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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법원, 김정일 처조카 피살 정부배상 확정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처 성혜림 씨의 조카인 이한영 씨가 지난 1997년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유족에게 손해를 일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왔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처조카인 이한영 씨가 북한 공작원에게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이 씨의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21일 대법원은 이한영 씨의 부인인 김 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9천 6백여 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씨가 숨진 97년은 북한의 보복 위협이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귀순자인 이 씨의 신변보호를 국가가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판시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스위스의 한국 공관을 통해 지난 82년 귀순한 이 씨는 북한 노동당 비서인 황장엽 씨가 망명한 직후인 지난 97년 경기도 분당의 아파트에서 남파 간첩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이한영 씨의 부인 김 씨는 이에 따라 지난 2003년 "한국 정부가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해 남편이 살해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4억 8천여 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국가가 이 씨를 위해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점과 교도소 직원 등이 북한 공작원의 의뢰를 받은 심부름 센터 측에 이 씨의 신상 정보를 제공한 점이 인정된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씨도 국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언론과 인터뷰를 하거나 수기를 출판한 과실이 있다"며 국가의 책임을 70%로 보고 유족에게 1억4백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인 항소심 재판부는 이 씨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보고 국가 책임을 60%만 인정했습니다.

부인 김 씨의 손해배상 소송을 도와온 피랍탈북인권연대의 도희윤 대표는 "1, 2심에서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가 이에 불복해 5년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며 "이번 판결이 고인과 가족들에게 명예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1심에서 3심까지 오는 과정에서 햇볕정책을 추진하고 계승하는 정부 차원에선 고 이한영 씨의 재판 과정이 북한을 자극한다는 판단 하에 상당히 긴장했던 것 같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가족과 고인에게 명예훼손에 가까운 어려운 일들이 많아 이번 판결에 너무 감사한 입장입니다."

2심 재판 진행 당시 신변안전의 위협과 딸의 교육을 위해 외국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김 씨는 재판 결과를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도 대표는 전했습니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이영진 변호사는 "국가가 마땅히 북한의 위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함에도 이에 대한 보호장치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탈북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고위 탈북자들의 경우 국가가 그 분들에 대한 적극적으로 보호 법적 조치가 없습니다. 국정원에서 3년 정도 보호해주는 프로그램이 끝난 뒤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기본적으로 대립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신변보호 조치가 법적으로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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