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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군사 전문가 "글로벌 호크, 한국 군 억지력 강화할 것"


미국 정부가 최근 최첨단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를 한국에 판매할 수 있다는 입장을 한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 군이 글로벌 호크를 도입할 경우 대북 정찰 능력과 전쟁억지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달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과의 제 18차 안보정책구상 (SPI) 회의에서 한국 측에 최첨단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RQ-4 Global Hawk UAVs)'를 판매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습니다.

글로벌 호크는 레이다 (SAR)와 적외선 탐지장비 등을 통해 지상 20 킬로미터 상공에서 지상의 30 센티미터 크기 작은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첩보위성에 버금가는 전략무기로, 대당 가격은 약 4천5백만 달러, 한화로는 4백 5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정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공정찰기인 U-2와 성능이 맞먹는 글로벌 호크와 같은 최첨단 무인정찰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다른 10여개국과 함께 글로벌 호크 구매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은 그동안 어느 나라에도 판매 허용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습니다.

미국 해병대 지휘참모대학의 브루스 벡톨 교수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글로벌 호크를 도입할 경우 한국 군의 대북 정찰감시력과 전쟁억지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글로벌 호크는 한국 군이 북한 군과의 무력대결에 직면했을 경우 컴퓨터통신, 지휘통신, 정보정찰, 그리고 감시자산을 지칭하는 C4ISR 능력을 크게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글로벌 호크의 뛰어난 하방감시 능력은 북한 군의 위치와 자주포 등 무기 배치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해 한국 군의 대북 전쟁억지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노드롭 그루만사가 제작한 글로벌 호크는 고공비행으로 격추될 우려가 없는데다, 한 번에 약 23시간 가량을 공중에 떠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촬영된 육지와 수면의 동영상과 사진들이 인공위성을 통해 지상으로 전송된 뒤 쉽게 인터넷에 올려질 수 있도록 돼 있어, 마치 24시간 운영되는 카메라를 장착한 정찰위성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군사 전문가인 워싱턴 소재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연구원은 한국 군이 이같은 능력을 갖춘 글로벌 호크를 도입한다면, 북한의 입장이 불편해질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글로벌 호크가 북한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지는 않더라도, 북한의 분노를 촉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은 과거 한국 군이 무기나 기술을 도입하면 이를 전쟁 노력의 일환인 것으로 비판해 왔다면서, 하지만 글로벌 호크는 북한의 행동이 남한을 위협하지 않도록 감시하기 위한 장비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이번에 글로벌 호크를 미사일기술통제체제 (MTCR)의 적용을 받지 않는 정부 대 정부 보증판매 방식으로 한국에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글로벌 호크가 MTCR 협약에 따른 수출금지 품목으로 분류돼 있다며 판매에 난색을 표시했었습니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는 지난 1987년 미사일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설립된 다자간 협의체로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 등 33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미사일과 무인비행체의 수출 억제, 그리고 관련 기술의 확산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호크 판매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는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반영한 것이라고 벡톨 교수는 말했습니다.

미국은 한국 군이 글로벌 호크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술과 지휘통제를 갖췄으며, 다른 나라에 비해 글로벌 호크 시스템의 기밀유출 방지에 훨씬 더 철저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벡톨 교수는 말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현재 진행 중인 '국방개혁 2020' 조정안과 연계해 글로벌 호크 도입을 신중히 검토한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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