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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 협상 마감시한 넘긴 사례들


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당초 예상했던 시점에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부에서는 북 핵 협상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종 마감시한을 넘겨 극적인 합의를 이뤄온 미국과 북한의 협상 전례에 미뤄볼 때 현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는 지적입니다.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 보겠습니다.

진행자: 이연철 기자, 미국과 북한이 마감시한을 넘긴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동결됐던 북한자금 문제, 이른바 BDA 문제를 들 수 있는데요, 당시 상황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죠?

네,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05년 9월15일, 북한이 마카오에 있는 BDA 은행을 통해 위조 달러화를 유통시키고, 마약 거래대금 등 불법자금을 세탁한 혐의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따라 BDA은행에 있던 북한자금 2천5백만 달러가 동결되면서 BDA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6자회담이 1년 이상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2007년 2월 이른바 '2.13 합의'가 타결됐습니다. 이 합의에서 북한은 60일 안에 영변 핵 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국제원자력기구 IAEA 요원들을 복귀토록 초청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합의문에 공식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30일 이내에 BDA 문제를 해결할 것을 북한에 약속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2.13 합의에서 정한 30일, 60일 간의 시한이 지켜지지 않았죠?

네, 2.13 합의 30일 만인 지난 해 3월 14일 미 재무부가 BDA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BDA 에 묶여 있던 북한자금 중 일부 또는 전부를 북한에 되돌려 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고, 이에 따라 BDA 문제는 해결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BDA 자금 2천5백만 달러가 전면해제 돼야만 핵 시설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미국은 지난 해 4월10일, BDA 내 북한자금을 아무 조건 없이 계좌 주인들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하는 최후의 해법에 동의했습니다. 1년 반 넘게 끌어오던 BDA 문제가 사실상 완전 타결됐습니다.

진행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네, 이번에는 북한자금 송금 문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6자회담 당사국들은 송금 문제 때문에 6자회담과 2.13 합의가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된다는 인식 아래 문제 해결을 위한 활발한 접촉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은행들이 불법자금으로 낙인 찍힌 북한자금을 다루기를 꺼리면서 문제 해결의 돌파구는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북한자금을 미국과 러시아의 중앙은행을 통해 러시아 극동상업은행의 북한계좌에 송금하는 방법으로 송금 문제를 둘러싼 장기간의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 후 북한이 영변 핵 시설 가동을 중단한 것이 지난 해 7월 14일이니까, 당초 합의했던 60일보다 3개월이나 더 걸린 셈이군요. 북한은 지난 해 타결된 '10.3 합의'를 통해 지난 해 연말까지 핵 신고를 완료하기로 했지만, 이 것 역시 마감시한을 지키지 않았죠?

그렇습니다. 2007년 10월3일, 북 핵 6자회담 2단계 합의, 이른바 '10.3 합의'가 발표됐습니다. 북한은 2007년 연말까지 핵 시설 불능화와 핵 신고를 완료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핵 신고는 마감시한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플루토늄은 물론 우라늄 농축 계획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에 대해서도 모두 신고할 것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플루토늄을 제외한 나머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에너지 지원과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지키라고 맞섰습니다.

진행자: 이처럼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핵 신고에 돌파구가 열린 것은 지난 4월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회동이었죠?

그렇습니다. 6자회담의 미국과 북한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은 그동안의 쟁점들 가운데 플루토늄 문제만 공식 신고서에 포함시키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설은 북한이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방식으로 넘어가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침내 북한은 지난 6월 26일, 핵 신고서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함으로써 6자회담 2단계 과정을 마무리하고 핵 폐기의3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는데요, 이는 당초 마감시한보다 6개월이나 늦어진 것이었습니다.

진행자: 두 가지 사례를 보면, 미국과 북한이 당초 합의했던 시한을 넘겼지만 포기하지 않고 협상을 계속해 결국 합의를 이뤄낸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번에는 어떻게 전망되고 있습니까?

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두 가지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요, 첫째는 부시 행정부가 앞으로도 계속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북한 핵 문제를 최대의 외교적 업적으로 내세우려는 부시 대통령이 당장 북한에 대한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이라는 분석인데요, 부시 행정부가 11일은 절대적인 마감시한이 아니라 단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수 있는 첫 날일 뿐이라는 점을 거듭 지적한 점, 또한 검증체계 마련을 위해 북한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는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과의 발언 등이 그 근거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지 않은 것을 비난하면서 영변 핵 시설의 불능화 속도를 늦추는 등 긴장 상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 이상 양국 관계가 더 험악할 정도로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이연철 기자와 함께 미국과 북한이 마감시한을 넘기면서도 계속 물밑접촉을 통해 결국 합의를 이뤄낸 사례들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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