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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기 당하는 탈북자 대책 마련 시급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또 사업을 하려 할 경우 지원할 수 있는 기관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사기를 당하는 비율이 일반인들의 43배에 이르는 등 사기 피해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인데요, 자세한 소식을 서울의 김은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1998년 탈북한 박모 씨는 3년 전 어렵게 모은 돈으로 음식점을 차렸지만 빚만 진 채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빚을 갚기 위해 일자리를 찾던 중 다단계 판매에 뛰어든 박 씨는 사업을 돕겠다며 접근한 정모 씨의 권유로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사회물정에 어두웠던 박 씨는 정 씨에게 카드를 빌려줬고 정 씨가 사용한 카드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8천 만원까지 늘어났습니다. 카드 고지서를 받고서야 정 씨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연락을 해봤지만 정 씨는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습니다.

박 씨의 경우처럼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서 겪는 범죄 피해 중 상당수는 사기 피해입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06년 탈북자 2백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기 피해율은 21.5%로 탈북자 5명 중 1명꼴로 사기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남한 전체 사기 피해율의 43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유형별로는 사업 또는 투자 관련 피해가 29%,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경우가 26% 등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특히 투자 관련 사기 피해 가운데 상당수가 주위 탈북자의 소개로 불법 다단계 업체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탈북자 명의를 도용한 카드 사기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라 하나원에서 생활법률 교육을 강화하고 탈북자들이 사업을 할 경우 이를 돕는 지원기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탈북자들은 하나원에서 모두 41개 과목, 3백44시간을 교육받습니다. 이 가운데 생활법률 교육은 7시간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법을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영환 팀장은 "이론에 치우친 형식적인 교육보다는 실물경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현장학습을 늘리고 하나원 졸업 후에도 탈북자들이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1대1 상담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나원에서 단순히 '남한사회에선 사기를 당할 수 있으니 무조건 조심하라'고만 교육할 게 아니라 명의를 관리하는 법이나 주민등록번호, 인감도장을 관리하는 법 등 보다 현실적인 교육을 해야 합니다. 또 하나원에서 나온 후에는 사업을 하려할 때 고민을 털어놓거나 부탁할 수 있는 멘토를 지정해서 지원하는 방안도 있어야 된다…"

형사정책연구원의 장준오 박사는 "탈북자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품고 철저한 준비도 없이 돈을 벌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에 노출되기 쉽다"며 "탈북자들의 법률 구조와 지원을 전담하는 기관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탈북한 지 몇 해 안된 사람들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서 사기 피해도 더 증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원에서 법률교육을 시키는 데 시설도 터무니없이 모자란데다 나온 후 사회정착을 돕는 지원이 상당히 미흡한 실정입니다. 법교육에서부터 모든 것을 총괄할 수 있는 법무부나 통일부가 함께 해서 이들을 돕는 전담기관을 만들어준다면 좋겠지요.

더 큰 문제는 사기를 당하거나 임금체불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고소 등 까다로운 법적 절차를 밟는 데 익숙하지 않고 신상 정보가 외부로 드러날 때 더 큰 불이익이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이탈주민 법률위원회 태원우 변호사는 "수십 년 간을 감시체제에서 살아온 탈북자들은 신분이 노출되길 꺼려 실제 피해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자신의 권리침해를 방지하고 피해회복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사회주의 체제에서 오래 살아온 탈북자들의 경우 권리의식이 미약해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탈북자들에게 법률 상담을 지원하려는 변호사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고, 법률구조재단을 통해 소송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등 제도들도 점차 확대되므로 앞으로는 개선이 되리라 보여집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탈북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피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법무부는 하나원에서의 법률강의와 무료 법률상담 외에도 앞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다각도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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