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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국제재판소, 크메르루즈 정치범 수용소장 기소


지난 1970년대 캄보디아의 공산 크메르 루즈 정권 시절 악명 높았던 정치범 수용소 소장을 지낸 일명 '두치'가 유엔 국제재판소에 기소됐습니다. 유엔 국제재판소가 크메르 루즈 정권의 핵심 인물을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MC: 본명이 카잉 구엑 에아브죠. 일명 '두치'라고도 부르는데, 이 사람의 죄목이 뭔지 먼저 알아보죠.

기자: 두치는 반인륜 범죄와 전쟁범죄 혐의로 지난 8일 유엔 국제재판소에 의해 기소됐습니다. 재판소 측은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크메르 루즈 핵심 인물들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는 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라며, 이제 두치에 대한 수사는 끝났고 다음 단계는 실제로 재판을 여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두치는 9월 말이나 10월 초에 재판에 회부될 예정인데요, 재판은 4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재판소 측은 밝혔습니다. 올해 65살인 두치는 지난 '99년 체포된 뒤 계속 수감생활을 하다, 지난 해 7월 유엔 국제재판소로 신병이 인도됐는데요, 이 재판소가 세워진 뒤 크메르 루즈 핵심 인물이 기소된 것은 두치가 처음입니다.

MC: 두치가 저지른 죄들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습니까?

기자: 두치는 크메르 루즈 공산정권 아래에서 가장 악명 높았던 투올 슬랭 감옥의 책임자였습니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있던 이 감옥에서 여성과 어린이들을 포함해 모두 1만6천 명이 공산주의의 적이라는 이유로 고문과 처형을 당했는데요, 이 모든 만행을 두치가 지휘했습니다. 투올 슬랭 감옥에서 살아 나온 사람은 10여명 밖에 안됩니다. 당시 이 감옥에 끌려온 사람들은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신체적, 정신적 고문에 계속 시달려야 했는데요, 유엔 국제재판소는 두치에 대한 기소장에서 두치가 개인적으로도 수많은 수감자들을 고문하고 학대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감옥에서 자행된 범죄들은 민간인들에 대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공격에 해당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두치가 반인륜 범죄에 더해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겁니다.

MC: 크메르 루즈 공산정권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국민을 학살한 이유는 뭡니까?

기자: 크메르 루즈 정권은 농업에 기반한 이상적인 공산주의 국가를 만든다는 기치를 내걸고 종교와 학교, 심지어 당시 통용되던 돈도 없앴습니다. 조금이라도 기술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공산주의의 적으로 간주돼서 처형됐는데요, 75년부터 79년까지 4년 동안 크메르 루즈 정권 아래서 학살당한 사람은 무려 1백70만 명이 넘습니다. 당시 캄보디아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학살된 건데요, 굶주림과 질병, 강제노동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숨졌습니다.

MC: 크메르 루즈 정권의 만행은 영화 '킬링 필드'를 통해 전세계에 널리 알려지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크메르 루즈 정권은 지난 79년 베트남과의 전쟁에서 패해 태국 국경지대로 쫓겨난 뒤, 캄보디아는 다시 개방정책으로 돌아섰는데요. 이 때 크메르 루즈의 만행들이 하나하나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미국 영화 '킬링 필드'가 80년대 발표되면서 전세계가 크메르 루즈 정권의 잔혹성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MC: 크메르 루즈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판은 어떻게 시작된 겁니까?

기자: 크메르 루즈 정권의 핵심 인물들을 심판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90년대 말부터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재판 규정과 범위를 놓고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가 오랜 줄다리기를 벌이다, 2003년에야 양측이 국제재판소 설립 협정을 체결했는데요, 캄보디아 의회에서도 정파들 간의 이해가 얽혀서 이 협정을 승인하는 데 무려 5년이 걸렸습니다. 그 후에도 재판소의 운영자금이 확보되지 않아 골치를 앓다가 지난 2006년 7월 유엔이 후원하는 국제재판소가 결국 문을 열게 된 겁니다.

MC: 유엔 국제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크메르 루즈 인사들에는 또 누가 있습니까?

기자: 이번에 기소된 두치 말고도 4 명이 더 있는데요,

크메르 루즈 정권의 2인자였던 누온 체아와 주석 직을 맡았던 키우 삼판, 외무장관을 지냈던 이앵 사리와 부인인 이엥 티리트 전 사회부 장관 등입니다. 크메르 루즈를 이끌었던 폴 포트는 90년대 말 붙잡혀 가택연금에 처해졌다가 1년도 안돼 사망했습니다.

MC: 지금까지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즈 공산정권에서 악명 높았던 정치범 수용소 소장을 지냈던 두치가 유엔 국제재판소에 기소됐다는 소식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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