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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초점] 미국-북한, 핵 검증 문제 놓고 치열한 '기 싸움'


한반도 관련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알기 쉽게 풀어드리는 뉴스 초점 시간입니다. 오늘은 이연철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진행자) 이연철 기자, 미국과 북한이 핵 검증 문제를 놓고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는 것 같습니다.

이) 그렇습니다. 북한이 어제 테러지원국 지정이 해제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나타내며 핵 시설 불능화 조치를 중단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핵 검증 체계에 대한 합의가 선행돼야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약속을 지키면 미국도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조선인총연합회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검증 문제로 미-북간 대립이 격화되면 비핵화의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아가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핵 시설의 원상복구 조치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는 북한측 발표가 헛소리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불능화를 중단함에 따라 북한의 의도와 앞으로의 전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이) 전문가들은 북한이 검증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해 불능화 중단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 의회 연구소의 래리 닉시 박사는 미국이 제시한 검증조건은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어려운 것이라며, 따라서 북한이 불능화를 중단한 것은 기본적으로 영변 핵시설에 국한된 검증조건만을 받아들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해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합의때와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개입하는 검증조건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데요, 닉시 박사는 9월 말이나 10월 초에 미국과 북한이 검증방안에 합의하고 올해 안에 불능화를 포함한 2단계 조치가 완료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미 국방연구소의 오공단 책임연구원은 미-북간의 견해 차와 북한 정권에서 핵이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올해 안에 불능화 2단계가 완료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내다봤습니다. 해리티지 재단의 클링너 연구원도 만일 북한이 불능화를 중단한 의도가 단순한 협상용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핵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것이라면 협상을 통한 북한의 핵 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이번 외무성 성명에서 영변 핵시설을 원상태로 복구하는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만일 북한이 실제로 행동에 나선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이) 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시설을 원상 복구하는데 길게 잡아 1년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올해 6월 말 현재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모두 1만 4천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탈북자 중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간첩이 존재한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확인이 되지 않았는데요, 이번에 그 실체가 드러났군요?

이) 그렇습니다. 한국 공안당국은 위장탈북한 뒤 한국에 들어와 간첩행위를 해 온 올해 34살의 원정화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탈북자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정착하기 시작한 지난 10년 사이에 탈북자 간첩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공안 당국은 원 씨가 탈북자 출신이면서도 대북 무역을 하고 군 장교들과 교제하는 점 등을 수상하게 여겨 3년간 내사를 벌인 끝에 원 씨를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구속된 탈북자 원정화 씨의 혐의 내용은 무엇인가요?

이) 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원 씨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공작원으로 1998년 중국으로 파견돼 지린성 등지에서 무역업을 하며 탈북자와 남한 사업과 1백여 명을 납치하는데 관여했습니다. 2001년10월에는 조선족을 가장해 남한 남성과 결혼하고 남한으로 들어갔습니다.

입국 직후에는 탈북자로 위장 자수한 뒤 이성교제를 미끼로 남한 경기 북부지역 군 정훈 장교들에게 접근해 군사기밀을 빼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원 씨는 또한 경기도에 대북무역회사를 설립한 뒤 사업을 이유로 2002년 말 부터 중국을 14차례 오가며 중국에서 활동중인 북측 보위부로부터 남한의 대북 정보요원을 중국으로 유인하고 정보기관과 연계된 남한 사업가를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았습니다.

이와 함께 원 씨는 탈북자 단체 간부와 군 정보요원 등을 통해 남한에 귀순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등 탈북자들의 인적사항과 소재를 파악해 북한에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진행자) 원 씨는 탈북자라는 신분 때문에 공개적으로 간첩 활동을 벌일 수 있었다면서요?

이) 그렇습니다. 탈북자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북한말을 사용하면서 간첩활동을 벌일 수 있었고, 한국내 사정에 어두운 면이 있더라도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원 씨는 지령을 받을 때도 무전기 대신 공중전화나 휴대전화 등 공개된 수단을 이용했으며, 자유롭게 중국을 오가며 지령을 받고 간첩활동 상황도 보고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탈북자 신원확인과 사후 관리 부실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한국 국민들이 탈북자들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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