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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카다피 아들, 정계 은퇴 선언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후계자로 거론되던 둘째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국정운영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개혁에 반대하는 보수세력을 압박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과 함께 권력승계를 위한 기반 다지기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MC: 먼저 사이프 알 이슬람에 대해서 알아보죠.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올해 36살의 사이파 알 이슬람은 카다피 국가원수의 둘째 부인에게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카다피 원수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그동안 중요한 외교협상을 처리하고 경제개발과, 주택, 도시 계획 등 국내 문제도 도맡아 왔습니다. 잘생긴 얼굴에 체격도 좋고 신사적인 면모를 갖춰서 리비아 국민들 사이에서는 '유럽인'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MC: 사이프 알 이슬람이 리비아의 외교협상을 도맡아 왔다고 했는데, 대표적인 현안들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기자: 팬암기 폭파 사건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승객 2백70명을 태운 미국 팬암 항공사 여객기가 테러 공격으로 폭파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리비아가 이 테러 사건에 깊숙히 개입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과 리비아는 이 사건을 두고 오랫동안 줄다리기를 했는데요, 결국 지난 14일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금 지급안에 합의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사이프 알 이슬람의 역할이 컸는데요, 보상금을 사이프 알 이슬람이 세운 재단을 통해 지급한다는 타협이 이뤄진 것을 보면 사이프 알 이슬람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MC: 이렇게 국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사이프 알 이슬람이 이번에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는데,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 설명이 있었습니까?

기자: 사이프 알 이슬람이 내놓은 설명은 한마디로 리비아의 정치가 권력 실세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보다는 체계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자기가 할 역할이 더 이상 없어졌다는 겁니다. 사이프 알 이슬람은 지난 20일 수천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이런 설명을 내놓았는데요, 그동안은 리비아의 정치제도가 발전하지 못했고 공무원들의 자질도 부족했기 때문에, 공직 경험이 없는 자신이 외교는 물론이고 국내 문제까지 두루 참견해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팬암기 폭파 사건과 같은 외교 현안들이 잘 마무리된 만큼, 더 이상 싸워야 할 큰 전투가 없다며, 자신이 국정에 계속 간여하면 오히려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MC: 사실 리비아는 지난 69년부터 카디피 국가원수의 독재 아래 있었는데, 국정이 권력 실세 개인이 아니라 체제가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 인상 깊게 들리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사이프 알 이슬람은 아버지인 카다피 국가원수로부터 권력을 이어받을 생각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카다피 국가원수와 사이가 안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리비아도 이제는 권력이 몇 사람에게 집중되는 사회가 아니라 시민들의 활발한 정치 참여가 보장되는 나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라는 건데요. 이런 개혁적인 성향 때문에 사이프 알 이슬람은 특히 젊은층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다피 국가원수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해, 자신의 개혁적인 정치 철학에도 한계가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MC: 사이프 알 이슬람이 국정 운영에서 빠지게 되면, 그동안 추진해온 개혁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지적하신대로, 사이프 알 이슬람은 지난 해 정권수립 38주년을 기해 각종 개혁 방안들을 내놓았습니다. 여기에는 국영기업 민영화와 해외투자 유치를 비롯해서 독립적인 민간 언론매체를 활성화해서 부패한 공직사회를 견제한다는 방안들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개혁안들이 보수적인 관료들의 저항에 부딪혀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는데요, 사이프 알 이슬람이 국정에서 물러난다는 승부수를 던져서 반 개혁세력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MC: 그런데 아무리 국가를 위해서라고는 해도 후계자 자리를 선뜻 내놓기가 쉽지 않을텐데, 전문가들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습니까?

기자: 카다피 국가원수의 후계자로 꼽혀 왔던 만큼, 권력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국정 운영에 나서지 않겠다고 한 것도 영원히 그러겠다는 게 아니라,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해 잠시 시간을 갖겠다는 뜻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동안은 공식 직함 없이 국정에 직접 참여했지만, 앞으로는 정식으로 고위직을 맡아서 국가 중대사를 처리하는 명실상부한 후계자의 모습을 보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입니다.

MC: 지금까지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의 후계자로 거론되던 아들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는 소식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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