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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9월 지나면 핵 검증 물건너간다”


북한 핵 검증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 간 이견이 계속되면서 북 핵 협상이 한 달 넘게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다음 달까지 검증 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북한 핵 문제는 차기 행정부로 넘어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는 북한 핵 검증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7월10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 핵 6자 수석대표 회담에서 북한에 4쪽 분량의 검증 계획서를 전달했습니다.

또 성 김 대북 협상 특사는 지난 달 30일 베이징에서 북한 외무성의 리근 미국국장을 만나 검증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이어 성 김 특사는 18일 서울을 방문해 한국의 황준국 북핵 외교기획단장과 검증 문제를 협의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양측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적인 국면으로 접어들기 전인 이달 중에 북 핵 검증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열쇠를 쥔 북한 당국은 검증 문제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비공식 6자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한 북한 외무성의 리동일 군축과장은 검증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는 선에서 그쳤습니다.

부시 대통령 집권 1기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을 지낸 조지타운대학의 마이클 그린 교수는 북한은 이미 자신의 정책 목표를 달성했다며, 당분간 검증 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클 그린 교수는 북한의 핵심 목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피하는 것이었다며, 이미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검증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지난 2006년 10월 핵실험을 실시하자 대북 결의 1718호를 채택했습니다. 이 결의안은 북한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제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후 6자회담이 재개되면서 결의안은 사실상 유야무야 되고 말았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얼마 남지 않은 임기도 검증 문제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임기는 5개월 뒤인 내년 1월20일에 끝납니다. 그러나 이 달 말과 다음 달 초에 각각 열리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당대회에서 두 당의 대통령 후보가 공식 확정되면, 부시 대통령은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는 이른바 '레임덕' 상황을 맞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평양 당국이 워싱턴의 정치 시간표를 잘 알고 검증 문제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 같다고 분석합니다.

워싱턴의 원로 한반도 전문가인 존스홉킨스대학 한미 연구소의 돈 오버도퍼 소장은 북한이 미국의 차기 행정부를 염두에 두고 시간을 끄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오버도퍼 교수는 북한이 내년 1월에 들어서는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를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은 북한이 실제로 그렇게 계산하고 있다면 이는 오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내년 1월에 워싱턴에 민주, 공화당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북한이 현 부시 행정부보다 나은 조건으로 협상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 그리고 크리스토퍼 힐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대북 라인의 협상 의지가 클 때 검증 문제를 푸는 것이 북한에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존 박 연구원은 지금 부시 행정부에서는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 힐 차관보 간에 호흡이 잘 맞고 있다며, 내년에 미국에 어떤 대통령이 들어서라도 이같은 상황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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