 제시한 검증 조건은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이 불능화 과정을 중단한 것은 기본적으로 영변 핵 시설에 국한된 검증만을 받아들이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닉쉬 박사는 북한 측은 불능화 중단 조치를 통해 검증 조건도 완화시키고,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라는 보상도 받아내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민간 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Bruce Klingner) 선임 연구원도 북한이 1994년의 제네바 기본합의 때와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개입하는 검증 조건을 최소화하려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에 앞서, 북한이 모든 핵 시설과 관련 문서에의 접근, 그리고 시료 채취를 허용하는 검증 협정문에 합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이 검증에 대한 합의에 앞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증 문제에 대한 미-북 양측의 첨예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북 핵 불능화가 완료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는 9월 말이나 10월 초에 미국과 북한이 검증 방안에 합의하고, 올해 안에 불능화를 포함한 2단계 조치가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닉쉬 박사는 덧붙였습니다.

닉쉬 박사는 "부시 행정부는 과거 특정한 입장을 밝혔다가도, 중국과의 대화를 통해 이를 완화한 선례가 있다"며 북한의 핵 신고 내용을 둘러싼 조율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닉쉬 박사는 이번에도 미국이 중국의 중재에 따라 입장을 완화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불능화 과정을 중단한 지난 14일 미국의 성 김 대북 협상 특사가 베이징에 가서 중국 정부 당국자들을 만난 것은 이런 과정이 이미 진행 중임을 짐작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닉쉬 박사는 또 9월 말이나 10월 초에는 미국 의회가 휴회에 들어가고 미국 정치권의 관심도 대통령 선거에 더욱 집중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미국이 입장을 완화하고 북한과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검증에 대한 미-북 간 합의가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있습니다.

미국 '국방연구소(Institute for Defense Analysis)'의 오공단 책임 연구원은 미-북 간 견해차와 북한 정권에서 핵이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부시 행정부 임기 중 비핵화 2단계가 완료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핵이라는 게 국가생존적 차원에서, 김정일 정권 유지 차원에서, 모든 면에서 가장 중요한 카드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것을 쉽게 호락호락하게 내놓겠습니까? 그러니까 모든 검증이나 이런 것을 하는 데 있어서 치밀하게 '과연 북한이 어떤 것을 해줄 수 있겠는가' '할 수 없겠는가' 하는 데 대한 완전한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6자회담에 나가서 교섭을 하고, 끈질기게 하면 어느 정도 맞아들어가지 않겠나 하는 이런 환상에서 벗어나야죠."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도 북한의 불능화 중단이 협상용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핵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의도라면, 협상을 통한 북한의 핵 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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