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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북한, 국제적 검증 기준으로 신경전


미국과 북한이 북 핵 검증과 관련해 `국제적 기준'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핵 시설에 대한 접근과 시료 채취가 국제적인 검증 절차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 정부는 이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입니다. 국제적 검증 기준이 무엇이고, 왜 이것이 문제인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 핵 협상이 답보 상태에 있는 가운데 미국과 북한은 최근 `국제적 검증 기준'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갈등의 핵심은 북한 핵을 검증하는데 무엇을 검증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국제적인 검증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지난 15일 뉴욕에서 한국의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핵에 대한 검증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의 필수조건"이라며, "북한이라고 다르게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 마디로 북한 핵에 국제원자력기구 (IAEA) 기준에 맞는 검증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힐 차관보가 말하는 '국제적 검증 기준'에 부정적입니다. 북한 외무성은 힐 차관보의 발언이 나온 지 닷새 뒤인 지난 20일 "최근 미국이 핵 문제와 관련해 들고 나오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되는 검증'은 부당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의 국제 문제 연구기관인 몬트레이 연구소의 핵 전문가인 신성택 박사는 북한의 이같은 주장은 시료 채취를 피하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핵 전문가인 신성택 박사에 따르면 국제적 검증 기준이란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기준에 따르는 것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시료 채취와 핵 시설에 대한 불시 방문, 그리고 미신고 시설에 대한 접근 등 세 가지를 검증 절차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해서도 이런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북한이 시료 채취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있었던 미국 측과의 접촉에서 문서 검증과 핵 과학자 면담은 허용하되 시료 채취는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몬트레이연구소의 신성택 박사는 시료 채취를 하지 않은 채 문서 검증과 핵 과학자 면담만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국제적 검증 기준을 거부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 베이징 6자회담에서 채택된 10.3합의에서 '국제적 기준에 부합되는 검증'을 실시하기로 합의했었습니다. 따라서 지금 와서 북한이 국제적 검증 기준에 대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편 미국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검증체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부시 행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90년대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합의문에 `국제원자력기구'를 명시하지 않고 `국제 기준'이란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불필요하게 복잡해졌다고 말했습니다.

퀴노네스 박사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핵 합의에서 처음부터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큰 실책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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