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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납치 문제 재조사 합의 이행 여부 지켜봐야"


북한과 일본은 13일 일본인 납치자 문제 재조사를 위한 구체적인 방식과 시기, 그리고 일본 정부의 북한에 대한 일부 제재 조치 해제 등에 합의했습니다. 북한 핵 신고의 검증 문제를 둘러싼 미-북 간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일 간 이번 합의가 앞으로 6자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서지현 기자와 알아봅니다.

진행자: - 이번 합의는 양국 관계 정상화의 초석이 있는 상당히 의미있는 성과라는 분석이 많은데요. 6자회담의 진전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답: 네. 지난 6월 7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일 간 비공식 실무자 협의에서 양국이 납치 재조사 원칙에 합의한 뒤 두 달여 만에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가 최종 결정됐는데요.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환영한다면서도 6자회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딕 낸토 박사는 일본은 납북자 문제를 이유로 그동안 북 핵 6자회담의 실질적인 당사국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이번 합의로 6자회담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재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북-일 간의 이번 합의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북한이 합의 사항을 지킬지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납북자나 북 핵 문제 등 여러 사안에서 합의를 해 놓고도 지키지 않은 적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단계에서 양국 관계 정상화나 6자회담의 빠른 진전을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군요?

답: 네. 클링너 연구원은 특히 납치자 조사 문제에 진전이 있다고 하더라도 거꾸로 6자회담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번 합의가 한편에서는 6자회담의 진전과 북-일 관계 정상화를 도울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납치자 문제 재조사를 통해 북한이 과거 시인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일본인들을 납치한 것으로 밝혀지면 일본 대중의 북한에 대한 악감정을 부추겨 6자회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례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지난 2002년 방북했을 때 북한이 일본인 납북자의 존재를 시인해 일본 측은 북-일 관계 정상화에 있어 중요한 타결점에 이르렀다고 느꼈지만 여론의 반응은 정반대였다고, 클링너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일본인 납북자가 있음에도 북한이 당시까지 부인해왔다는 데 대해, 일본 대중은 더욱 더 분개해 북-일 관계 개선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재조사 결과에 따른 일본 국내정치적 변수 때문에 6자회담에 미칠 영향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군요. 하지만 일본은 이미 재조사 합의에 따라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 일부를 해제하기로 약속했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북한은 어떤 제재를 받아왔습니까.

답: 일본은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보복 조치로 북한 선박 입항 금지, 북한으로부터의 수입 금지, 24개 품목 사치품 수출 금지 등의 경제제재 조치를 단행한 뒤 6개월마다 연장해왔습니다. 이번 합의에 따르면 북한이 재조사를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인적 왕래와 전세 항공편에 대한 규제 해제가 시작됩니다.

진행자: 북한의 입장에서는 일부이긴 하지만 일본 정부의 제재 완화로 숨통이 틔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답: 네. 북한이 현재 시점에서 일본과 합의를 이룬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제재 조치 완화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딕 낸토 박사는 일본의 그간의 대북 제재는 매우 강경했다며, 북한은 지난 2005년 일본과의 교역에서 수산물 수출 등으로 6천만 달러 정도의 이익을 얻었으나, 이후 일본과의 교역이 중단되고, 재일 북한인들로부터의 송금도 중단돼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최근 북한의 식량난이 점점 심각해지는 등 경제 사정이 매우 어렵게 된 것도 북-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북한 측의 적극적인 입장 전환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낸토 박사는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합의가 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을까요.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은 과거 납북자 문제에 중대한 진전이 있어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미국 정부가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를 선언할 수 있는 11일을 전후로 일종의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북 핵 6자회담 과정에서 오랫동안 걸림돌이 돼 온 납북자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 의사를 보이면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미국 정부는 검증에 대한 북한과의 합의가 테러지원국 해제 요건이라고 밝히고 있지 않습니까.

답: 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번 합의가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여부에 있어 어느 정도 도움은 될 수 있지만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 정부는 검증체계 구축에 대한 북한과의 만족스러운 합의 없이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밝혀왔기 때문에 이번 북-일 간의 합의는 충분 요건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미국 정부의 여러 가지 테러지원국 해제 요건 가운데 이제 하나를 충족시켰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미국 백악관 역시 북한과 당사국들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이번 북-일 간의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 핵 검증체제 합의 이전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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